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기차 충전소 철거 중?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 Pixabay – CC0

발명왕이자 사업가였던 에디슨이 타임머신을 타고 2020년 풍경을 본다면 어떤 모습에서 놀랄까? 아마 에디슨이라면 내연기관에 밀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전기차를 지목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GM이 한때 전기차에 도전했다가 도요타에 밀려 친환경 분야에서 안방을 내준 사실을 들으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 Tesla

요즘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한 매체에서 테슬라 모델을 뜯어보고 “타 제조사 전기차보다 6년 앞서 있다.”라고 표현할 만큼 전기차 분야만큼은 독보적이다. 물론,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했을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일본이 가져간 친환경 타이틀을 최근에 이르러서야 다시 미국이 가져가는 모양새다.
 
한편 우리나라도 현대기아차가 주축이 되어 친환경차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인프라 현황은 적신호다. 더 늘어나도 모자를 전기차 충전소가 오히려 철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 Pixabay – CC0

최근 한국전력이 점진적으로 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을 현실화(인상) 결정했다. 그리고 법과 행정 절차문제로 일부 설치된 충전기 철거까지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요금 인상만 해도 반발이 상당한데, 예산을 들여 구축한 전기차 인프라를 오히려 철거하고 있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서로 다른 대응으로 희비가 엇갈린 GM과 도요타의 사례가 떠오른다.

GM과 도요타의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자. 90년대 이후 환경문제가 거론되었고 기술적인 문제로 사라졌던 전기차가 미래를 책임질 친환경차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친환경차 개발이 진행되었다.

ⓒ Wikimedia – CZmarlin – CC BY-SA 4.0

 

ⓒ Wikimedia – CC0

초창기 친환경차는 GM이 주도했다. 1996년 GM은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모델로 평가받은 ‘EV-1’을 필두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시 당시 4시간 충전에 200km 주행이 전부였지만 전기차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접한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은 미래 자동차 시장을 미국이 점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GM은 여러 요인으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프리우스를 내세운 도요타에게 안방을 내줬다. 이후 GM은 쉐보레 볼트 등 일부 전기차 모델을 내세워 명예 회복에 나섰지만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앞세운 현대기아차와 전기차 분야의 리더 격인 테슬라, 하이브리드 원천기술로 유명한 도요타 등 여러 브랜드에 밀린 모양새다.

GM의 반짝 영광과 빠른 추락은 2006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Who killed the electric car?’를 보면 알 수 있다. GM이 어떤 이유로 친환경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밀려났는지를 다루고 있으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전기차의 필요성을 깊게 고려하지 못한 GM의 실책

2. 소비자 니즈 파악 부재에 따른 잘못된 마케팅

3. 자동차/석유 업계의 로비로 전기차를 등한시한 정치권

4. ‘배기가스 제로 법’을 폐지한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실책

5. 무리한 전기차/수소전기차 동시 연구

6. 배터리 기술력 부족

위의 내용 중 GM에게 독이 된 항목은 ‘석유 업계의 로비와 미 정부의 정책’이다.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로 대변되는 미국 석유 업계 입장에서 전기차의 등장은 내연기관의 종말과 석유산업의 몰락을 의미했다. 자동차 산업과 석유 산업은 금융, 철강 등과 함께 미국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었기 때문에 절대 놓쳐선 안 될 분야였고, 전기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석유에 취한 미국에 GM의 EV-1은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고, 개인 판매가 아닌 장기 리스로 간만 보던 GM은 결국 EV-1을 단종시켰다. 하지만 GM은 가까운 미래에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었기에, 석유 산업과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기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찌 됐든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가솔린) 소비가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규모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석유산업과 친환경차 투자를 꺼리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눈치를 덜 볼 수 있었다.

특히 친환경차 도입에 앞장 서던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로비로 인해 ‘배기가스 제로 법’을 폐지하면서 전기차의 필요성이 사라진 점도 한몫했다. 배기가스 제로 법이란, 1996년 제정된 법으로, 주 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20%는 배기가스가 배출되면 안 된다는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맞춰 GM은 EV-1을 내놓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 Toyota

여기까지만 보면 GM이 하이브리드차를 시장에 다시 내놓으면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GM이 여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기간 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도요타가 높은 수준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를 내놓으며 순식간에 미국 친환경차(저공해) 시장을 장악했다.

ⓒ Toyota

 

ⓒ Toyota

친환경차 시장의 미래를 독차지할 기회를 날린 미국은 도요타에게 안방을 내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처음에는 프리우스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가상승, 배출가스 규제, 연비 위주의 신차 니즈가 겹치면서 여러 제조사들이 앞다퉈 친환경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 Toyota

2000년대 이후 시기상 프리우스와 같은 친환경 모델과 시대 흐름이 맞아떨어지면서 다른 제조사들도 친환경차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프리우스가 친환경차 시장의 방아쇠가 되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프리우스 등장 후인 2003년 설립되어 2020년 미국 자동차 제조사 중 최대 시총을 보유한 테슬라가 없었다면 미국은 아직도 친환경차 시장의 후발주자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폐차장에서 나뒹구는 GM의 EV-1을 보고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연구했으면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지배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일론 머스크 입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노다지’로 보였던 것이다.

ⓒ Chevrolet

GM은 쉐보레 볼트를 내세우며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왕좌의 주인은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었고, 한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뛰어들어 친환경차 분야는 이전보다 치열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2019년 볼트(PHEV) 단종이라는 ‘일보 전진을 위한 삼보 후퇴’결정을 내리면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 Chevrolet

물론, 작년 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LG화학과 각각 조 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쉐보레 볼트EV가 여전히 살아있으며, 캐딜락을 필두로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개발을 천명한 바 있지만 기대할 만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 Tesla

먼 미래일지 가까운 미래일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만, 내연기관의 종말은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질 예언이다.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상황에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전기차 업체들과 활발한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상향 평준화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기업이 개발하고 정부가 뒷받침되는 구조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기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일부는 “정부가 특정 기업만 밀어주는 것이 문제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정부들도 똑같이 하고 있는 ‘전략적 정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단기적인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차 충전소를 철거하고 보조금/충전료 혜택을 줄이는 정부와 공기업의 결정은, 소비심리 위축을 부추겨 국내 전기차 산업 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한때 프리우스에게 점령당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는 실수 없이 친환경차 산업을 주도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