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독자분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앞으로 독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띠리리링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주말에 꿀잠자고 있는 날 깨운 녀석은 사회초년생일 때 알게 된 친구였다.

█ 여보세요?

□ 어~ 자냐? 오늘 날씨 좋은데 드라이브 어때?

█ 드라이브? 갑자기 왜?

□ 10시까지 너네 집으로 갈게!

잠결에 알았다고 하고 나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샤워를 하며 “차도 없는 녀석이 무슨 드라이브를… 설마 차 뽑았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얘가 이걸?!

10시까지 오기로 한 녀석이 20분이나 늦었다. 잠이나 좀 더 잘걸…. 빌라 밑에 내려와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흰색 승용차가 내 앞에서 빵빵거린다. 짙은 썬팅(틴팅)에 운전자가 보이지 않지만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BMW 3 시리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내리는 친구 모습에 갑자기 빵 터졌다. 그 모습이 웃겨서 빵 터진 건지, 사촌이 땅을 사 배 아파서 빵 터진 건지, 당시 느꼈던 복잡 미묘했던 감정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

늘 차가 없어서 내 차를 얻어 타던 녀석이 드디어 차를 샀다니, 앞으로 내가 자주 태워주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심 부러웠다.

□ 철민아 드라이브 가기 전에 세차하러 고고

█ 야..내일 비 온다는데 무슨 세차냐?

□ 아니야, 날씨가 흐리지 비 안 올걸? 세차장 고고

내 차는 i30 이다. 해치백이라 공간 활용성도 좋고, 차도 귀엽고 멋지게 생겼다. 운전하기도 참 편안하고, 그리고 길들이기를 잘해서 잘 달린다. 어…그리고…그…

아무리 이야기해도 친구 녀석 차가 더 좋아 보인다. 나도 세차하는 걸 즐기는 편이지만 친구 녀석과 함께 가고 싶진 않았다. 안 봐도 뻔한 상황이 연출될 듯해서 말이다.

내 차는 물만 대충 뿌렸고, 친구 차는 화려하게 왁스를 올리고 곱게 펴 바르는 작업까지 하느라 3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옷은 쥐어짜면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솔로였던 우리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세차를 하러 다니는 통에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친구 녀석이 의외로 소개팅 주선을 많이 해준 덕분에 연애를 하게 되었고, 결혼을 생각할 만큼 좋은 여자를 만났다. 결혼 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가장 먼저 차를 바꾸고 싶었다.

지금 타고 있는 차보다는 큰 차이길 바랐고, 남들과 비교했을 때 밀리지 않을만한 브랜드의 차를 사고 싶었다. 사실 친구 녀석 BMW를 보면서 악착같이 저금을 하고 있었다.

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지만, 차를 구입하게 되면서 친구 녀석이 괜찮은 여친도 사귀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굉장히 부러웠었다.

[모아둔 돈을 선수금으로 넣고 할부했을 때 금액] = [매달 갚을 수 있는 금액]에 맞춰 계산해보니, 조금 무리하면 BMW3 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인생에 수입차, 지금 아니면 언제 타보겠어? 나랑 벌이가 비슷한 친구녀석도 타는데 말이야!”

난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내 생애 수입차는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친구녀석을 보니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 친구는 같은 직장 동료였고, 직급도 같다. 받는 급여도 비슷할 것이고, 집안 형편도 얼추 비슷했다. 그리고 친구녀석에게 물어보면 “수입차 유지비? 국산차랑 비슷해”라는 말을 듣고선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점점 물들어갔다…

구입하지도 않았는데, 나 스스로 BMW, 벤츠 오너가 된 것 마냥 네이버 자동차 카테고리에 소개되는 수입차 기사는 모조리 다 읽으며 지냈다. 수많은 기사 속 유저들의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니, 벤츠, BMW는 신앙 수준이었다.

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수입차의 승차감부터 엔진 성능, 안전기능 그리고 브랜드 역사와 철학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국산차 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여러 댓글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나도 훌륭한 댓글러가 되어있었다.

