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델 중 하나를 손꼽자면, 폭스바겐 골프가 있다. 해치백의 상징이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오랜 세월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해온 덕분에 마니아층 또한 두텁다.

디자인과 기술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기준점 역할을 해오며 선구자로 군림해왔다. 덕분에 1세대 출시 이후 3천만 대 이상 판매되며 월드 스테디셀러와 월드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모두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골프’라는 모델명만 기억할 뿐 전반적인 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7세대에 걸쳐 이어져온 골프는 언제 등장해 오늘날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간략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골프는 오랫동안 판매해 왔던 폭스바겐 비틀을 대신할 모델로 1974년 등장했다. 골프(Golf)라는 명칭은 걸프 스트림(대서양 해류의 이름 : Gulf stream)에서 영감을 얻어 정해졌다.

당시 골프의 등장은 자동차 역사에 새로운 챕터를 추가할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세계 최초로 해치백 타이틀을 적용해 상용화시키면서 ‘골프 클래스’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어냈다.

디자인은 이제는 자주 들어 익숙한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담당했다. 첫 등장부터 7세대에 이르기까지 두꺼운 C 필러는 골프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1세대 골프의 주요 엔진으로 1.3L / 1.6L GTI / 1.8L GTI / 1.6TD 모델이 있었다. 여기서 GTI는 핫 해치 모델이며 TD는 디젤 모델을 의미한다. 특히 핫 해치 모델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긴 모델이다.

1976년 골프 핫 해치 모델이 등장해 182km/h로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모습은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GTI는 1975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지만, 품질과 신뢰성 측면에서 좀 더 손을 봐야 한다는 엔지니어들의 주장으로 인해 1년 동안 정식 출시가 연기됐다.

1세대 골프 1.6L GTI는 820kg로 상당히 가벼웠으며 110마력에 제로백 9초를 기록했다. 당시 소형차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성능이었다.

평범한 외관에 강력한 주행성능이라는 반전 매력은 ‘서민의 포르쉐’시작을 알렸고, 값싼 고성능 자동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기념비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덕분에 5천 대만 생산하려 했던 계획을 폐지하고 5만 대 이상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더불어 일반 골프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폭스바겐 래빗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고, 멕시코에서는 폭스바겐 카리브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소개됐다. 특히 남아공에서는 1세대 모델이 1984년부터 2009년까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장수 모델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 밖에 파생 모델로 컨버터블 버전의 골프 카브리올레, 픽업트럭 버전의 캐디, 미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세단형 제타, 남아공 한정 버전 씨티 골프가 있다.

1983년 9월, 폭스바겐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파생형 모델 제타와 2세대 골프를 선보였다. 2세대 골프는 1세대에 비해 좀 더 큰 차체에 약간 둥근 느낌의 디자인이 특징이었으며 승차감, 핸들링 감각, 노면 소음이 개선됐다. 주요 모델로 1.3L / 1.8L GTI / 1.8L G60 / 1.6L TD가 있다.

GTI 모델은 1.8L 16밸브 엔진을 장착해 139마력으로 220km/h의 최고속력을 기록해 출시 당시 아우토반 1차선을 주행할 수 있었던 유일한 소형차로 알려져 있다.

2세대 골프는 1세대에 이어 기술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1986년 ABS를 도입했으며 파워스티어링과 사륜구동을 적용하기도 했다.

해당 옵션은 최상위 특별 트림인 G60에만 적용된 것이지만, 소형차량에 해당 옵션이 적용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폭스바겐은 골프 2세대를 통해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고 판매 대수만 약 700만 대를 기록하며 1988년 누적대수 1천만 대를 돌파한다.

1991년 다음 세대로 진입한 골프는 이전 세대에 비해 조금 더 커졌으며 터보차저가 적용된 2.8L 직분사 디젤엔진(TDI) 모델이 출시됐다.

이 모델은 소형차 최초로 V6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172마력 제로백 7.1초를 기록해 소형차로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서민 포르쉐의 아성을 이어갔다.

1993년에는 최초의 골프 왜건 모델이 추가됐고 같은 해 카브리올레 버전이 출시됐다. 그 밖에 제타 3세대 버전이 출시되면서 파생형 모델들 또한 꾸준히 명맥을 유지했다.

