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나오겠는데?” 국산 800 km 전기차 등장, 기대해도 될까?

전기차의 최대 약점은 주행거리다. 가장 대중적인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을 기준으로 부산 직전까지 갈 수 있으나, 편도행 티켓일 뿐이다. 대략 일반 내연기관 모델보다 200~300km 정도 주행거리가 부족해, 서울을 기준으로 수도권 내에서 주로 운행하기에 적합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통형 배터리 대신 파우치 형태의 배터리를 탑재해 공간 활용성을 끌어올리거나 배터리 자체의 충전 성능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배터리로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3세대 전기차에 해당하는 쉐보레 볼트, 코나 일렉트릭, 테슬라 모델 3의 경우 3~5백 km 주행거리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 이상은 차체 크기를 늘려 그만큼 배터리를 더 많이 탑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배터리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흔히 현재 전기차에 활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대안으로 각광받던 <전고체 전지>의 등장이다.

현재 전자기기를 시작으로 자동차까지 폭넓게 적용 중인 리튬이온 전지는 안전하지 않다. 송곳으로 찌르거나 애완견이 이빨로 전지를 물어뜯는 등 충격이 가해지면 화재 혹은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리튬 이온 전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전해질’ 때문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재 – 음극재 – 전해질 – 분리막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전해질을 통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온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전기 에너지가 발생한다. 다만 이온이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전해질은 기름과 비슷한 유기 액체로 되어있어, 온도가 높아지거나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터지기 쉽다.

물론, LG 등 글로벌 기업에서 충격에 강한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들기는 했지만, 전자기기에 국한되는 등 제한적이다.

배터리 관련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리튬 이온 전지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고체 전지> 개발이 필수다.”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고체 전지란, 기존 리튬 이온 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기존 액체 형태의 전해질이 불안정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개선한 것으로, 배터리 제조사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명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액체 전해질을 세라믹 소재 등 특수한 고분자 고체 물질로 바꾸면 화재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용량과 부피, 형태 변형이 매우 자유로워, 원하는 모양과 크기로 찍어낼 수 있다.

특히 기존 리튬 이온 전지처럼 폭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보호회로와 누액 방지 부품 등 별도의 부착물이 필요 없기 때문에 더 가벼우며, 단위 면적당 에너지 저장 공간이 늘어난다.

실제로 일반적인 리튬 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1 kg당 255 Wh(와트시) 수준이라면, 전고체 전지는 이론상 1 kg당 495 Wh까지 올라간다.

ⓒ 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는 전고체 전지 기술을 개발해,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내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이 기술은, 전고체 전지 개발에 그치지 않고 수명과 안정성을 높이고 부피까지 줄이는 독자 기술로 저명한 글로벌 과학 저널,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되었다.

삼성전자의 전고체 전지는 전기차 배터리 크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으며, 1회 충전에 무려 800 km 나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용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1천 회 넘게 충전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 최소 80만 km 주행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배터리보다 자동차 관련 다른 부품이 먼저 마모되어 망가지는 수준이다.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의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전기차 바닥에 탑재된 배터리들 (예시사진)

코나 일렉트릭을 예시로 든다면, 지금보다 수 백 kg 이상 가볍지만 주행거리는 두 배 넘게 증가하는 마법 같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동일 부피만큼 전고체 전지를 채운다면 주행 가능 거리는 1천 km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완충에 필요한 시간이 20분 이내인 초고속 충전 기술이 적용된다면 내연기관의 종말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다.

삼성전자의 전고체 전지 개발의 핵심은 전고체 전지의 약점인 ‘덴드라이트(Dendrite)’를 해결했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전고체 전지는 배터리 음극 소재로 리튬 금속을 사용한다. 다만, 리튬 금속은 충전 시 표현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덴드라이트)’가 발생하여 배터리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과 안정성을 낮춘다.

삼성전자는 덴드라이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 전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Ag-C Nanocomposite Layer)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 적용으로 전고체 전지의 수명과 성능 증가를 기대할 수 있고,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바로 이 핵심기술 덕분에 기존 리튬 이온 전지의 절반 크기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 ionicmaterials
ⓒ ionicmaterials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5년간 100조 원을 투입하는 현대자동차도 일찌감치 전고체 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만 삼성이 아닌 미국의 전고체 전지 개발업체인 아이오닉 머터리얼스에 투자해 전고체 전지 확보에 나섰다.

다만, 현대자동차가 LG화학 등 굴지의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 소규모 기업과 손을 잡은 것은 다소 의아스러운 움직임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원천기술을 확보한 후 직접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실 이러한 예상을 내놓는 데에는 토요타의 전기차 개발과 관련이 있다. 토요타의 경우 2022년까지 전고체 전지를 자체 개발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은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은 토요타와 일본 경제산업성 주도로 전고체 전지를 개발해 550 km 주행 가능 거리를 갖춘 전기차를 시작으로 2030년 800 km에 달하는 장거리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토요타와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닛산, 혼다 파나소닉, 도레이 등 자동차와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총출동한 상황이다. 그만큼 전고체 배터리와 전기차 시장을 누가 선점하는가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일본 정부와 기업의 움직임 등 여러가지를 미루어보아,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인 것이다.

전기차는 오래전 건전지와 모터로 구성된 미니카와 비슷한 원리다. 일반 건전지보다 노랗거나 하얀 충전지가 더 빠르고 오래가듯, 일반 리튬 이온 전지에서 전고체 전지로 갈아타야 더욱 높은 상품성을 지닌 전기차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고체 전지 개발이 한창이다. 혹자는 “아직 전고체 전지는 실험실 단계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미 상용화 직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예상이지만, 최근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전기차 중고차 보장 프로그램 빌리브(beliEVe)도 가까운 미래에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모델로 기존 전기차 오너들을 유도하려는 ‘큰 그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전고체 전지가 탑재된 모델이 실제로 출시된다면 독자 여러분은 내연기관 차를 뒤로 한 채 전기차로 갈아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