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알아서 비켜가시던가?’

‘개 초보운전 개같이 운전합니다!’

‘핵 초보! 건들면 폭발.’

‘오빠, 나 처음이야~.’

‘전진이 R이었던가?’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지 아리송하게 만드는 문구들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운전 초보입니다.”를 말하려고 나름 센스 있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선택한 것이겠지만, 보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도발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큼지막하게 A4용지로 출력한 ‘초 보 운 전’을 붙여놓거나 ‘초보운전,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제대로 된 내용을 차량 뒷유리에 붙였을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비켜주고 싶고 앞 차량이 무언가 실수를 하더라도 “뭐, 초보운전이니까 봐주자.”등 나름 관대한 자세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초보운전 표시에 대한 이렇다 할 규정이 없다 보니 스티커 디자인이 서로 다르며 대부분 가까이 다가가야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초보운전자의 사고율은 40%에 달한다. 10명 중 4명꼴로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낸다는 의미이며, 이는 해외 또한 비슷하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초보운전자임을 알리는 다양한 제도와 표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 곳곳에서 초보운전 표시를 어떻게 하고 있을지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서 초보운전 표시를 하나로 통일해 운영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자..

미국 뉴저지 주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초보운전 표시를 부착 한 후에 사고 감소율이 9.5%에 달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저지 주에서 초보운전 표시는 ‘카일리 법(Kyleigh’s Law)’에 따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사항이다.

카일리 법은 2010년 5월부터 시행된 교통관련 법안으로, 2006년 워싱턴에서 같은 10대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Kyleigh D’Alessio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당시 운전자는 십 대 운전자들에게 적용되는 GDL(Graduate Driver Licensing) 제도를 위반한 상태에서 인명피해를 냈기 때문에 미국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로 인해 법안 일부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되면서 카일리 법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것이다.

법안 내용 일부를 살펴보면, 보호관찰 대상인 21세 미만의 운전자이거나 임시면허 운전자는 보호자 및 보호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동승해야 한다.

그리고 오후 11시~오전 5시 사이에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핸즈프리 등 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모든 전자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적색 스티커를 차량 앞뒤 번호판에 부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해당 표시를 부착한 뒤 다른 운전자들이 초보운전자임을 쉽게 알게 됐고, 적절한 대처로 이어져 교통사고 예방효과를 가지게 됐다.

물론, 무작정 적색 스티커를 붙인다고 해서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법안 시행과 함께 폭넓은 정부의 홍보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초보운전임을 나타내는 표시가 가지는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일반 운전자와 초보운전자를 구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초보운전자 표시로 영국의 L-플레이트(L-Plate)가 있다. 직역하자면 L 표시가 적혀있는 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사실 영국 외에도 아일랜드,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도 이와 유사한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이 L 표시는 ‘Learning(학습)’을 의미하며 흰 바탕에 적색 L과 녹색 L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적색 L의 경우 임시면허로 이해하면 된다.

영국의 경우 강사가 아니더라도 정식 면허가 있는 사람을 조수석에 동승 시킬 경우 임시면허를 발급받은 운전자가 운전을 할 수 있으며 대신 차량 앞, 뒤에 적색 L 표시를 부착해야 한다. 이 표시를 부착한 경우 고속도로 주행이 금지된다.

그리고 녹색 L 표시는 갓 면허증을 딴 초보운전자를 의미하며, 적녹 색맹 운전자들을 위해 L자 밑에 ‘New Driver’문구가 추가되어있거나, 견습 운전자임을 나타내는 ‘Probationary’의 약자 P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색 L 표시와 달리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의 필요에 의해 사용된다.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은 본인의 운전 실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녹색 스티커를 그대로 붙이고 운전하기도 한다.

러시아도 나름 초보운전임을 알리는 표시를 가지고 있다. 2009년 도입된 것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티커 도입을 주도해서 ‘푸틴의 노란색 사각형’이라는 별칭이 있다.

도입 당시 러시아 교통부 관계자는 “초보 운전자와 일반 운전자 모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한 운행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표시는 15cm 노란색 바탕 정사각형에 검은색 느낌표 표시가 그려져 있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어떤 표시인지 한 번 알아두면 특별히 기억하지 않아도 곧바로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이 표시를 운전면허 취득 후 2년 동안 부착해야 한다.

초보운전 표시에 대해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쇼신샤 표시도 좋은 예시다.

쇼신샤는 한문으로 쓰면 ‘初心者’로, ‘초심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간혹 초보라는 의미에서 ‘와카다(새싹) 표시’로 부르기도 한다.

이 표시는 1972년 도입한 것으로 노란색과 녹색이 반반씩 새싹 모양에 칠해져 있다.

일본에서는 운전면허 취득 후 1년 동안 차량의 앞과 뒤에 쇼신샤 표시를 붙여야 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붙이고 다닐 수 있으며 만약 원치 않을 경우 제거하면 된다.

