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왜 만들었어?” 다 되는 줄 알았던 영문운전면허증. 진실은…

지난 16일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은 전국 27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영문 운전면허증 발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9월 초순부터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알리며 많은 운전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단순히 면허증만 변경하면 30여 개 국가에서 별도의 국제운전면허증 없이 운전을 할 수 있다니 세월 참 좋다는 이야기가 오갈 만하다.
 
반면일각에서는 이번 영문 운전면허증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30여 개 국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갈만한 나라가 없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의 요지다실제로 즉시 통용이 가능한 국가의 리스트에는 미국이나 독일 등 우리가 생각하는 주요 관광지가 다수 제외되어 있었다.

ⓒ 한국도로교통공단
ⓒ 한국도로교통공단

서두에 언급했듯 영문 운전면허증은 지난 16일부터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을 통해 발급이 가능하다이 밖에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와 경찰서 민원실(강남 경찰서 제외)에서도 발급이 가능하다기존에 활용하지 않았던 운전면허증의 뒷면을 활용한 방법으로 영문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경우 앞면과 뒷면 모두 면허정보가 기록될 전망이다.
 
발급 비용은 면허 종류에 따라 상이하나 1종 보통을 기준으로 1만 원의 발급 비용이 필요하다국내 전용 운전면허증 발급 수수료가 7,500원인 것을 고려하면 2,500원의 차이로 부담 없는 비용이다영문 운전면허증을 발급 시 즉시 통용 가능 국가는 아래 표와 같다. (9 9일 기준)

기존 국제 운전면허증은 여행 일정마다 별도로 발급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여행지에서도 국내 운전면허증과 국제 운전면허증여권을 모두 지참하고 있어야만 차량 이용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표에 나온 국가는 영문 운전면허증 하나만으로도 차량 이용이 가능해진다.
 
다만국가별로 영문 운전면허증의 사용 기간이나 사용요건(여권 소지 및 추가서류)이 다를 수 있어 출국 전에는 반드시 여행지 한국 대사관을 통해 별도의 사용 요건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앞서 확인한 즉시 통용국가 리스트를 보면 33개라는 국가의 양은 놀랍지만알맹이가 알차지 않아 보인다하이라이트 처리를 해둔 8개의 국가를 제외하면 국내 여행객이 방문할 여지가 적은 나라들뿐이다또한유럽의 경우 국제운전면허증 없이는 유로존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령 스위스를 예로 들어보자스위스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국내 여행객은 이탈리아 혹은 프랑스독일을 함께 여행하는 일정이 일반적이다. EU 연합에 가입된 국가 간에는 간단한 절차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운전을 해서 국경을 넘어야 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 TheAndrasBarta – pixabay.com – CC0

스위스는 영문 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이 가능하기에 별도의 국제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지나칠 수 있지만인접 국가인 이탈리아와 프랑스독일은 별도의 국제 운전면허증이 있어야만 통행이 가능하다결과적으로 스위스만 여행할 것이 아니라 인접 국가까지 여행할 운전자라면 기존과 똑같이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의 영문 운전면허증 통용 가능 국가도 부족해 보인다특히미국이 제외된 점은 많은 이들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미 동부와 서부를 직접 운전해서 횡단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국제 운전면허증이 필수다남미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주요 국가는 제외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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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굳이 영문 운전면허증과 국제 운전면허증 모두를 발급받을 필요가 있을까아직은 영문 운전면허증으로 이용이 가능한 국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탓에 굳이 기존 면허증을 갱신 또는 재발급 받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러한 부족한 점에 대해 인지하고 조속히 통용 가능 국가를 늘릴 전망이다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제네바 협약국을 대상으로 협의를 거쳐 점차 적용 국가를 늘려나갈 계획임을 밝혔다가장 빠르게 추가될 예정 국가에는 앞서 언급한 국가 중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도입된 영문 운전면허증 시스템은 해외여행객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다기존 국제 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해 매번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여행지에 있는 대사관을 방문해 별도의 번역 공증문서까지 받아야 해 불편함이 컸기 때문이다.
 
다만즉시 통용국가가 아직은 부족한 탓에 영문 운전면허증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본문에 표기한 통용 예상 국가들이 조속히 즉시 통용국가로 전환되어 여행객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