동남아 지배하던 일본차, 한국차에게 밀리나?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특히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서의 약진이 눈에 띈다동남아 시장은 전통적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의 안방이라 불릴 정도로 친일본차 성향이 짙다후발 주자인 현대차로써는 쉽지 않은 싸움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 26일 현대차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MOU 소식이 들려왔다울산 공산에서 치러진 협약식에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고 한다.

ⓒ Hyundai

협약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Bekasi) ‘델타 마스(Delta Mas)’ 공단 내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한다. 70ha(헥타르)가 넘는 대규모 부지로 총투자비용만 15 5천만 달러(한화 1 8천억)에 달한다.
 
12월부터 착공에 돌입하는 공장은 2021년 말 연간 생산량 약 15만 대 수준으로 가동 예정이며 향후 최대 생산 능력을 25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생산 차종은 아세안(ASEAN) 전략 모델들로 채워질 예정으로 새롭게 개발하는 소형 SUV, 소형 MPV와 소형 전기차가 대상이다.
 
최근 현대차 그룹이 다양한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는 와중 또다시 1조가 넘는 대규모 투자를 공표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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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여러 글로벌 제조사가 하나둘 뛰어들고 있는 신흥시장이다자동차 전문 컨설팅 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는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에서 약 9%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이 2026년까지 약 35%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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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단일시장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공유 모빌리티 시장도 완성차 제조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인도네시아의 차량호출 기업으로 유명한 ‘그랩은 이미 동남아 시장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하다.
 
앞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차량 판매는 줄어들겠지만차량호출 서비스를 위한 기업택시렌터카 등의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시장은 약 6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인구대비 낮은 자동차 보급률공유 모빌리티 시장의 급성장을 이유로 향후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현대차그룹이 최근 경색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주사위를 던져볼 만하다.

최근여러 언론에서는 현대차의 동남아 진출을 두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특히지난 12일에는 베트남 자동차산업협회에서 공개한 2019년도 누적 판매량 1위 등극에 대해서는 칭찬 일색이다.
 
다만베트남 시장의 경우 현대차 제품의 경쟁력과 함께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매직이 큰 몫을 차지한다결과적으로 이번 1위 등극이 전적으로 현대차의 수훈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 해외문화홍보원 – 공공누리 제4유형

박항서 감독의 이름과 비슷한 발음을 가진 박카스가 대성공을 거둔 것만 봐도 현재 베트남 현지에서 박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수준인지 잘 알 수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차 고유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시장이다공장 설립을 발표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90%가 일본차다.

실제로 협약식 발표를 위해 울산공장에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현대차와의 협력에 대한 소감으로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우리 국민이 기존 일본차 중심에서 현대자동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택을 갖게 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동남아 시장은 현대차에 성공의 땅일 수도 있지만자칫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앱티브와 조인트벤처 설립식 당시 기자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 ⓒ Hyundai

그는 지난 9월 뉴욕에서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동남아 시장은 일본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장기적으로 우리가 시장에 잘 안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이라며 “일본 메이커만 있는 독특한 시장이지만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차 브랜드를 제외한다 해도 다른 변수도 존재한다바로 중국 브랜드의 동남아 진출이다최근상하이 기차는 태국의 최대 기업인 ‘차로엔 폭판드‘ 그룹과 함께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 SAIC MOTOR

상하이 기차는 중국 내에서 둥펑, FAW 등과 함께 3대 자동차 회사로 꼽힐 정도의 대형 제조사다이들이 출시할 전기차는 태국 기준 약 119만 바트(한화 약 4,680만 원)의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다이는 현재 비슷한 성능으로 알려진 닛산 리프와 비교해 약 60% 수준의 저렴한 가격(태국 시장 기준)이다.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에 따라 실질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정부 보조금에 좌우되지만기본적인 가격이 3천만 원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에 일본 브랜드가 가격으로 중국차를 이기기는 어렵다이는 현대차에도 악재다.

ⓒ Hyundai

동남아 국가는 아니지만인접 신흥시장인 인도를 예를 들어 보겠다닛산의 리프는 인도 시장에서 약 300만 루피(한화 약 5천만 원)의 가격표를 매기고 있다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을 판매 중인데 현지 가격으로 최상위 트림의 가격이 약 240만 루피(한화 약 4천만 원).
 
만약이러한 가격 수준이 동남아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면앞서 언급한 중국 상하이 기차가 추후 선보일 전기차가 현대차의 전기차보다 저렴한 가격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결과적으로 현대차는 중국 브랜드와는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하는 데다 일본 브랜드와는 품질 및 브랜드 이미지까지 경쟁해야 해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현대차가 도전한 동남아 시장은 일본 브랜드의 지배력이 엄청난 상황으로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다만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잘 자극한다면차별화된 서비스와 전략을 통해 신흥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과연현대차가 던진 주사위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