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드론 잡는 비호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뜬금없이 이상한 녀석이 나와서 당황하셨죠차소서에 제가 나와도 되는 건가 생각하실 테지만저도 나름 바퀴 굴려서 가는 자동차거든요단지 외모나 역할이 특별한 것뿐이죠아마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분들 꽤 있으실 겁니다군대도 군대 나름이라아는 사람만 알죠.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존버에 성공한 녀석일겁니다이러니까 궁금하시죠여기 앉아 보세요 지금부터 국뽕충만한 이야길 들려 드릴게요~

제 이름은 비호 K-30입니다비호는 하늘을 나는 하얀 호랭이죠. 하얀 호랭이는 백호라고 부르는데고구려 벽화에도 나올 만큼 아주 오래된 영물입니다사악한 기운을 막고 잡귀를 물리치죠제가 이 땅에 태어나서 의미심장한 이름을 받은 건 북쪽 뽀글이(김정일)가 안둘기에 특수부대 태워서 침투하는걸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 common – wikimedia.org – CC BY-SA 4.0

안둘기란, AN-2 프로펠러 수송기입니다. 1947년 소련에서 태어난 녀석인데 활주 거리가 엄청 짧고 아무 데서나 뜨고 내릴 수 있죠게다가 구조가 간단해서 고장도 잘 안 나고 엔진이 꺼져도 안전하게 착륙하는 무식한 녀석입니다.
 
아무튼 안둘기에는 12명을 태울 수 있어요이런 비행기에 북한 특수부대가 타고 내려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엄청 위험하겠죠?
 
이를 막기 위해 저는 83년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92년도 임관할 때까지 여러 훈련을 받았습니다원래는 K200이라는 장갑차 아저씨가 제 역할을 같이 하려고 했죠하지만 대공포 무게나 반동을 견디려면 좀 더 강한 녀석이 필요했고 신입인 저를 받아 준 겁니다.

ⓒ 국방부 – CC BY-SA 4.0

훈련 초기에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알맞은 몸을 만들기 위해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졌고, K200 아저씨보다 좀 더 큰 덩치에 발(바퀴)도 하나 더 추가된 모습이 되었습니다… 숫자로 알려 드리면길이 6.77미터너비 3.3미터높이 1.885미터 정도네요.(순수 차체길이만 보면 학원 셔틀버스로 많이 쓰는 카운티아시죠그거랑 비슷한 길이죠.
 
큰 덩치로 활동하려면 힘도 좋아야겠죠그래서 520마력 D2840L 대우 디젤 심장을 선택했죠그리고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 S&T HMPT-500EK 자동변속기를 사용했습니다덕분에 최고 65km/h까지 달릴 수 있었죠.
 
왜 이렇게 느리냐고요그건제 몸무게가 25톤이라 빠르게 달리고 싶어도 안돼요제가 주로 있는 곳은 흙 많고 돌 많은 비포장길이라 아주 빠르게 달릴 이유가 없죠.

아무튼제 몸 스펙은 저렇고요이제 무기를 살펴봐야겠죠몸만 가지곤 싸우기 힘드니까요안둘기 잡으려면 하늘에 갈길 대공포가 필요합니다이를 위해 70년대에 개발된 스위스 KCB 30mm 대공포의 국산화 버전, KKCB 30mm 대공포 두 개를 둘러맸죠사거리는 3km 정도였고요 분당 600발 정도 쏠 수 있었죠.
 
하지만 이 상태론 눈 감고 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도록, GS30X 레이더와 전자광학추적기(EOTS), 탄도 계산 컴퓨터를 바리바리 구매해서 등에 매달았습니다덕분에 18km 거리 내에서 안둘기를 탐지하고, 8km부터 EOTS로 조준하고3km 안에 들어오면 불닭 볶음면처럼 매운맛을 보여 줄 수 있게 됐죠.
 
나름 침투 상황에 대해 카운터 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자나라에서는 비호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정확히는 K-30 ‘비호이후 자대 배치(양산)는 대우중공업(한화 디펜스)에서 도움을 줬고요.

ⓒ 국방부 – CC BY-SA 4.0

임관 후에는 저를 찾는 군부대가 많을 거라 생각했습니다하지만 대기 발령을 내리더군요처음엔 “이유가 있겠지…”싶어 기다렸고몇 년 뒤인 99년도 말에 간신히 임무에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높으신 분들은 제가 임관한 것이 껄끄러웠나 봅니다제대로 활동 가능했던 시기가 2002년이었고 당초 계획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활동 수(생산량)가 결정됐죠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동안 저 훈련시킨다고 600명이나 되는 교관(연구진)에 289억 원이나 쏟아부어 놓고 이제 와서 필요 없다니…”국민의 세금이 아깝지도 않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하극상이잖아요마음속에 메모장 하나를 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근거리 저고도 방공망이 필요할까다른데 투자하는 게 낫지 않아?”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제가 찬밥 신세가 되었다고 하네요그러니까먼 곳에서 오는 탄도 미사일이나 높게 날며 사거리 밖에서 미사일 쏘는 전투기를 잡는 고고도 방공망에 돈 쓰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죠.
 
나름 일리는 있었어요레이더나 무기가 발달하니까 저고도 침투가 힘들어졌거든요특히 제 대공포 사거리가 3km에 불과해발목을 잡았습니다시대에 안 맞는 무기라고 할까… 뭐 그런 거죠.