쇼신샤 표시는 일종의 초보운전자 보호 용으로, 이 표시를 붙인 차량에 위협을 가하면 벌점이 부과된다.

사실 우리나라도 초보운전 표시제도를 꽤 오랫동안 운영했다. 1975년 6월부터 1년 미만 운전자에 한해 초보운전 표지 부착을 권고할 정도로 나름 의미 있는 제도를 운용했다.

그리고 1994년 10월, 초보운전 표시 부착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다.

그러나 꾸준히 유지될 줄 알았던 초보운전자 표시 제도는 1999년 갑자기 중단됐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시행 중단의 원인이 되었는데, 초보운전 표시로 인해 난폭 운전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장롱면허 소지자 증가로 인한 실효성 논란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폐지된 이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초보운전 스티커들이 난무하면서 사실상 초보운전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때문에 초보운전자들이 개별적으로 초보운전자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문구를 붙이지 않으면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인해 교통사고의 희생양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게다가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 개정 직전 운전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들의 경우 더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교통안전을 위해서 초보운전임을 알 수 있는 표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초보운전자에 대한 양보 등 운전자들의 의식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기 때문에 도입 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가장 단적인 예로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지나가면 이제는 대부분 길을 터주는 모습이 있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운전 문화를 바탕으로 ‘초보운전자 스티커 부착 제도’를 다시 도입해 초보 운전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주변 운전자들이 방어운전을 할 수 있도록 대처할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초보운전 표시 제도를 보면 공통적으로 간단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단순함 또는 기호화’가 핵심요소다.

미국의 경우 번호판 좌측 상단에 빨간 스티커를 부착해 초보운전자임을 쉽게 알 수 있고, 영국은 L과 P 등 초보 운전자를 나타내는 문자와 함께 적색, 녹색으로 현재 운전자가 운전 연수 중인지, 갓 면허를 딴 운전자인지 구분했다.

러시아는 노란 정사각형 바탕에 느낌표를 포함시켜 문자를 모르는 사람도 “초보운전자구나”하고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일본 또한 쇼신샤 표시를 도입해 초보운전자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국가들은 단순히 초보운전자를 구분하기 위해 특별한 표시를 도입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초보운전자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잘못된 운전으로 사고를 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함께 포함되어있다.

즉, 초보운전자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단순화, 기호화를 거친 표시를 도입해야 하며 초보운전자들이 올바른 운전 습관을 유지하도록 법적으로 일정 부분 제한함과 동시에 주변 운전자들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초보운전 표시를 부착해도 차량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디자인이 포함된다면 금상첨화다.

한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70%가 “대놓고 다니기에는 부끄러워서”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밖에 나머지 30%는 “뒷부분 시야 가림 현상 등으로 위험해서, 무시해서 등이 차지했다.”

응답자의 70%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인 주된 이유로 “외관상 촌스럽고 내가 운전을 잘 못한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심리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초보운전 스티커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스티커의 경우 오히려 주변 운전자들을 도발하기까지 해 초보운전자 표시 디자인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종합해보면, 스티커를 붙여도 차량 외관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 요소와 초보운전임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요소가 합쳐져야 한다.

또한 초보운전 표시가 너무 커서 후방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적당한 크기로 적절한 위치에 부착하는 방안도 살펴봐야 한다.

초보운전자와 일반 운전자를 구분하기에 앞서 서로 운전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초보운전자들이 제대로 배운다 하더라도 이론과 실전은 다르기 때문에 주변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반 운전자들이 초보운전자를 멀리서 알아보고 미리 양보하거나 배려할 수 있도록 초보운전자 표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초보운전자들이 실제 도로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의무적으로 스티커를 붙이게 해서 운전 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초보운전자란 운전면허를 처음 발급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운전자.”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들도 초보운전자를 2년 미만의 운전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 교통 연구기관에 따르면 초보운전자가 운전에 익숙해지려면 최소한 6~8년의 운전 경험과 최소 10만 km 이상의 주행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운전에 익숙해진다는 의미는 개개인이 자동차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운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성인으로서 성숙한 자세를 얼마나 잘 보이는 가로 정의하고 있다.

6년~8년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한 2년 동안은 운전을 배운다는 의미에서 이에 적합한 표시를 차량에 부착해야 하지 않을까?

초보운전자 표시는 부끄러움과 무시의 상징이 아니다. 도로 위 운전자로써 나와 주변 운전자, 그리고 보행자를 지킬 책임감을 배우는 중인 성인임을 나타내는 증표다.

이점 꼭 기억하여 초보운전자들은 당당하게 초보운전임을 밝히는 스티커를 붙이고, 정부는 도로교통안전을 위해 다시금 중단되었던 제도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미 불명 초보운전 스티커, 이제는 변해야 할 때!

글 / 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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