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독자분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앞으로 독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버지는 운전대를 잡으시면 가끔 욕을 하셨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큰 충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학교를 가기 위해 올라탄 버스의 기사님도 자주 욕을 하셨고, 어쩌다 어머니와 택시를 타고 마실 나갈 때 택시기사님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욕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 취향은 아니다. 단지 어른들의 욕설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듣다 보니 익숙해졌을 뿐이다.

어른들은 운전을 하면서 왜 그렇게 욕을 하며 운전을 해야 하는지 궁금했고, “원래 욕하는 것이 당연한 건가?”하며 차를 탈 때마다 늘 고민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커서 운전할 때 욕을 하지 않으리!”

군대를 전역하고 운전면허학원을 다니면서 1종 보통 면허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내 차가 생기게 되었고, 난 본격적으로 도로 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면서 느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욕을 할 상황이 많진 않았음을.) 덕분에 초보 딱지를 떼는 3년 동안은 무탈했다. 나도 최대한 욕먹을 짓을 하지 않았고, 교통법규를 늘 지키며 양보 운전을 생활화했던 것 같다. 그리고선 세월이 흘렀다.

주말 아침부터 욕이 목구멍에서 나올 준비를 한다. 요즘 주말 도로 위의 일부 매너없는 운전자들을 보면 화가 날 지경이기 때문이다. 사실 월급의 노예인 나는 가끔가다(자주) 주말에도 쉬지 않고 거래처 방문을 위해 시동을 켠다. 출장이 많다 보니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오늘따라 차가 많은 것 같았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1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하려는데, 갑자기 앞차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1차선으로 끼어든다.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 (갑자기 끼어든 이 녀석은 비상등 또는 손을 치켜들어 미안하다는 표시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젠틀하다. 아까의 화를 다스리기 위해 라디오를 켜고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 차의 뒤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니 또 한 번의 깊은 ‘빡침’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얼마나 열받았는지 내 얼굴은 온도계 속의 빨간 잉크처럼 붉어졌고, 속 안은 라면을 넣어 끓여먹어도 될 수준이었다…

이 자식이 추월 차선인데 80~90킬로 정속 주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더 짜증 나는 것은 2차선의 화물차와 비슷한 속도를 유지한 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빵빵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하이빔 폭격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이러한 도발 행위는 경찰들의 먹잇감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속상해 죽을 것만 같았다.

“앞차를 신경 쓰이게 하면 알아서 2차선으로 비켜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면 ‘똥꼬’ 붙이기를 시전했다. [나도 안다…안전거리 미확보…미리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오히려 바짝 붙어 가는 내가 죽을 맛이었다. 앞차가 언제 브레이크를 밟게 될지 모르는 러시안룰렛 같은 상황에서 계속 쫓아간다는 거.. 1초가 1분처럼 길게 느껴지고 등 뒤엔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하니 나만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렇게 2~3분 정도 달렸을까? (체감상 30분임..) 비로소 난 깨달았다. 앞차는 내가 바짝 붙이던, 뒤에서 비보이 춤을 추던, 후방을 전혀 보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이대로 계속 따라가다가는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적절한 타이밍을 틈타 2차선으로 추월을 시작했다.

추월하면서 옆으로 쳐다보니… 선팅이 어찌나 진한지… 이등병의 앞날처럼 새까매서 하나도 안 보인다. 급하게 차선을 다시 1차선으로 바꾸고 룸미러를 통해 후방을 살피니,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간헐적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2열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나고 황당해서 “나도 속력을 줄이고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복운전으로 신고 당할까 봐.. 그냥 내 갈 길 갔다.

일부 운전자들은 평일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말에만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 차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전이 어설프다. (늘 운전하는 내 눈에는 확실히 보인다.) 또한 소중한 가족을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안전상’이라는 이유로 저속, 감속 운행을 해야 한다나……

안전을 위한다면서 추월차선에서 저속 운행을 하고, 운전자 본인은 스마트폰을 본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다.

