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네!” 내 차에 숨어있는 의외의 사실들

현대자동차의 대형SUV “팰리세이드”는 내수 모델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2개의 주간주행등을 가지고 있는 수출형 팰리세이드와 달리, 내수형 팰리세이드는 상단과 하단을 이어주는 작은 주간주행등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연구해온 디자인일텐데 아무런 이유없이 갑자기 내수형과 수출형의 차이를 두었을 리는 없다. 팰리세이드는 왜 굳이 내수형에만 이런 디자인의 차이를 둔 것일까?

정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주간주행등을 좌우 1개씩으로 규제한“법”때문이다.

보기에는 수출형보다 1개 더 많은 주간주행등을 가진 것 같지만, 법적으로 내수형 팰리세이드의 주간주행등은 1개로 취급된다. 3개의 주간주행등의 간격이 75mm이하이기 때문이다.

덕분인지는 몰라도 팰리세이드의 작은 라이트는 규제를 맞추면서, 나름 라이트의 디자인을 완성시킨 화룡점정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었다.

자동차 역사에는 이렇게 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존재한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디자인을 몇 개 선정해보았다.

눈 가리고 아웅-팝업 헤드램프

자동차왕국 미국은 늘 “규제의 밭”이었다. 북미 시장은 모든 자동차기업이 꿈꾸는 “황금의 땅”이지만, 약속의 땅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개발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헤드램프 규제는 북미시장을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첫번째 산이었다. 헤드램프가 자동차의 가장 필수적인 안전기능으로 자리잡던 시기, 미국은 아예 헤드램프를 규격화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40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직경 7인치의 표준 헤드램프만 장착할 수 있었다. 모양이나 크기, 장착 수 등의 기준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이러한 헤드램프 규제는 1983년까지 무려 43년동안 유지되었다.

ⓒ Wikipedia CC0

표준화된 헤드램프는 디자이너들에게 그야말로 골칫덩어리였다. 내수 시장에서 잘 다듬어 놓은 디자인을 북미 시장에 수출하려면, 미국의 표준 헤드램프를 넣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꿔야 했다.

ⓒ Wikipedia CC0

하지만 이런 규제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탄생한다. 바로 “리트럭터블 라이트”라고 불리는 팝업 헤드램프의 등장이다.

표준 헤드램프를 차체 속으로 숨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었다. 이런 방식은 기존의 디자인을 헤치지 않으면서 날렵하고 매끈한 차제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 WIKIMEDIA COMMONS CC0

이렇게 미국 해드램프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팝업 해드램프는 한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으로 남을 수 있었다. 과거의 큰 추억으로 남은 전격Z작전의 키트처럼 말이다.

ⓒ WIKIMEDIA COMMONS CC0

하지만 복잡한 구조로 인한 낮은 정비성과 팝업 해드램프를 작동시키는 부품의 무게로 무너지는 차체 밸런스 등등 팝업 해드램프는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차량 중심의 안전 규제가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보닛 위로 돌출된 팝업 헤드램프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2004년 5세대 쉐보레 콜벳을 마지막으로 팝업 해드램프는 자동차업계에서 사라지게 된다.

미국에 오려는 자, 충돌을 버텨라-5마일 범퍼

팝업 헤드램프와 함께 당시 북미 수출용 자동차를 대표하는 디자인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툭 튀어나온 “5마일 범퍼”다.

범퍼는 자동차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충돌시 1차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면서 차의 부품과 차체를 보호하는 범퍼는 자동차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 범퍼까지도 일정성능을 요구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1971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시속 8km(5마일)의 저속에서 충돌했을 때, 범퍼가 모든 피해를 흡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한 “5마일 범퍼”규제이다.

“5마일 범퍼”규제가 등장하면서 수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다양한 범퍼를 내놓기 시작했다. 고무나 우레탄처럼 신축성이 뛰어난 소재나 자바라를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이러다보니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자동차들의 범퍼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확실히 이러한 범퍼는 자동차를 충돌로부터 지킬 수 있었지만, 문제는 보행자와의 충돌에 있었다. 튀어나온 범퍼는 보행자와 충돌 할 경우 무릎 탈골이나 골절을 유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빠르게 인지한 기업은 볼보였다. 안전의 대명사답게 볼보는 보행자의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범퍼 디자인 수정에 나선다.

가장 중요한 디자인의 변화는 툭 튀어나온 범퍼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범퍼가 있는 곳까지 끌어내서 보행자가 충돌해도 안전하도록 평평한 앞부분을 만든 것이다.

“5마일 범퍼”규제를 충족시키면서도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시작된 범퍼 기술의 발전은 흉기와도 같던 거대한 범퍼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보행자를 지켜라!-본넷 엠블럼의 변화

볼보의 노력으로 시작된 디자인의 변화는 수많은 자동차 기업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의 시대를 여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보행자를 지키는 디자인이 중요해지면서, 충돌 시 보행자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본넷 엠블럼은 안전평가에서 감점의 요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한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표현하는 거대한 엠블럼도 안전을 위해 변화가 필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상징과도 같은 본넷 엠블럼을 없애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본넷 엠블럼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던 일부 브랜드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안전한 엠블럼을 만들게 된다.

ⓒ PIXABAY CC0
ⓒ PIXABAY CC0

벤츠는 접히는 엠블럼을 장착했다. 충돌시 엠블럼이 접히면서 부상을 최소화 하는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방법이다.

롤스로이스는 좀 더 독창적인 방법을 채택했다.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환희의 여신상”을 아예 본넷 안으로 넣을 수 있도록 하여, 충격을 받는 순간 재빨리 엠블럼을 집어넣어 보행자의 부상과 엠블럼의 손상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회사들은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하며 자신들의 디자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디터 한마디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 中-

자동차는 늘 규제와 함께 해 왔다.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시작된 수많은 규제는 이제 보행자와 환경까지 생각한다.

규제는 자동차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일종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규제가 있기에 세상에 등장한 아이디어들이 지금의 자동차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