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동차들을 보면 앞부분이 낮고 직선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둥근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디자인도 비슷하다. 물론 세부 디자인을 보면 분명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보닛의 높이와 디자인 등 일부 요소는 비슷한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서로 벤치마킹하다 보니 비슷해지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주장이 어느 정도 맞기는 하다. 디자인 트렌드로 인해 서로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요 원인은 따로 있다.

자동차 보닛 부분이 점차 높아지고 비슷한 디자인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보행자 안전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연구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와 보행자 사이에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행자는 자동차의 범퍼, 보닛, 앞 유리, 지붕 등과 직접적으로 부딪혀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차량과 부딪힌 후 도로 위로 떨어져 2차 부상을 입거나, 차 밑으로 깔리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여기서 보행자가 차량 보닛에 부딪히는 상황을 보면, 보통 머리가 가장 먼저 보닛과 충돌하게 된다. 이때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치명상으로 이어져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되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다.

구체적으로 보행자가 보닛 아래 하드 포인트(인테이크 매니폴드 등 단단한 엔진 부분)나 후드 앞에 우뚝 솟은 오너먼트(엠블럼) 등에 충돌해 큰 부상을 입는다.

이런 이유로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기관 (Euro NCAP)은 1997년부터 보행자 상해 테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 NCAP 보행자 상해 테스트는 보행자가 40km/h로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했을 때 머리, 무릎 위, 무릎 아래에 얼마나 상해를 입는지 평가한다.

40km/h인 이유는 도심지에서 보행자 사고가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도심지 평균 주행 속력인 40km/h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2016년 도입된 자동 긴급제동 기능(AEB)까지 운전자 안전과 더불어 보행자 안전을 신경 쓰고 있다.

여기서 머리 충돌 부분을 잠시 살펴보면, 어른과 어린이가 차량에 부딪혀 보닛과 충돌했을 때 얼마나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는지 실험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인형 머리를 차량 보닛에 40km/h 속력으로 충돌시킨다. 그리고 실험 결과에 따라 양호, 적절, 한계치, 취약, 불량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유럽 내에서 NCAP 등급은 소비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위의 기준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보닛 부분이 높아지면서 보닛과 하드 포인트 사이 간격이 높아지게 되었고, 납작한 엠블럼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기에 충격 완화를 위한 스프링이나 가스식 인젝터, 에어백 등이 보닛에 적용되어 충돌 직후 보닛이 튀어 오르도록 안전장치들이 장착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닛 부분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요약하자면, 보행자가 자동차와 부딪힐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 보닛의 높이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보닛 부분 외에도 자동차 전면 디자인이 과거에 비해 뭉툭해진 이유도 보행자 안전과 관련이 있다. 전면부 그릴 부분이 직각에 가까운 완만한 곡선 형태일 때 과거 돌출형 디자인에 비해 보행자 다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 큰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고 했다.

1980년대 초 디자이너 헬무트 에스링커는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Form follows feelings)”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 디자이너들은 “형태는 안전을 따른다. (Form follows safety)”를 외치고 있다.

자동차도 크게 보면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1980~1990년대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멋과 더불어 안전까지 생각한 디자인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보닛은 시대의 요구에 맞춰 모습을 바꾼 것이다.

앞으로 어떤 디자인 트렌드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위와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자동차 보닛, 예전보다 높고 둥근 이유?

글 / 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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