이러한 댓글만 보다 보니, 나 역시 벤츠, BMW 전문가가 된듯한 착각이 들었고, 수입차 장점에 대해 댓글을 다는 날도 있었다. (그게 바로 접니다…)

여자친구에게 큰소리를 쳤다. “나 차 바꿀 거야! 좀 좋은 걸로~ 기대해!”라고 말이다. 처음 방문한 곳은 벤츠 매장이었다. 매장을 가는 내내 주변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차 전화를 걸었다.

█ 어~ 대식아~ 잘 지내지? 길 가다 생각나서 전화했어.

▣ 웬일이냐? 요즘 잘 지내지? 어디 가는 길이냐?

█ 응 차 바꾸려고 벤츠 매장 가는 중이야~!( 으쓱)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을 향하면서, 그렇게나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왠지 모르게 들이 마쉬는 공기가 달랐다. 그리고 차를 좀 둘러본 후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시는 직원분과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견적까지 받아보았다.

옵션을 살짝 추가하니, 5천~6천만 원 가격으로 C클래스를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비싸다…생각보다…

“좁아 보이긴 하는데, 벤츠니까 신경 쓰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벤츠 매장에 온 것은, 친구 녀석에게 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BMW보단 벤츠를 사고 싶었다. 그 녀석 차를 볼 땐 실내가 그렇게 작은 줄 몰랐는데, 직접 매장 가서 앉아보니 2열이 상당히 좁고 불편함을 알 수 있었다. 내 i30보다도 불편한 느낌이….

C클래스나 3시리즈는 D세그먼트로 중형세단에 속한다는데, 우리나라 준중형 세단보다 실내가 좁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브랜드 신뢰도가 있고, 디자인도 고급스럽고, 성능도 좋다고 하니, 실내가 좁은 건 신경 쓰지 말자.”

“유럽 애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더 덩치도 클 텐데 충분히 타고 다니는 거 보면 별문제 없을 거야! 아이 키우는 사람들도 소형차도 많이 타던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뭐!”

스스로를 위한 세뇌의 주문이었는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동안 부어놓은 적금을 깨고 선수금을 마련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6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써보긴 처음이라 무지하게 떨렸다.

“다음 주에 차를 계약하러 가야겠다. 일주일만 기다리자!”

이렇게 큰 다짐을 한 다음날, 우연히 사촌 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자동차 보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때다 싶어 자동차 보험에 대해 물어봤다.

█ 형! 나 이번에 벤츠로 차 바꾸려는데 보험료 얼마나 될까?

▶ 벤츠로? 너 돈 많이 벌었구나.. 자식 부럽네.

▶ 수입차 자차보험은 꼭 넣어야 하고 나이 따져보면음 어디 보자대충 150~200만 정도 나오겠는데? , 이거 감당 되겠어?

█ 어…어?! 뭐라고?!

현재 타고 있는 차 보험은 50만 원 정도인데, 보험료가 왜 이렇게 비싼 건지.. 그리고 등록세 취득세까지 따져 보니 초반에 지출되는 금액이 너무나도 높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주변에 수입차를 타고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돈이 좀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보증기간까지는 괜찮지만, 뽑기를 잘못하면 엄청 고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디 한 곳만 고장 나도 수리기간이 길고, 차 값 대비 부품가격도 높다는 점

아…고민된다…

일주일 동안 많은 생각에 잠겼다.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 번 돈으로 써 본적도 없었다. 그것도 몇천 단위의 큰 금액을… 현재 타고 있는 차는 중고차로 구입한 것이고, 아버지가 돈을 좀 보태 주셨다.

6천만 원이면 국산차 중에 EQ900급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시불로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과연 내 선택이 옳은 것일까?

아니지, 주변에 같은 벌이로 살아가는 지인들도 수입차를 쉽게 쉽게 타는데, 나라고 못 타란 법 있을까?

머릿속에 천사와 악마가 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네이버에 올라오는 수입차 판매량을 보면, 너도나도 좋은 프로모션을 통해 구입하여 판매량이 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수입차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예전처럼 부러울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가슴속에 조용히 물어본다. 허례허식으로 차를 바꾸는 게 아니냐고…

과연 벤츠를 타게 된다면 나는 많이 행복할까?라고 말이다.


친구가 외제차를 샀다. 나도 살 수 있을까?
글 / 다키 포스트
사진 / Benz, BMW, flickr 外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콘텐츠 관련 문의 : carderra@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에디터픽 랭킹 뉴스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