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했지만 항의 못한 A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교차가 심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다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날이 많았다. 평소와 같이 출퇴근을 위해 시동을 건 A씨는 잠시 후 과속 단속카메라에 찍혔고 얼마 후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왔다. 분명 규정속도를 지켰는데, 크루즈 컨트롤까지 써 가며 느긋하게 운전한 결과가 이렇다보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관할부서에 연락해 ‘내가 뭘 잘못한 거냐’며 따져 물었고, 잠시 후 조용히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규정속도를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초과한 상태로 달렸기 때문이다. 아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을 것이다. 이번 문제의 정확한 이유는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 때문이다.
잘 안지키는 악천후 속도감소
악천후 시에는 정도에 따라 최대 30%수준까지 속력을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은 기상 상황에 따른 속도 감소 기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주행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 규정 속도만 준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운전 중 부주의 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는데, 그러다가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영동고속도로 4터널 추돌 사고와 같이 초대형 사고들이 발생했다.
모두 비나 안개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운전을 하다 발생한 결과다. 결국 정부는 2010년 상황에 맞춰 제한 속력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도로교통공단 등 여러 기관에서 악천후 시 가변 속도 제한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는 등 교통안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이 글을 보고 꼭 기억하세요!
위와 같은 연구를 통해 탄생한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은 2015년 영종대교에 시범 적용되었다. 그리고 2년 후 정식으로 도입되면서 이 시설이 필요한 곳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날씨에 따라 속도 표지판이 유동적으로 바뀌는 시스템으로, 주변 상황을 고려해 제한속도가 변경된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 일상주행 상황 : 100 km/h
② → 노면이 젖은 상태
→ 강설 2cm 미만
→ 풍속 14~20 m/s
→ 안개로 인한 가시거리 250 m 이하
에 해당되는 경우 80 km/h로 제한
③ → 호우경보
→ 강설 2cm 이상
→ 풍속 20~25 m/s
→ 안개로 인한 가시거리 100 m 이하
일 경우 50 km/h로 감소된다.
④ → 태풍/호우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생 시
→ 안개로 인한 가시거리 50 m 이하
일 경우 30 km/h로 크게 감소된다.
⑤ → 태풍/호우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생 시
→ 강설 10cm 이상
→ 풍속 25 m/s 이상
→ 안개로 인한 가시거리 10 m 이하
일 경우 도로가 폐쇄될 수 있다.
어디를 보고 확인해야 할까?
그렇다면, 위의 상황에 어디를 보고 속도가 변경되었는 지 확인 할 수 있을까? 의외로 간단하다. 위에 설치된 전광판을 보면 된다. 흑색 바탕에 적색 LED로 구성되어 있어 가독성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일반 표지판 보다 최대 2.5배 크기 때문에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처음 설치된 영종대교의 경우 속도안내 전광판과 함께 구간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무리한 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혹 일부 운전자들은 속도가 변경된 줄 모르고 일반 속도제한 기준으로 달리다가 과속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주행 중 날씨가 풀리면서 제한속도가 올라갔을 때 이를 미처 보지못해 여전히 저속으로 달리는 사례도 비일비재 하다. 이 경우 주변 교통흐름을 가로막게 돼 교통 정체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운전 중 기상 상태가 안 좋거나 풀릴 기미가 보이면 반드시 속도제한 전광판을 살펴보도록 하자. 단순히 시선만 위로 올리면 쓸데없는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도입한 선진국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까? 놀랍게도 영국, 독일, 미국 등 교통 선진국들은 수 십년 전부터 운영중이다. 유동적으로 제한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교통사고 예방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1970년도부터 아우토반 고속도로에 적용되어 있는데, 교통혼잡 및 기상 악화에 따라 제한속도가 바뀐다. 특히 모든 조건이 양호하면 일부 구간은 속도가 무제한으로 변경된다.
한편 미국은 1997년도부터 운영중이다. I-90 고속도로에 첫 적용되었으며, 교통혼잡, 기상악화, 도로 노면 상태까지 고려할 만큼 교통안전에 진심이다.
에디터 한마디
천천히 달리면 그만큼 사고 위험이 줄어든다. 당연한 말이다. 안개가 발생하면 시야 확보가 어렵고, 비가 많이 내리면 수막현상으로 미끄러지기 쉽다. 또, 강풍이 불면 주행 중 차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속력을 줄이면 주변을 좀 더 폭넓게 둘러볼 수 있고, 주행 안정성이 높아져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아마 이 내용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도 전광판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서두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억울하게 과속 과태료를 내야할 지도 모른다는 점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