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 아닌 미제 트래버스입니다. 대형 SUV 다 덤벼!

안녕하세요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나요저는 앞뒤로 연차 붙여서 푹 쉬어서 그런지 피곤하진 않네요? “아직 제대로 일하지도 않은 녀석이 벌써 쉴 생각을 하냐?”고요에이그동안 한국에서 공부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쉐보레 친구들하고 비교하면 안 되죠.
 
저는 미국에서 배 타고 왔기 때문에 ‘국산차 부서가 아니라 수입차 부서랍니다배 타고 건너오는 게 얼마나 피곤한 지 아세요뱃멀미 때문에 기름이 거꾸로 돌더군요.
 
어쨌든 인사 겸 제 소개를 해 볼까 합니다요즘 자동차들 경쟁이 심해서 다키포스트 차소서코너 출연이 뜸했다고 하던데이럴 때 출연해야 편하게 나오죠 흐흐마치 비트코인 떡상 전에 미리 사두는 것처럼 말이죠.
 
날이면 날마다 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 처음 온 트래버스가 어떤 녀석인지 한번 듣고 가시죠!

ⓒ Chevrolet

저는 미국 미시간에 사는 쉐보레 자동차입니다미국 사람들은 제 회사를 쉐비(Chevy)라고도 불러요뭐 BMW의 비머(Bimmer)같은 애칭입니다제가 처음 타이어를 굴린 게 2008년이니, SUV 경력만 12년이네요.
 
처음 신입 교육받을 때는 세단 부서로 갈까 SUV 부서로 갈까 고민했어요미국은 픽업이나 SUV가 잘나가긴 했지만세단도 탐났거든요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패밀리카나 레저용으로 활약할 수 있는 SUV가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죠삶은 대세를 따라가는 거죠.
 
때마침 SUV 부서 선배인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가 후임을 찾고 있고미니밴 부서의 만년 대리 업랜더(Uplander)가 그만둔다고 사표 던지고 나온 터라이 때다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TO 있을 때 바로잡아야죠 뭐.

ⓒ Chevrolet

여차여차해서 SUV 기본 업무를 익히고업무에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해 람다(Lambda)플랫폼 을 선택했습니다.
 
플랫폼이란 사람으로 치면 골격입니다뼈가 있어야 근육과 내장이 자리를 잡고겉을 피부가 덮을 수 있으니 말이죠.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심장(엔진), (연료탱크), 무릎(서스펜션등이 자리를 잡기 위해 플랫폼이 필요하죠대신 사람들과 달리우리 자동차들은 하나의 뼈대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요우리 회사뿐만 아니라다른데도 다 그래요.
 
제각각 다르게 하기엔 직원 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많이 들거든요(소곤~)
 
어쨌든 자동차들의 중심이 되는 이 플랫폼으로 저는 람다 플랫폼을 사용했는데주로 앞 발이나 네 발(전륜 및 사륜)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죠.
 
기본 과정을 배웠다면 이제 외모를 꾸밀 차례입니다처음 선택한 건 쉐비 특유의 외모인단단하지만 세련미를 가진 얼굴과 몸매이었죠무난한 모습이긴 한데제가 뭐 스포츠카나 아주 특별한 차도 아니고 패밀리 SUV 역할만 잘 하면 별 탈 없는데, 무리할 필요는 없잖아요?

ⓒ GM CC BY-SA 4.0

그리고 제 외모는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시퀄(Sequel) 모습을 살짝 참고했어요간장 계란밥에 맛깔나게 간장 한 숟갈 넣듯 말이죠쉐비 패밀리 고유의 외모가 들어갔다 할지라도 나름 특징이 될 만한 이미지는 있어야 하잖아요?
 
콘셉트카란사람으로 치면 실제로 팔지 않지만미래를 제시하는 패션쇼에서 소개된 별난 옷 같은 개념이죠자동차 회사들도 미래엔 이럴 겁니다물론 100% 장담은 못 해요.”라고 외치며 희한한 자동차를 내놓죠.
 
이런 의미에서 시퀄은 미래 수소 전기차를 생각해서 내놓은 미래 느낌 물씬 풍기는 자동차죠.