골프 3세대는 디자인과 성능보다도 안전사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듀얼 에어백을 탑재했고 ABS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했다.

이 시기만 해도 듀얼 에어백과 ABS 옵션은 고급 트림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3세대 골프의 파격적인 옵션은 자동차 업계에 안전기준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었다.

3세대 골프는 1997년까지 생산됐지만 남미와 캐나다 한정 1999년까지 판매됐다. 또한 효성그룹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골프가 정식 판매되기도 했다. 이 시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1997년 4세대 제타와 함께 4세대 골프가 등장했다. 4세대 골프는 ‘디자인’으로 축약 가능하다.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하르무트 바르쿠스를 통해 폭스바겐 고유 디자인이 확립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4세대 골프는 향후 출시될 모델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기술 측면에서도 이 전 세대만큼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1999년 전자식 주행 안전화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하고 2002년 측면 및 헤드 에어백을 모든 트림에 적용하면서 차량 안전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데 일조했다.

엔진은 1.4L / 1.6L / 2.0 L / 2.8L / 3.2L 이 있으며 여기서 R32 모델의 경우 고성능 모델로, 24밸브 VR6 엔진을 얹어 237마력에 제로백 6.6초, 최고속력 250km/h를 기록했다.

특히 2003년 R32 모델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상용화해 승차감, 연비, 가속력을 개선했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골프의 편안한 승차감과 부드럽고 재빠른 가속력의 기반이 된다.

4세대 골프 등장 이후 판매 실적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2000년을 기점으로 누적 판매대수 2천만 대를 기록한다.

2008년 등장한 5세대 골프는 시대 트렌드를 따라 첨단화하는데 주력한 모델로 정의할 수 있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보다 현대적인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골프 특유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5세대 골프가 개발될 무렵, 이전 세대 골프의 아성을 뛰어넘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고 이를 위해 레이저 용접기술을 동급 최초로 적용해 높은 차체 강성과 충돌 안정성을 갖추게 되었다. 덕분에 차량 밸런스까지 최적화되면서 2004년 유로 NCAP 안전 등급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당시 소형 차량 중 이와 비슷한 사양을 갖춘 모델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여기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최상위 트림 외에도 폭넓게 적용되기 시작했고, 전자식 어시스턴트 시스템이 탑재되어 주행 성능과 더불어 운전자 편의성 또한 개선됐다.

엔진도 새로운 모델과 함께 개선이 이루어졌다. 2004년 GTI 모델에 터보차저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고, 2006년에는 세계 최초 트윈차저 엔진이 장착된 1.4L TSI 모델이 등장했다. TSI 모델은 제로백 6.9초에 최고속력 220km/h를 기록했다.

여담으로 2007년 GTI W12-650모델이 콘셉트카로 등장했다. 5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슈퍼카’로, 641마력에 제로백 3.7초, 최고속력 325km/h라는 무식한 출력을 자랑한다.

이는 벤틀리 콘티넨털 GT의 심장인 6.0L W12 바이터보 엔진을 장착했기에 가능한 것으로, 제대로 된 성능을 선보이기 위해 2열 좌석을 드러내고 미드십 형태를 선택했으며 지붕 부분을 탄소섬유로 제작했다.

해당 모델은 직선 구간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고속 코너링에서 일부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한다.

표면상 좋은 부품들을 적용했기에 우수한 출력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5세대 골프 차체가 튼튼했기에 제작할 수 있었던 콘셉트카로 생각해 볼 수 있다.

2008년 파리 모터쇼를 통해 6세대 골프가 소개됐다. 5세대와 달리 1세대 및 4세대 골프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연비 개선을 위해 좀 더 공기역학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었고, 실내 인테리어 품질 개선에 주력했다. 그 밖에 차량 조립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엔지니어링 개선이 이루어졌다.

안전 측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여 유로 NCAP에서 별 다섯 개를 받으며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엔진의 경우 1.4L / 1.6L 가솔린 모델, 1.2L / 1.4L / 2.0L TSI 모델, 1.6L / 2.0L TDI 모델, 1.6L LPG 모델이 있었다.

6세대 골프는 운전자 운전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폭스바겐 어댑티브 차체 컨트롤(Volkswagen Adaptive Chassis Control)을 옵션으로 제공했다.