“여보, 집 근처면 햄버거 좀 사다 줄래요?”라며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집 주변에 위치한 롯X리아를 방문했다. 주차장은 언제나 붐빈다.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가게에 들러 햄버거 2개를 사고 차로 돌아왔다.

차를 빼려고 시동을 거는데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내 앞을 막아섰다. 주차할 곳이 없다 보니 평행으로 이중주차를 하려는 것 같았다. (차 안에 타고 있는 내가 안 보이나?)라고 생각하면서 차 문을 열고 나의 존재를 검정 세단 운전자에게 알렸다. 오른손엔 햄버거 세트를 들고서 말이다. 나만의 무언의 신호였다. (저 햄버거 샀어요~ 차 나갈 거예요~)

운전자가 나를 본 것일까? 운전석에서 아주머니께서 내리시더니 내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신다. 주변이 시끄러워 목례하는 제스처만 보고, 나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서 차로 돌아왔는데… 아주머니께서 햄버거 가게로 걸어가시는 게 아닌가…..!! (아? 뭐지???)

난 다시 차에서 내려서 큰소리로 “아주머니~!!!!!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라며 소리쳤다. 아주머니께서 자신의 머리를 2차례 손으로 치더니 다시 차로 돌아오신다.

그래서 난 다시 차에 올라탔다. 차를 빼려고 준비하고 있던 내게 아주머니께서 뚜벅뚜벅 걸어오시더니 유리창문을 똑똑~ 하면서 두드렸다.

창문을 내리고 먼저 말했다. “아주머니, 차 빼주셔야 제가 나가죠. 제가 나가면 여기 자리에 주차하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듣지 못한 건지?

(총각 나 햄버거 좀 사 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 미안 미안) 이러면서 뛰어가셨다. 너무 충격적이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운전자로써 당연한 행동인가..? 아니…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왜 모르는 아주머니가 햄버거를 사 올 때까지 차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 건가..? 혹시 날 좋아하는 스토커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이건 마치, 새로운 버전의 갈굼인가??

어이가 없고,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주머니를 기다렸다. 그렇게 15분쯤이 흘러 아주머니께서 나오셨고, 차를 빼주셨다.

그리곤 집에 가서 혼났다. 햄버거가 차갑게 식었다고..

신줏단지 모시듯 탈 수밖에 없는 신차를 구입했다. 사고에 대비해 블랙박스도 전면과 후면 2채널로 상시 녹화를 하고 가끔 아침에 생각나면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보곤 한다.

차를 구입하고 나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주차 테러) 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틈만 나면 베란다 밑에 세워둔 차를 한없이 바라보는 게 요즘 유일한 취미이다.

자동차에 대한 소소한 팁을 전달해주는 “다키포스트” 역시 이번 새 차를 구입하면서부터 구독하고 있다. 해당 포스트에서 소개된 내용 중 (문콕을 당하지 않으려면)이라는 글을 참고하면서 최대한 문콕에 조심하면서 주차를 했었다.

문콕을 당하지 않으려면 관찰력이 뛰어나야 한다. 첫 번째는 관리를 하지 않는 차량 옆에는 주차하지 말아야 하고, 두 번째는 아이들이 자주 탑승하는 차량 옆에도 피해야 한다. 세 번째는 이웃 주민의 출퇴근 시간과 차를 탈 때 혼자서 타는지의 여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글로 배우고,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내 차가 소중한 만큼 남의 차도 소중할 것이다. 그래서 난 주차를 하기 전에 가족들을 먼저 내리라고 한다. 또한 내가 내릴 때 뱃살 때문에 문을 조금 더 열어야 할 상황이 오면 나의 손가락을 희생해서(찧어서) 옆 차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되도록이면 평행 주차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평행 주차공간이 없으면 다른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주차를 한다.

퇴근을 하고 베란다에서 내 차가 보이는 위치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껐다. 잠깐 동안 차에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실내 불이 자동으로 꺼졌다. 내차 옆 공간에 차량 한 대가 주차를 하기 시작했다. 주차를 하고 있는 차량에게 방해될까 봐 물건을 다 챙기고서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를 다 하고 나서 운전자가 먼저 내렸고, 조수석에서 또 한 명의 사람이 내리면서 내차 운전석 문짝을 뜯을 기세로 쾅~! 하면서 내 차를 찍어버리는 것이다!

