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념, 22년 만에 바뀐다는 일본 택시가 욕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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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택시가 변화하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을 위해서 중요 교통 인프라인 택시를 전면 개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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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 택시업계는 2017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모델 체인지 없는 도요타의 ‘컴포트’를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차체로 인한 불편한 승차감과 낮은 출력이라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면서,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택시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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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의 단종과 동시에 새로 출시된 도요타의 JPN TAXI(이하 재팬택시)는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MPV 스타일로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장애인의 탑승까지 고려한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 등, 기존의 컴포트보다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본국인 일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장점이라 생각했던 재팬택시의 특징이 일본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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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는 일본 택시업계의 필요악이었다. 비록 출력은 낮지만, 작은 차체로 일본의 좁은 골목길을 종횡무진 누비며, 손님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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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 택시업계는 그랜저에 주목했다.

개인용으로는 너무 비싼 가격과 크기 때문에 배용준을 내세우고도 부가티보다 덜 팔린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용으로서는 그랜저의 2700cc LPI 엔진이라면 빈약한 출력의 컴포트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도로 사정에 그랜저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보니 일부 택시업계에서만 구입하는 조금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다. 이만큼 차제의 크기는 일본 택시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었다.

구형 일본 택시(좌) / 신형 일본 택시 (우) / ⓒ Wikimedia commons CC0

그런데 서구적인 체형에 맞추기 위해 사이즈를 키운 재팬택시는, 거대한 그랜저처럼 오히려 일본의 도로 사정에는 맞지 않았다.

도쿄를 제외한 다른 소도시에서는 골목길을 요리조리 잘 돌아다니는 컴포트를 두고 굳이 큼직한 재팬택시를 구입할 이유는 없다.

한국의 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를 뒤쪽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가진 스타렉스나 카니발, 레이 같은 밴형 자동차가 주로 사용된다.

휠체어 슬로프나 리프트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일부 좌석을 탈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국의 장애인 콜택시는 장애인 등록증을 가진 사람으로 한정하여 따로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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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팬택시는 일반 택시로 콜밴과 장애인 콜택시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천장이 높고 내부 공간이 넓은 MPV에 측면 슬로프를 부착하면 굳이 좌석을 탈거하지 않더라도 휠체어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이 도요타의 주장이었다.

문제는 측면 휠체어 슬로프의 구조는, 일본 내 도로 사정에는 사용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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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아무리 좁은 골목길이라도 차가 진입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후면 슬로프를 이용해 휠체어를 집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측면 슬로프의 경우, 슬로프를 펼치기 위한 일정한 너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좁은 골목길이 많은 일본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재팬택시의 측면 슬로프는 택시 기사가 직접 펼쳐야 하는 완전한 수동 방식이었다.

1. 폴딩 시트를 접어서 휠체어 공간을 확보한다
2. 슬로프를 조립한 뒤 측면에 설치한다.
3. 택시에 탑승하면 휠체어를 90도로 돌려 고정 장치를 설치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슬로프가 내려오는 한국의 장애인 콜택시와는 다르게 재팬택시는 무려 20분 동안 휠체어 이용자와 택시운전사가 지칠 정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승차거부 문제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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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황당하게도 재팬택시의 원형인 도요타 시엔타는 후면 휠체어 리프트 모델이 존재한다.

이 문제에 대해 도요타는 “택시회사의 니즈에 맞춰 LPG를 사용하기 위해 트렁크에 탱크를 설치하여 후면 슬로프를 장착할 수 없다”라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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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올리기 힘든 노인들에게도 재팬택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MPV답게 400mm에 달하는 바닥면 높이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사이드 스텝이라는 장비조차 없다. 평균적인 연석의 높이가 200mm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컴포트보다 100만 엔이나 더 비싼 327만 엔이라는 가격이다. 일방적인 컴포트의 단종으로 일본 택시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재팬택시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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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전동 휠체어 리프트나 전동 사이드스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가격이 나오는 것일까. 재팬택시의 원형인 ‘도요타 시엔타’의 가격이 190~210만 엔인 것을 생각하면, 원가절감을 한 택시 모델이 더 비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계시장 어느 곳에 출시해도 문제없다고 말하던 도요타의 생각과 달리, 재팬택시는 일본 택시업계의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80%
독과점이나 다름없는 도요타의 일본 택시 시장 점유율이다.

전 세계가 칭찬하던 재팬택시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일본 택시업계는 어쩔 수 없이 도요타의 재팬 택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횡포가 아닐까?

어쩌면 이번 재팬택시 논란은 2020 도쿄올림픽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혹여나 일본 내부에서는 숨어서 곪고 있을 또 다른 올림픽 관련 정책이 있는 것은 아닐지 점점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