이 기능은 노멀, 컴포트, 스포츠 모드를 제공해 서스펜션, 조향 성능, 가속성능 등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상황에 맞게 주행 성능을 조절하며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고성능 모델 명칭이 R32에서 R로 변경되었는데, 270마력 2.0TSI 엔진에 4륜 구동 시스템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해 제로백 5.5초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MQB 전륜구동 플랫폼을 적용한 7세대 골프가 등장했다. 이 플랫폼은 아우디 A3, 스코다 옥타비아 등에 적용된 신규 플랫폼이다.

7세대 골프는 이전 세대에 비해 넓어졌지만 오히려 100kg 중량 감소가 이루어져 연비가 향상되었다. 중량 감소를 위해 새로운 소재를 쓴 것이 아니라, 자동차 핵심기술과 부품, 생산라인을 표준화 작업을 거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자인은 헤드라인을 주축으로 좀 더 날카로운 이미지를 갖추게 됐다.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담당인 발터 드 실바에 따르면 “수십 년 동안 정교해지고, 세련되고, 개선되면서 시대를 초월한 모델로 거듭나게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전사양은 탑승자 사전 보호 시스템,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충돌 회피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운전자 피로 감지, 자동 주차 시스템 등 첨단 사양들이 옵션으로 준비되어 시대 흐름에 맞게 진화했다.

주행성능은 디튠을 통해 연비 향상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배기가스 인증 통과 문제로 평택항에서 일정 기간 동안 판매 대기 상태가 유지된 적이 있다.

7세대 GTI는 일반 모델에 비해 차체가 낮고, 스포츠 범퍼와 벌집 모양 프런트 그릴, 듀얼 머플러 등이 적용되어 좀 더 스포티한 이미지가 강조됐다. 출력 향상 또한 이루어져 최대 230마력에 제로백 6.4초를 기록했다.

특히 골프 GTI 클럽스포츠 S 모델은 310마력에 제로백 5.8초, 최고속력 265km/h라는 가공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전륜구동 자동차 중에서 가장 빠른 모델로 기록되기도 했다. 나중에 혼다 시빅 타입 R에 의해 갱신되기는 했지만 나름 GTI 역사에 있어 최고의 모델로 기록되었다.

2016년 말에는 7세대 골프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공개됐다. 7.5세대 골프로 부르기도 하는데, 엔진 성능 개선과 함께 일부 편의 기능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

전체적으로 골프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한 상태로 좀 더 각진 형태로 바뀌었으며 새로운 색상, 풀 LED 라이트, 12.3인치 계기판, 9.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추가됐다.

7세대 골프까지 약 40년 동안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은 덕에 2013년 기준 누적 판매대수 3천만 대를 기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2015년 디젤게이트로 폭스바겐이 직격탄을 맞아 신뢰성 문제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7.5세대의 뒤를 이을 8세대 골프는 2019년 등장할 예정이다.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특징들로 소비자들을 맞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항들을 살펴보면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풀 커넥티드 차량을 지향해 상시 인터넷과 연결된 상태이며 디지털 어시스턴스 시스템을 통해 주행 안전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폭스바겐 관계자에 따르면 “아날로그는 스티어링 휠 밖에 없을 정도로 완벽한 디지털 내부 공간을 구성할 계획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연비 향상을 위해 70kg 이상 경량화를 예고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성능, 안전, 안정, 디자인 다섯 마리 토끼를 잡은 폭스바겐 골프, 70년대 1세대 등장 이후 오늘날까지 해치백 일인자, 선구자, 대중성으로 대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골프가 40년 이상 이어져 오면서 서민들의 ‘자동차 민주화’를 이루어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골프가 전 세계 자동차 문화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GTI, R 등 고성능 모델을 통해 ‘서민 포르쉐’로 불리며 운전에 대한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으니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비록 최근 발생한 문제들을 수습하느라 바쁜 폭스바겐이지만, 앞으로 환경 및 도덕성과 관련해 큰 문제없이 다음 세대 골프를 등장시켜 3천만 대를 넘어 4천만 대, 5천만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서민 포르쉐’, 폭스바겐 골프 변천사

글 / 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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