ⓒ GM CC BY-SA 4.0
ⓒ GM CC BY-SA 4.0
ⓒ Chevrolet
ⓒ Chevrolet

아무튼 시퀄을 살짝 가미해 놓고 보니 2008년 굴러다니던 말리부와 비슷한 V자 느낌이었습니다그게 신참일 때의 제 모습이죠여기 사진 보이시죠요랬어요참고로 이 V자를 쉐브론(Chevron) 문양이라 하는데 해외 리뷰에서 종종 나오는 표현이니까 기억해 두세요.
 
뼈대도외모도 정했겠다 이제 체력을 이야기할 차례네요덩치에 대해서 이야길 안 했는데 FULL-SIZE SUV랍니다얼마나 큰지 모르시겠죠무려 5,207밀리미터였죠. 5.2미터이래도 짐작하기 어려우실 텐데, 요즘 잘 나간다는 팰리세이드 있죠걔보다 227mm나 길어요대충 뻐ㅋ.. 아니 중지부터 손목 끝까지 가 정도 길이만큼 긴 거죠.
 
자동차 세계에선 이 정도면 엄청 큰 차이랍니다이렇다 보니힘이 좋아야겠죠미국 스타일답게 휘발유 먹는 3.6리터 가솔린 심장 박아 넣고 돌아다녔죠숨 한번 스읍~ 빨아들이고 부드럽게 달리는 제 모습은 지금 봐도 참 인상적이었죠.
 
이렇게 덩치 좋고 힘 좋은 저는 안전하기까지 했습니다미국 충돌 테스트에서 거의 모든 시험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았으니추가 설명은 생략할게요미국은 이런 충돌 테스트 외에도 컨슈머 리포트라던가… 아무튼 잘못 걸리면 아주 주옥 되는 평가들이 많아서 대충 준비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한 마디로 튼튼해요덕분에 미국에서 해마다 9만~10만 명에게 영업 뛰며 우수한 실적을 만들어 냈습니다다단계로 치면 다이아 등급 수준이죠(농담)

처음 등장 후 무난히 지내다가 2017년이 되자어느덧 승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일 잘하면 풀 모델 체인지가 이루어지거든요반대로 일 못하면 그냥 짤리는거죠(단종) .
 
풀 모델 체인지란그냥 다 바꾸는 겁니다뼈대부터 심장외모까지게임으로 치면 전사에서 소드마스터로 전직하는거고, 이무기가 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바뀝니다.

ⓒ Chevrolet
ⓒ Chevrolet
ⓒ Chevrolet

2세대로 넘어오면서 간결하면서도 강인한 외모를 표현한 새로운 쉐보레 패밀리의 모습을 이어받았습니다요즘 열심히 일하는 말리부와 비슷한 디자인이죠간혹 “차마다 다 같으면 무슨 의미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각 회사의 가치관을 나타내기도 하고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우리 회사 말고도 모든 제조사들이 전속 성형 전문의를 두고 있습니다현대차가 예전에 피터 슈라이어라는 유명 전문의를 모시고 온 것도 이 때문이죠왜냐중요하니깐요.

ⓒ Chevrolet
ⓒ Chevrolet

 

이것이 적재공간이다 -희망편- ⓒChevrolet

아무튼외모는 쉐보레 다운 모습이고내부도 전형적인 쉐보레 스타일입니다. 데칼코마니 한 듯한 고유 모습이죠게다가 5.2미터에 달하는 덩치 덕분에 널널~합니다. 게다가 한국 자동차들은 못하는 풀 플랫 시트‘ 능력을 배워서 짐도 잘 실어 나르고 간이 캠핑하는데도 문제없어요.

ⓒ Chevrolet

풀 플랫 시트란완벽하게 접히는 의자라는 뜻입니다. 90도 직각으로 평평하게 접혀야 사람이 눕든 물건을 넣든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그러니까저는 진정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녀석입니다.
 
그러니까저는 예의 바른 자동차죠삼강오륜을 익힌 한국 스타일 자동차라 할 수 있겠네요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죠한국 차들은 시트를 접어도 덜 숙인 상태니깐 좀 더 예의범절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흠흠… 이야기가 밖으로 샜네요밑 빠진 독도 아닌데 밖으로 새네요이래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하나 봅니다.

ⓒ Chevrolet
ⓒ Chevrolet

뭘 말하려고 했더라!

