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전기차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중엔 전혀 들어보지 못한 회사들도 많다.

그런 일부 회사들의 시가총액이 폭스바겐이나 GM 같은 거대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보다 높다는 건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진지하게 자동차를 만들어 보려는 회사들도 있다. 바로 바이톤의 얘기다.

이제는 좀 식상할 정도지만 바이톤은 니오(NIO)와 함께 제2의 테슬라, 중국의 테슬라란 평을 듣는 회사였다. 중국의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 다 이 정도 평가는 듣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별명을 갖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 브랜드는 흔치 않다.

부실한 브랜드 파워와 품질,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자동차 회사들 자체가 중국엔 희박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생기고 없어지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바이톤이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텐센트와 폭스콘, 그리고 중국의 자동차 판매사 하모니 뉴 에너지 오토, 세 회사들의 합작으로 전기차를 팔기 위해 2016년 퓨처 모빌리티란 회사를 만들었다. 덕분에 차량 개발에 드는 자금 문제에서 한층 여유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창업자들의 라인업이 굉장히 화려했다. 중국인들이 아닌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 중에서도 높은 기대감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들이다.

퓨처 모빌리티의 창업자들은 카스텐 브라이트펠트(Carsten Breitfeld)와 다니엘 커쳐트(Daniel Kirchert) 두 사람이다.

카스텐 브라이트펠트는 BMW에서 20년도 더 근무한 베테랑이다. 특히 BMW의 전기차 서브 브랜드 i를 성공적으로 런칭 하면서 전기차 업계를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다니엘 커쳐트 역시 첫 시작은 BMW였다. BMW 중국에서 일하며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특색을 익혔고 이후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의 중국 시장을 맡았다. 커리어 대부분을 중국 시장에서 보내면서 중국 시장 특성에 정통했다.

그 외에도 많은 전직 BMW 인력들이 함께 회사를 이끌었기 때문에 중국 내수용으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세일즈가 충분히 가능할 거란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엔 공장 준공 계획을 발표했다. 1조 7천억 원 이상을 들여서, 매년 15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이 가능한 규모라고 발표했다. 위치는 난징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이름도 퓨처 모빌리티에서 바이톤으로 바뀌었다. 여기까진 모든 게 순조로웠다.

2018년에 와서 바이톤은 중대한 터닝포인트를 지난다. 중국 정부 소유의 초거대 자동차 회사 FAW에서 큰 투자를 받은 것이다. FAW는 우리 말로 제일자동차로 풀이할 수 있다.

제일자동차 그룹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들 중 하나다. 제일자동차 그룹 산하에 있는 홍치는 국내에서도 가끔씩 언급되곤 한다.

막대한 투자로 바이톤의 운영권을 가진 FAW는 바이톤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한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8년, 바이톤의 첫 차 엠바이트(M-Byte)가 공개된다. 모터쇼가 아닌 CES에서 공개된 전기 SUV 엠바이트는 공개부터 일반 차량이 아닌 미래의 전기차임을 강조하는 듯했다.

엠바이트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2021년 지금은 비교 군이 훨씬 많아졌지만 당시엔 5000만 원대로 엠바이트의 성능을 가진 차는 시장성이 있어 보였다. 테슬라보다 못지않은 성능으로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특출나게 뛰어나거나 업계를 선도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중국차 중에서는 준수한 편이었다.

같은 해 공개된 세단형 차량 케이바이트(K-Byte)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차량들이 괜찮게 나왔음에도 여기서부터 서서히 꼬이기 시작한다. 바이톤이 발표한 로드맵 대로면 저 차들은 이미 거리에 돌아다녀야 한다.

19년 재작년 들어서는 FAW의 운영 개입의 여파가 서서히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회사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카스텐 브라이트펠트가 갑자기 사임해버린 것이다. 사유는 당시엔 알 수 없었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거나 다니엘 커쳐트와 불화 같은 다양한 예상들이 나왔다.

이 이유는 최근 에서야 브라이트펠트 본인 입으로 밝혀졌다. 사임의 이유는 업계의 관측대로 중국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운영에 관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원하는 사업 구도를 짤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회사의 운영은 다니엘 커쳐트가 단독으로 맡게 된다.

브라이트펠트의 사임이 회사를 어수선하게 하긴 했지만 절대 망할 정도의 이유는 되지 못했다. 오히려 외적으로는 FAW와 함께 다양한 투자사들의 투자를 업고 계속 성장하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19년 말 바이톤을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생긴다.

바로 코로나다. 아직 제대로 양산 궤도에 오르지 못한 스타트업한테 코로나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코로나로 인해 잡아 놨던 계획들은 모두 틀어졌고 양산 일정까지 지연되면서 결국 회사는 파산 위기를 맞았다. 미국과 독일에 있던 R&D센터와 디자인센터를 모두 정리하고 직원들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톤은 자산들을 정리하면서 6개월 동안 회사 운영 중단을 발표했고 남아있던 CEO 다니엘 커쳐트도 사임해버렸다. 회사의 구심점이었던 CEO들도 없어지고 자산들도 정리됐기 때문에 이제 재기할 수 없을 거란 전망마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렇게 바이톤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에도 애꿎은 피해자들이 생겼다. 바로 옛 GM의 군산 공장이다. 원래는 엠바이트의 생산을 맡기로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아직 바이톤이 끝난 것은 아니다. FAW와 난징시에서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최근 폭스콘에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바이톤은 회생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살아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코로나로 파산 위기를 겪으면서 바이톤은 다른 중국 자동차 회사들과 차별화됐던 요소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던 CEO들이 모두 나갔고, 자동차 산업 선진국들에 있던 R&D센터와 디자인센터, 그리고 귀중한 인적 자원들을 모두 잃었다. 성장 동력이 없어진 것이다.

지금 당장 양산을 성공해 차를 팔더라도 이후 획기적인 자구책이 없다면 결국 수많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바이톤의 장래는 아직 어둡다.

한 때 국내에서 생산될 뻔한 ‘중국산’ 전기차, 최근 근황은?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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