그때 바로 내렸어야 했는데, 내가 좀 소심하기도 하고… 그 순간 불 꺼진 차 안에서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 그들의 반응과 나의 이미지를 생각해 바로 뛰어나가지 못했다.

어쩌면, 운전자가 어떻게 나올지 살펴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운전자라면 조수석의 사람이 차 문을 열면서 문콕을 냈으면, 최소한의 액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밖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차에서 내린 남녀가 후속 조치는 하지 않고 싸움을 하더라.. 분명 차 안에서 싸움이 있었고, 홧김에 문을 더 활짝 연 것 같았다. 둘이서 한참을 소리 높여 싸우는데 차에서 더욱 나가지 못하겠더라.

이때 갑자기 여성이 남성의 뺨을 후려쳤다. 남자는 뺨을 맞고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 저 남자가 무언가 큰 잘못을 한 것이 틀림없다. 뺨을 한대 더 때리려고 여성이 손을 들었다. 내리치는 찰나, 남자는 더 맞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는지 고개를 살짝 틀어서 피했다. “권투를 배웠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첩하다.

남자가 피하자 여자는 더 화가 난 것 같다. 그럴만하다. 민첩한 몸 놀림으로 때리는 것을 가볍게 피했을 때 더 열받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들고 있던 가방으로 남자 이곳저곳을 때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 남자 굉장하다..! 손으로 가방을 쳐내는데 한두 번 맞아본 솜씨가 아니다!

그렇게 화가 난 여자가 울면서 아파트 단지 밖으로 뛰어나갔다. 부부인 줄 알았는데? 여친이었나 보다.

잡으러 가지도 않고 하늘을 보고 담배 연기를 내뱉은 남성을 보니 “왜 싸웠지?”라는 의문이 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아차,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문콕 이후에 이러한 일이 벌어지니깐 분위기 때문에 차에서 나가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아무 말 안하고 있기도 이상하고… 그래서 결심했다. (나가서 남성을 위로해주고, 문콕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기로..)

“저기요.. 안녕하세요”

[네?아.. 차에 계셨구나.. 왜요?]

“제가 주차하고 뭣 좀 꺼낸다고 차에 잠깐 있었는데요..” 쓸데없이 차에 있던 이유를 말했다.

“아까 여성분께서 문을 여시다가 제차 문짝을…쿵..했거든요?”

[네? 문콕이요? 어디 한번 봐요, 에이 뭐 이정도 가지고..]

“아니, 제가 좀 오바일수도 있지만, 남의 차를 이렇게 해놨으면 사과를 먼저하시는게?”

[제가 그랬나요? 문 그렇게 만든 사람한테 가서 따지세요]

라고 말하고선 획 가버렸다.

너무 괘씸하고, 분해서 그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블랙박스 녹화영상을 들고 인근 파출소를 찾아갔다. 영상을 보여주면서 내용을 경찰관에게 빠짐없이 이야기를 하였다.

[경찰관 : 우선 영상을 봤을 때 문을 개방하면서 찍힌 영상은 없네요. 충격파일만으로 정황상 증거로 손해를 배상 받기 어렵습니다. 사고 당시에 서로간 합의를 잘 하셨어야죠…]

2채널 블랙박스라 옆면 영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운전자는 자기가 한일이 아니라고 배상 못해준다고 한다. 고소를 하려면 하라고 하는데, 에효…주민끼리 싸우기 싫어서 그냥 문콕 상처 그대로 운행하고 다닌다.

평소 아끼던 차가 상처를 받으면 그 후로 그 상처만 보인다. 그리고 상대방 운전자로 인해 내 마음까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오늘도 난 운전대를 잡고서 욕을 한다. 싸움을 피하기 위한 스스로 푸는 방법이었음을 깨달으며…


나는 운전대만 잡으면 화가 난다
글 / 다키 포스트
사진 / pixabay, wikimedia, dakipost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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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관련 문의 : carder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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