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니면 안 돼!” 현대차가 조 단위로 쏟아부은 기업이 있다? 뭐 하는 곳이지…

요 며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이 평소와는 다르다글로벌 경쟁사들과 관련 업계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이유는 간단하다. ‘조 단위 금액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앱티브(APTIV)와 함께 미국 보스턴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 자체는 특별한 소식이 아니다다만투자 규모가 특별하다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20억 달러(한화 약 2조 4천억 원투자 예정이다기업 인수를 제외하면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다과연 그들이 투자한 앱티브는 어떤 회사일까그리고 현대차그룹이 원하는 미래는 무엇일까함께 확인해보자.

ⓒ Aptiv

앱티브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분야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이다구글에서 분사한 웨이모, 얼마 전 GM이 인수한 크루즈와 함께 글로벌 TOP 3를 이루고 있다.
 
앱티브는 본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델파이에 속해 있었다지난 2017년 말 델파이에서 분사해 자율주행 SW만을 개발하는 전문 기업이 되었다이후 앱티브는 자율주행을 비롯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커넥티드 서비스 개발을 특기로 세계 자동차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 Aptiv

‘CES 2018’에서는 차량공유업체 중 하나인 리프트(lyft)와 함께 자율주행 헤일링 서비스를(차량호출 서비스선보인 바 있다자율주행 차량에는 라이다 9개∙전자식 스캐너레이더 10개를 포함해 수십 개의 센서가 적용됐다특히 앱티브 고유의 패키징 기술은 일반 차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수준 높은 마감 품질을 자랑한다.
 
행사장에서 여러 전문가들은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경쟁사 자율주행 시스템은 차선 변경 시 최적의 각도를 찾기까지 스티어링 휠을 탁탁 끊어서 조절했다반면 앱티브 자율주행 시스템은 실제 사람이 운전하듯 부드럽게 한 번에 스티어링 휠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앱티브 관계자는 “지도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주차장 같은 장소를 제외하면현재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답했다. CES 2018에 참석했던 많은 업체 중 비가 오는 날에도 운행한 기업은 앱티브가 유일하다고 하니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하다.

ⓒ Aptiv

행사 이후 2018 5 CES에서 헤일링 서비스를 함께 선보였던 리프트와 손을 잡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앱티브 로보택시는 리프트 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라스베이거스의 주요 카지노와 호텔식당 등 시내에 자리 잡은 2,100여 곳에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앱티브 측에 따르면현재까지 앱티브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벌써 7만 명을 넘어섰고 고객들의 평가는 5점 만점에 4.95점에 달한다앱티브 고객 중 92%는 안전함을 느꼈다고 평가해 그 기술력 자체는 입증된 상태다다만아직 인공지능과 관련 있는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다른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탑재되면 보다 나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 Hyundai Motor Group

앞선 본문에서 앱티브 사의 수준에 관해서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현대차그룹과 앱티브 양사 간 합작법인의 구조를 살펴보자.
 
현대차그룹이 20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동일하게 앱티브 측에서도 20억 달러를 동일하게 투자했다회사 지분을 정확히 5:5로 양분했다덕분에 갑을 관계가 아닌동등한 위치에서 연구 개발이 진행될 수 있어개발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여건이 마련되었다.
 
현대차그룹 투자액인 20억 중 16억 달러는 현금이다그리고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가량의 현물 투자다이 두 가지를 합쳐 20억 달러다한편 앱티브는 자신들이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과 지식재산권, 700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인력 등을 합작사에 투자했다.
 
현대차는 자본앱티브는 기술을 투자한 셈이다.

이번 합작으로 경영진도 양사가 동등하게 구성되었다. 합작 법인 CEO는 앱티브에서 선임하고, CFO는 현대차그룹에서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 수도 양사 간 동일한 인원인 것으로 보도되었다이처럼 완벽한 균형 상태는 양사가 함께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한편 새로운 합작법인은 앱티브가 현재 자리 잡고 있는 미국 보스턴이 본사가 된다덕분에 앱티브 자율주행 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 거점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추가로 우리나라에도 연구 거점을 신규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 평가하고 있다.

ⓒ Hyundai

현대자동차는 왜 앱티브를 파트너로 결정했을까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있지만주요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첫째, 독립성을 지닌 기업을 원했다.
앞서 언급했듯 앱티브는 지난 2017년 말 델파이에서 떨어져 나왔다물론델파이와 협력 관계로 움직이고 있지만 적어도 지배 구조는 아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외부 입김 없이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업체가 필요했다웨이모는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선택지였으나지분과 타 업체와의 경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다른 대안이었던 크루즈는 이미 GM에 인수된 상태라 협력 자체가 까다롭다.

ⓒ Hyundai

그밖에 자율주행 업체는 앞서 언급한 세 곳의 회사 대비 기술 격차가 있다현대자동차 입장에서 앱티브와 손을 잡는 것이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이를 통해 글로벌 제조사 중 자율주행 상위권 진입에 성공하는 전략을 수립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앱티브 고유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앱티브 자율주행차를 시승한 매체와 해외 전문가들의 평에 따르면그동안 체험한 자율주행 기술이 덜 복잡한 곳에서 구현 가능했다면앱티브 기술은 복잡한 교통 및 열악한 지형 등 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견을 보였다.

ⓒ Hyundai

우리나라는 고저 차가 심하고 구시가지의 경우 복잡한 도로가 즐비하다골목길도 좁아 일방통행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특히 교통체증은 이제 당연할 만큼 고질병이다이러한 환경에서 앱티브의 자율주행기술은 한국 최적화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양사의 협력 서비스가 단순히 한국만을 위한 기술은 아닐 것이다다만 현대차그룹이 내수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국내 중심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이 좀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5:5로 투자했으니 말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4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인 레벨 5 수준의 자율주행체계를 갖추겠다고 공언했다이런 상황에 앱티브와의 합작은 시기를 앞당기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템포가 빠르다신기술 개발은 늘 진행되어 왔지만이전보다 속도가 빠르다엔진디자인전장부품전동화국산화신소재 등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중이다이 때문에 외부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도 이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외부 업체와의 협력 혹은 투자 소식을 밝히고 있는 만큼현대차그룹을 소극적이라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현재 해외 전략적 파트너만 하더라도 이미 10곳이 넘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두고 “(두 회사의 협력을 기반으로)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 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향후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수 십 년 동안 타 브랜드를 따라가는데(패스트 팔로워주력했다면이제는 선도하는 입장(퍼스트 무버)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앞날은 알 수 없다단지 예측할 뿐이번 행보가 100%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타 기업과 손잡을 수 있는 자본과 기술력그리고 지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냥 암울한 것도 아니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계획한 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