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마세요, 진짜 팔렸던 차입니다. 일본 경차

기아의 피칸토 X-LINE1)을 보다 보면, 최근 세계적인 SUV 열풍이 정말 굉장하다는 것을 느낀다.
1) 수출형 모닝의 크로스오버 버전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던 모델들을 SUV로 탈바꿈 시키고,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던 자동차들은 어른의 화장을 따라 하는 어린아이들처럼 귀여우면서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차의 이러한 변화를 보다 보면, 조금 의구심이 든다.

초창기 귀엽고 조그맣던 경차들이 가지고 있던 경차로서의 본분은 어디로 갔는가, 이것이 과연 경차가 추구하던 경제성과 미니멀리즘이 맞는 걸까?

경차의 본분, 여기에 있소이다.

ⓒ MITSUOKA-MOTOR.COM

경차의 왕국 일본에서 태어난 이 귀염둥이의 이름은 “미쯔오카 BUBU501”

이 조그마한 꼬맹이가 정말로 잘 달릴 수 있을지 의심이 들겠지만, 엄연히 등록 후 일반 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다.

ⓒ twitter.com-kaorububu

스쿠터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BUBU501은 경차보다 작은 마이크로카에 해당하지만, 경차의 본분인 경제성과 미니멀리즘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BUBU501은 1982년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크로카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던 시기가 1960년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뒤늦은 등장이었다.

게다가 80년대면 한참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던 시기인데, 어째서 미쯔오카는 이런 자동차를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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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자동차의 이름은 “미쯔오카 류기”. 올드카 같은 이 모델은 놀랍게도 출시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신차다. 이처럼 미쯔오카는 일반적인 양산차 업체가 아니다.

미쯔오카는 일본의 10번째 자동차 제조업체지만, 첨단 기술의 자동차가 필수가 된 요즘 트렌트와는 다르게, 성능보다 디자인을 추구하는 자신들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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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창립한 미쯔오카는 평범한 양산차를 클래식카로 개조시키는 일종의 튜닝업체였다.

그러다 80년대에 들어선 미쯔오카는 자신들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80년대는 이미 일본 자동차의 춘추전국시대였기 때문에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처참히 실패할 것이 뻔했다.

정공법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미쯔오카는 이륜차 면허로 50cc 미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었던 당시 일본의 법을 주목했다.

49cc 엔진을 베이스로 한 자동차를 만든다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으로, BUBU50시리즈를 계획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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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미쯔오카는 마이크로카 BUBU501, 큼직한 톨보이 디자인을 가진 BUBU502, 그리고 일자형 바이크 핸들을 가진 BUBU503까지 총 3대의 BUBU50시리즈를 공개한다.

오일쇼크로 전 세계가 경제적 타격을 입던 1980년대, 소비자들은 최대한 경제적인 이동 수단을 원했고, BUBU50은 소비자의 심리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마이크로카의 두 번째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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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1.스쿠터보다 쉽고 안전한 운전
BUBU50은 자동차와 동일한 조작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초심자에겐 조작이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이륜차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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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2.구동방식.
일반적으로 엔진의 힘으로 나아가는 스쿠터와 대부분의 마이크로카는 고속에서 소음이 심하고 후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BUBU50는 가솔린 엔진으로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엔진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후진도 가능했다.

잘 생각해보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방식이니 꽤나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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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3.거주성
몸을 비집고 타야 하는 기존의 마이크로카와 달리 BUBU50은 넓고 높은 공간을 자랑했다.

특히 톨보이 디자인의 BUBU502의 경우는 마이크로가 답지 않은 광활한 내부 공간을 자랑했고 덕분에 높은 시인성과 거주성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마이크로카의 한계상 장거리의 이동은 힘들었지만, 요즘으로 치면 르노의 트위지와 동일한 장점을 가진 최고의 시티카로서 소비자의 호평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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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50cc 미만의 자동차를 이륜차 면허로 운전할 수 있던 법이 개정되면서 BUBU50은 이제 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한 “경차”가 되었다.

이미 자사의 경차가 있던 스즈키나 혼다, 도요타의 경우 굳이 마이크로카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지만, 마이크로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던 BUBU50은 한순간에 피 튀기던 일본 경차 시장으로 떠밀리게 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량 수제작”이라는 미쯔오카의 특징이었다.

가격의 대량생산으로 많은 양을 시장의 공급해야 하는 마이크로카의 특징상, 미쯔오카의 역량으로는 무리였다.

결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BUBU50시리즈는 3년이라는 생산기간에 비해 턱없이 적은 2000대라는 성적으로 85년에 단종된다.

결론적으로, 미쯔오카의 BUBU50은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비운의 명차로 남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은, “경차의 본분”이라는 철학으로 남아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 철학이 경차라는 한계 속에서 극한의 실용성을 뽑아내는 세계적 경차 왕국 일본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대한민국의 티코와 마티즈에서도 찾을 수 있던 “경차의 본분”은 어디로 간 것일까. SUV 따라 점점 더 커지고 화려해지는 지금의 경차를, 과연 경차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뀌어야 하는 것은 경차가 아니라, 실용적인 경차를 하찮게 여기는 우리의 생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