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씨티카 2,809만원 르노 조에, 이런 느낌입니다

ⓒ르노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이다. 작고 느리고 못생긴 저속 전기차가 주를 이루던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젠 어디를 가든 전기차가 발에 챌 정도로 많다.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는 “자고로 자동차라 하면, 살아 숨 쉬는 엔진의 고동소리가 느껴져야 한다.”라고 말하던 필자의 관념까지 바꿔놓았다. 심지어 내연기관을 버리고 진지하게 전기차를 구입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전기차 따위는 줘도 안 탄다.”라고 말하던 사람은 어디로 갔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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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 시승한 르노의 전기차 ‘조에’는 필자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지금껏 타본 전기차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가지 아쉬운 단점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주머니 속에 조에의 키가 있을 지도 모른다. 정말 탐나는 차가 아닐 수 없다.

담백한 유럽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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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는 르노의 아이덴티티를 진하게 품고 있다. 르노 특유의 C-쉐이프 주간주행등과 세련된 로장주 엠블럼, 그리고 유럽 해치백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화려하고 유니크한 모습에만 치중한 국산 전기차에 비하면, 조에의 디자인은 심플하고 담백하다.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는 실용적인 차를 고르는 유럽 소비자들의 특성과 일치한다. 대신 측면에 캐릭터 라인을 살짝 더해 심심함을 덜어냈다. 르노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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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미를 고려한 점 또한 돋보인다. 조에는 공기저항으로 인한 풍절음을 줄이고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뒷좌석 문 손잡이를 유리창 부분에 숨겨두었다. 다만, 손을 집어넣어서 당기는 방식인 스파크와 달리, 조에는 모서리를 눌러야 손잡이나 나와서 사용하기 약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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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또한 간결하기 그지없다. LED 다이내믹 턴 시그널 방식이 적용된 마름모 모양의 테일램프를 제외하면, 크게 눈에 띄는 특징이 없다. 불필요한 장식이 없어서 그런지, 둥글둥글하게 부풀린 빵빵한 뒤태가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장난삼아 바늘로 찌르면 터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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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크기 또한 실용적인 유럽 스타일이다. 조에의 제원은 길이 4,090mm, 너비 1,730mm, 높이 1,560mm로, 현대자동차의 엔트리 SUV 베뉴와 비슷하다. 즉, 경차보다는 조금 크고, 준중형 해치백보다는 조금 작다. 좁디좁은 도심을 기민하게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실용적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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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의 트림은 엔트리 트림인 젠(ZEN), 중간 트림인 인텐스 에코(INTENS ECO), 최상위 트림인 인텐스(INTENS) 등 총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최상위 트림의 경우 가죽 내장재가 적용되며, 하위 트림은 독특하게도 친환경 소재인 ‘업사이클 패브릭(천 재질)’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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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최상위 모델인 ‘인텐스’ 트림이기 때문에, 가죽 내장재가 적용되어 있었다. 물론 친환경차라는 특성상 업사이클 패브릭이 더욱 어울리겠지만, 고급스러움과 촉감은 역시 가죽 내장재가 한수 위다. 아무리 마감이 깔끔해도, 천 재질 특유의 저렴한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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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의 상징인 전기차답게, 조에의 실내 이곳저곳에는 첨단 편의 사양이 적용되어 있다. 10.25인치 TFT 클러스터는 직관적인 그래픽 덕분에 시인성이 뛰어나며,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미래지향적이면서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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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물리 버튼을 적용한 공조 기능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터치 방식의 공조 기능은 운전 중 사용하기 매우 불편하다. 첨단 기술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반면, 조에는 이와 같은 트렌드와 상반되는 물리 버튼을 적용했다. 오래간만에 만난 아날로그 감성이 무척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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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을 보면, 조에가 유럽 출신의 해치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평평하고 드넓은 338L의 적재공간은 무엇이든 손쉽게 실을 수 있을 만큼 광활하다. 시트를 폴딩 할 경우, 웬만한 소형 SUV가 부럽지 않은 1225L의 공간이 드러난다. 다만, 시트가 접힌 부분에 턱이 생기는 것과 완전히 평평해지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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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타고 다니는 시티카로 사용할 경우, 조에는 완벽에 가까운 자동차다. 그러나 2명 이상 타기 시작하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2열 공간을 희생하여 트렁크 공간을 할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2열 레드룸과 헤드룸이 굉장히 협소하다. 키 180cm의 건장한 성인이 탈 경우, 편한 자세로 앉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2열 하단에 배터리가 자리 잡은 것을 감안해도 너무 좁다.