제 덩치가 크다는 말은심장도 그만큼 넉넉하다는 의미가 되죠큰 덩치를 움직이기 위해 휘발유 먹는 3.6리터 V형 6기통 심장을 달아서 부드러운 V6 감성을 느끼실 수 있죠.
 
가솔린 심장은 달달 디젤 보다 조용하다.
심장이 큰 만큼 밥도 많이 먹어서 힘도 좋다 (314ps – 36.8kg.m)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던 이 아닌가요배우자가 좋아라 하고 아이들이 궁궐 같다고 기뻐할 겁니다그런데 패밀리 SUV로만 저를 만나기에는 너무 아쉬울 겁니다비싼 돈 주고 계약한 자동찬데그냥 크기만 하면 멋이 살지 않죠.
 
그래서 쉐보레는 항상 이것을 준비합니다.

ⓒ Chevrolet

네 맞아요. ‘블랙입니다정확히는 ‘REDLINE 에디션이죠다크한 반짝이는 블랙 컬러에 연지곤지 찍듯 시뻘건 포인트로 옷을 갖춰 입었습니다마치 검은 양복에 사랑의 열매를 달듯 눈에 띄는 멋입니다물론이렇게 입은 저와 계약한다고 해서 불우이웃 성금으로 나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스포티함은 보장하죠그저 여러분은 돈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이야기하다 보니제가 한국으로 출장 온 이유를 말 안 했네요사실 저는 한국지사 발령(국내 생산)이 아니라미국에서 출장(수출)’ 온 겁니다.
 
미국에서 열심히 일하던 중 사내 메일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어요. “너 한국 출장.”
 
뜬금없이 한국이라니… 거긴 스파크말리부 등 현지 직원들이 일 잘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죠하지만 막상 한국에 가보니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어요공장 하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고나름 한국 내에서 국산차라고 불리던 위치에서 스스로 내려온다고 하질 않나
 
총체적 난국 아닌가요게다가 G4렉스턴으로 모자라팰리세이드모하비 등등 덩치 큰 녀석들이 자동차 시장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참… 하지만 어쩌겠어요여기로 출장 온 만큼실적 올려서 승진의 제물로 삼아야죠.
 
제 몸값은 4500선에서 5500선 사이로모하비와 비슷하죠대신 덩치는 대형SUV 중 가장 커서 더 넓은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들한테는 안성 맞춤입니다그래서 ‘SUV를 넘어 SUPER SUV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그러면서 한국 대형 SUV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포드 익스플로러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지프 그랜드 체로키볼보 XC60, 벤츠 GLE 등을 경쟁상대로 정했죠쉽게 말해서 프리미엄 대형 SUV라 이 말입니다.
 
? “어디 감히 쉐보레가 비교질을?”이라고요아니저는 꿈도 못 꾸나요나름 미국 수입차 딱지 붙이고 오는데프리미엄 딱지 좀 붙여 보겠다는데가격으로 보면 저 친구들보다 최소 2~3천 저렴하고 많게는 5~6천까지도 낮은 게 저랍니다.

ⓒ Chevrolet

저렴하고넓고잘 달리고멋지고딱 아닙니까수입 대형 SUV 고민하신 분들이라면 제가 최고의 차선 책이죠게다가 첨단 기능도안전 기능도 있을 건 다 있어요트레일러 기능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서 캠핑라이프 즐긴다면 저를 외면할 수 없을 겁니다.
 
왜 한국차랑 비교 안 하냐?”라고 물으신다면… 쓰읍…! 조용히 하세요!
 
어찌 됐든, 요즘 쉐보레 인식이 별로인 건 알지만 시간이 약이겠죠 뭐 ㅎㅎ;; 그렇다고 해서 제가 되게 뒤떨어진다거나 그러진 않아요단지 소문이 좀 그래서 그렇지
 
이걸로 제 이야기는 마무리할게요 이야길 더 하고 싶지만 여러분 칼 퇴근도 해야 하고저도 슬슬 이제 영업 뛰러 나가 봐야죠타이어 홈이 닳아서 없어질 만큼 구르면 복이 올지니… 한국에 처음 인사드리는데, 떡도 돌리고 홍보도 하고 그래야죠!
 
다음에 또 봤으면 좋겠네요계약서랑 도장 들고 오면 더 좋고요.
 
다음엔 어떤 자동차가 자기소개하러 올지는 모르지만 저 만큼 매력적인 자동차는 없을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