갑작스러운 불운에 그냥 은퇴할까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나라의 부름에 응답했는데돌아오는 게 없었으니까요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분명 새로운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그래서 제 문제를 고치고 어떻게든 현 상황에 맞추기 위해 무기를 사러 나갔습니다.

ⓒ 한화디펜스

뭘 살까 이리저리 둘러보다 죽창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신궁이라는 이름이었는데대공 미사일입니다설명을 들어 보니해외 제품보다 싸고 가볍고 멀리 나가는 뭐.. 그런 가성비 제품이라고 하더군요명중률도 괜찮아서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비슷한 해외 제품으로는 프랑스의 미스트랄이 있다고 하네요.
 
신궁은 마하 2.1의 속도로 6km를 날아갈 수 있는 녀석입니다제 대공포 사거리가 3km였으니이걸 커버할 만한 수준이죠딱 보자마자 제게 아주 필요한 무기란 걸 알았고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쓰던… 사실은 오래 쓰지도 않았지만 더 좋은 레이더로 바꾸고 방공‘C2A시스템을 추가로 달았습니다.
 
C2A무선 네트워크 시스템입니다외부 레이더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면 그걸 받아서 대응하는 시스템이죠덕분에 예전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죠이처럼 각종 첨단 장비로 업그레이드하니, 탐지거리는 18km에서 21km로 늘어났고 여러 목표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한화디펜스

동네 마실 갔다가 무기 쇼핑하고 온 것처럼 표현했지만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기관과 방산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피나는 노력을 했죠갑자기 생각났는데 스타크래프트 마린에서 골리앗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하면 딱이죠.
 
그리고 과거 비호 시절보다 실력이 크게 향상된 탓에 국방부에서는 제게 ‘비호 복합이라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짬짜면 같은 뉘앙스라 좀 그렇긴 하지만 점점 좋아질 거라 믿었습니다.

제가 비호 복합이 된 시기에 방위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드론이라는 녀석이 본격적으로 무기화됐기 때문이죠미국의 리퍼 같은 대형 드론 말고도 크고 작은 자폭 드론을 만들어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연구 차원에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수준이었지만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명 피해 외에도 시설물 폭격까지 가능한 수준에 다다랐죠그런데 이런 상황이 제게는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부 드론을 제외하면 대부분 저공비행으로 자폭 테러를 진행하거나 정찰 용이거든요. 이 드론들을 일반 대공 미사일로 잡자니 낭비가 심하고일반 레이더로 탐지하자니 저공비행 탐지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게다가 일반 레이더는 고정형이라 어디 이동할 수도 없고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 한화디펜스

이 상황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대공포와 신궁 조합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방어할 수 있는 저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거죠요즘은 인도가 제 매력에 푹 빠져서 계약서에 서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냉전 시기에 마구 사들였던 2천 개 넘는 소련제 대공포를 대체할 계획을 내놓은 것이죠.
 
이 과정 중 우리나라가 러시아를 제치고 우선 협상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밥줄 끊길 걸 우려해압력을 넣어서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사실 인도는 오래전부터 러시아 무기만 쓰던 곳이거든요전문가들은 제가 러시아 방공 무기인 판치르보다 드론 잡는데 더 좋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예전엔 가성비만 좋았다면 지금은 성능도 좋아서 방산시장의 루키로 떠올랐죠.

ⓒ SCDBob – wikimedia.org – CC BY-SA 2.5 / 예시사진 / 자폭드론을 막는데 제가 필요해진 겁니다.

아 참, 최근에는 정말 대박 날 가능성이 높은 건수가 있어요요 근래 사우디 석유 시설에 폭탄 드론이 갖다 박은 거 아시죠그거 때문에 사우디 왕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대놓고 대공방어 시스템 좀 구축해 달라고 이야기한 일이 있어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저를 포함한 방공 (쇼핑) 리스트를 쫙 보여 줬는데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서 계약에 골인할 것 같습니다특히 대량으로 찍어 내고 유지할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어서 알짜배기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죠.
 
… 예전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러니까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그래도존버는 승리한다.”는 코인 전문가들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 방위사업청 / 진짜 개발 중인 레이저무기

저는 총알만 쓰다가 미사일이 달았죠그것만으로도 러브콜이 오는데앞으로는 레이저포가 장착될 수도 있어요. 2023년을 목표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레이저 대공무기를 개발하고 있거든요이와 관련해서 미국과 손잡은 연구 사업도 있다고 합니다정확한 사거리는 비공개지만한 발당 2천 원이고 드론이나 소형 미사일 정도는 격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개발 소식을 공개할 땐 이미 어느 정도 개발된 상태거든요. 2015년을 기준으로 미국이 1.6km 사거리 레이저 무기를 개발했으니지금쯤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긴 수준으로 만들었을 겁니다시간이 꽤 지난 것도 있고 우리나라도 알고 보면 기술 강국이거든요~

이걸로 제 이야기를 끝낼게요어차피 군번 있는 몸이라 여러분은 함께하고 싶어도 못해요 그리고 몸값이 91억이라 ㅎㅎ 부가티 3대 살 수 있는 수준이죠아무튼 저 같은 대한민국 무기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 두셨으면 좋겠어요뉴스에서는 그냥 방공 무기라고 소개하지자세한 내용은 이야기 안 하잖아요?
 
나중에 또 인사드리러 올지는 모르겠지만, “주모!”소리 나오게끔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