물론, 1인당 자동차 보유수가 높고, 직접 운전하길 좋아하는 유럽의 운전자에게, 뒷좌석은 아이들만 타거나 짐을 싣는 보조적인 공간에 불과하다. 여럿이 함께 차를 타는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것이다. 패밀리카를 찾는다면, 다른 전기차를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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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홀더의 위치도 너무 애매하다. 콘솔박스 하단에 위치해 있다보니, 음료를 넣고 꺼내기가 굉장히 버겁다. 테이크아웃 커피는 혹여 쏟아질까 봐 집어넣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프랑스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커피 없이 못하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불편한 설계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팔걸이를 제거하고, 컵홀더 자리를 더 할당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부드러운 주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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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상 조에의 퍼포먼스는 다른 전기차에 비해 낮은 편이다. 가장 대중적인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의 최대토크는 40.3kgf · m에 이르지만, 조에의 최대토크는 25kgf · m에 불과하다. 다만, 코나 일렉트릭에 비해 차체가 작고 가벼운 덕분에, 토크의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울러 조에의 주행 성능은 여타 전기차와는 조금 다르다. 초반부터 최대토크를 뿜어내며 강하게 치고 나가는 타 브랜드의 전기차와 달리, 조에는 가솔린 자동차처럼 차분하고 부드럽게 나아간다. 덕분에 쓸데없는 휠 스핀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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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인 ‘회생제동’ 또한, 여타 전기차와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급하게 제동을 걸거나 울컥거리는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특히 D 모드에서는 회생 제동이 거의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회생제동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도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D에 위치한 기어를 아래로 한번 내리면, 회생 제동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B 모드가 활성화된다. 다만, B 모드에서도 회생 제동의 강도는 타 브랜드에 비해 약하다. 원 페달 드라이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운전자라면, 제동력에 아쉬움을 느낄 것 같다.

한편, 코너링에 강한 해치백의 특성과 하단에 배터리를 몰아넣어 무게 중심이 낮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특성이 합쳐진 덕분에, 조에의 고속 주행감과 코너링 성능은 매우 안정적이다. 작은 차로 경쾌하게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유럽 운전자들의 특성을 쏙 빼닮았다.

여기에 1회 충전으로 309km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장착해, 도심은 물론 장거리 주행 및 드라이빙까지 가능하다. 심지어 전기차 주행거리에 취약한 추운 날씨에도 236km나 주행할 수 있으니, 겨울철 주행도 걱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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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에의 뒷좌석 승차감은 매우 형편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떤 자세를 잡아도 편하게 앉는 것이 불가능하다. 장거리 이동은커녕, 단 한 시간도 버티기 힘들 정도다. 단, 골탕 먹이고 싶은 친구나 상사를 태우기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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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주행 보조 사양의 부족함도 아쉬움이 남는다. ‘차선 이탈방지 보조’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지원하는 타 브랜드의 전기차와 달리, 조에는 ‘차로 이탈경고’와 ‘사각지대 경고’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그나마 시티카의 필수 덕목인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이 있는 게 위안이 된다.

에디터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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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전기차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주행성능, 시티카로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실용성과 주행거리를 갖추고 있지만, 부실한 첨단 주행 보조사양과 2열 공간이 발목을 잡는다.

대신, 가성비를 따진다면 이만한 전기차가 없다. 서울시의 경우 보조금을 적용하면 최저 2,809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는 타 브랜드 전기차 대비 200~500만 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게다가 르노삼성자동차의 A/S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으니, 유지 보수의 부담이 적다.

정리하자면, 조에는 혼자 운전하는 것을 즐기며, 실용적인 차를 원하는 유럽 스타일 운전자에게 딱 맞는다. 특히 도심에서 간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세컨드카를 찾는다면, 이만큼 훌륭한 선택지가 없다.

조만간 전기차를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조에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