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는 겸손하다고?” 과시욕의 끝판왕 ‘VIP 카’

ⓒ HONDA

경차의 나라’, ‘축소 지향적인 나라’ 일본 자동차 문화는 경차와 실용성으로 대표된다. 가끔 이런 일본에 비교하며 자동차를 그저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하는 한국의 자동차 문화를 비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모든 일본인이 실용적이고 겸손한 경차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자동차 문화 깊숙한 곳에는 광기에 가까운 과시를 보여주는 자동차, ‘VIP카’가 존재한다.

VIP카는 무엇일까?

VIP카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뜻하는 ‘VIP’와 자동차를 뜻하는 ‘카’의 합성어로 VIP를 위해 만들어진 고급차를 튜닝하는 튜닝 장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VIP카의 운전자는 대부분 평범한 사회인이다.

화려한 LED와 각종 튜닝으로 무장한 VIP카는 한국에서 ‘정션 튜닝’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정션’은 VIP카를 만드는 튜닝업체의 이름으로, 튜닝의 장르를 뜻하는 정확한 이름은 아니다.

이런 독특한 장르는 80~90년대 광기의 버블경제 시기가 남긴 흔적이다.

ⓒ DAKI POST

버블경제를 거치며 초고성능 스포츠카가 쏟아져 나오던 90년대 일본의 도로는 새벽이 되면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폭주족의 천국이 되었다.

특히 도쿄의 ‘수도 고속도로’와 오사카의 ‘한신 고속도로’는 자동차를 최고 속도까지 밀어붙이는 일명 ‘하시리야’의 질주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 하시리야 : ‘달리다’라는 뜻의 ‘走り(하시리)’와 ‘가게’라는 뜻의 ‘屋(야)’의 합성어, 폭주를 업으로 삼은 사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경찰청에서 대대적인 폭주 단속을 시작하면서, 속도를 자랑하기 위해 달리던 하시리야는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때 하시리야의 눈에 들어온 자동차는 바로 고급 대형 세단이었다. 돈이 넘쳐나던 버블경제 시기, 일본의 자동차 기업은 너 나 할 것 없이 고급 대형 세단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중고차 시장에는 싼 가격의 중고 고급 대형 세단이 쌓여가고 있었다.

내 자동차를 봐줘!

속도를 과시하기 위해 도로를 폭주하던 하시리야는 스포츠카를 거대한 대형 세단으로 바꾼다. 여기에 화려한 LED와 거대한 휠, 시끄러운 머플러, 바닥을 쓸고 가는듯한 낮은 서스펜션을 달고 정속 주행을 하며 자신의 멋진 작품을 과시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VIP카의 시작이다.

달리는 시간보다 주차장에 세워진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VIP카는 점점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LED를 달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를 만든다거나, 모니터와 스피커를 달아 큰 소리로 노래를 트는 등 광기와도 같은 과시욕을 보여주었다.

이런 VIP카 문화는 점점 거대해지면서 ‘정션’ 등의 VIP카 전용 튜닝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전국 수준의 대회까지 개최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일본 튜닝 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누구를 위한 튜닝인가

VIP카는 과시를 위해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가격이 싼 오래된 중고 세단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수리 부품의 확보가 어렵고, 고급 세단답게 수리 가격도 상당히 고가다.

또한 도로 사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낮은 차체는 방지턱이나 연석, 심지어 건널목조차 넘지 못해, 자동차로서의 실용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눈길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자칫하면 차량 검사를 통과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일반 운전자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폭주와의 전쟁은 끝낼 수 있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를 점령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트는 등의 행동은 시민들에게 또 다른 불편함을 안겼다.

ⓒ TOYOTA

고급 대형 세단의 이미지 악화는 소비자와 자동차 기업에게도 큰 악영향을 미쳤다. 명예와 품격의 상징이던 고급 대형 세단이 순식간에 폭주족으로 간주되면서 기존의 오너들이 오해를 받거나 이미지가 나빠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에디터 한마디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선 한국의 튜닝 문화는 일본 튜닝 문화의 잘못된 선례가 남긴 교훈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동차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꾸는 것은 좋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준법정신을 가져야 선진화된 튜닝 문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