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도중 간혹 보게 되는 계기판 내 연료 눈금은 지금 당장 주유소로 가야 할지 며칠 뒤 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운전자들의 연료 주유에 대한 고민이 이것으로 끝이면 좋겠지만, 얇은 지갑 사정 때문에 한 푼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으려는 수고와 더해지면서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전국 주유소에서 정한 유류 가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데, 가만히 보면 주유소들의 유류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유류 가격을 정하는 것은 자유지만, 어떤 기준에 의해 이와 같은 가격 책정이 이루어지는지 아는 운전자는 관련 업계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드물 것이다. 그리고 일부 매체에서 이에 대해 가볍게 짚고 넘어가기는 했지만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동네마다 다른 주유소 유류 가격, 어떤 이유로 운전자들을 고민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것일까?

1980년대 서울 / MLB 파크

경제성장기 초반, 정부의 석유산업에 대한 적극 지원은 인프라 확충과 제도 정비를 위해 유류 가격 규제가 뒤따르게 되었으며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1980년대까지 이어졌으나,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자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정부는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1983년부터 항공유를 시작으로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으며 1994년 2월부터 국제 유가 및 환율에 따라 유류 가격이 변하는 ‘유가연동제’를 실시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휘발유 등의 가격 책정에 대한 규제가 점진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1996년까지 성공적으로 시행되었고 ‘가격자유화’로 이어지면서 동네마다 천차만별 유류 가격의 기반이 되었다.

유류 가격 구성 예시 / 비즈니스워치

현재 유류 가격은 휘발유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세금, 정유사 책정 가격, 유통 비용 및 마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금이며 전체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좀 더 들어가 보면 10만 원을 주유했을 경우 6~5만 원이 세금이며 그 구조가 기형적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1994년, 과거 오일쇼크로 큰 피해를 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불필요한 자동차 운행 억제를 위해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걷어간 유류 가격에 포함된 세금은 총 6가지 세금이 합쳐진 것으로 교통 시설 확충, 에너지 관련 사업 투자, 환경 보존 및 개선에 사용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서민들 입장에서 세금 부담이 높고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해당 세금이 지속적으로 급증하여 2016년 기준 23조 7,300억 규모 세수가 확보되었는데, 정부 입장에서 쉬운 세수 확보를 노릴 수 있으나 과거 도입했던 불필요한 자동차 운행 억제 취지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서민 경제에 부담만 가중된다는 비판이 거셌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유류 가격을 낮출 것을 예고하고 있으며 특히 휘발유 가격 인하가 눈에 띌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유는 미세 먼지와 같은 일부 문제가 있어 가격 인하 폭이 낮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할 수도 있다.

오피넷에 게시된 국제 원유 가격들

세금을 제외한 유류 가격은 국제 원유 가격에서 시작한다. 정확히는 두바이 현물 가격과 관련 있으며 우리나라는 ‘플랫츠’라는 석유 관련 저널을 통해 매일 싱가포르 시간 기준 오후 4시 25분~4시 30분 사이 게시되는 실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 시세는 겉으로 보면 두바이 석유만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두바이유는 서부텍사스유와 브렌트유 등의 선물 가격에 일차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석유 시세를 따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시선을 좁혀 최종 유류 가격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가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운 뒤 내는 최종 금액은 주유소에서 정한 가격이다. 전국의 수만 개 주유소들은 정유사에서 공급하는 유류 가격을 기준 삼아 유류세와 인건비, 세차와 같은 부가서비스, 그리고 주유소 위치에 따른 가치를 포함하여 최종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는데, 바로 국제 유가 변동폭과 주유소에서 책정하는 유류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게 보면 그 흐름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국제 유가가 10달러 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낮추지 않는다.

이는 세 가지 이유를 원인으로 볼 수 있는데, 우선 두바이유와 같은 국제 유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싱가포르 석유 현물 시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원인이고, 유류 가격이 저렴하면 높아지고 비싸지면 낮아지는 세금 비율이 두 번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급변하는 유류 시세를 고려하여 저렴할 때 많이 사두고 비쌀 때 판매하는 영업 전략을 고수하는 주유소가 세 번째 이유로 분석된다.

정부 세종 청사

여기서 현물 시세와 주유소의 영업 전략은 경제적인 이유가 맞물려 있으며 유류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세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류세는 전체 시세의 50~60%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것이 시세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과도한 주유소 개점으로 인한 마케팅 경쟁, 주유소 임대료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최종 유류 가격은 자유 경쟁 프레임을 정부가 느슨하게 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도입한 알뜰주유소, 석유전자상거래 시스템 등의 경우 유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업계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여기에 국내외 석유 시세 실시간 공개는 정유사를 비롯한 주유소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얼마 되지 않는 마진을 희생하여 가격을 책정하도록 만드는 것에 불과하며 전국의 운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금액 대를 형성하려면 유류세 감면이 근본 해결책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용하면서 소비하는 연료는 국제 원유 시세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선물 시세를 거쳐 정유사 공급가, 주유소가로 이어지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부산 인근 바다에서 천연가스가 소량 생산되는 것 외에는 유전이 없는 나라다. 이 때문에 석유를 수입하여 정제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를 방관할 수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제된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를 소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금융 연구원에서 유류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유류 가격은 국내 물가 상승, 기업 채산성, 소비 및 투자 전반에 영향을 주어 GDP 변화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만약 유류 가격이 20%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0.3% 포인트 하락하며 경상수지는 4조 1,654억 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와 주유소에서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유류세를 낮추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 좀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번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를 해본다.

동네마다 주유소 기름 값이 다른 이유?

글 / 다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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