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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벤츠버스를 만들었다? 국내 최고 버스 ‘벤즈고속뻐스’

2018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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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속버스들 대부분 국산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지만, 간혹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예전에는 우리나라에도 벤츠 버스가 있었지~”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입차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어려운 시절 독일제 벤츠버스라니,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벤츠버스 등장 전 대표적인 고속버스 모델로 포드 R 타입 버스가 있었다. 정확히는 현대차와 영국 법인 포드와의 제휴로 조립 생산된 포드 R226이다. R266은 1970년 출시되어 국내 최초 고속버스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R226의 엔진을 비롯한 새시는 기존 포드 R266을 그대로 사용했고 차체는 CCMC 코치빌더 차체를 사용했다. 겉보기에 현대차가 단순 조립만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산화율 55.7%를 넘길 정도로 국산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레이크 계통 등 결함이 많아 얼마 후 단종됐다.

R226이 단종된 이후 현대차는 ‘벤즈고속뻐스’라는 이름으로 벤츠 O302모델을 도입하게 된다. 이 모델은 1965년 5월 독일 만하임에 위치한 제조공장에서 처음으로 생산됐다. 처음에는 현지 직수입을 통해 조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국산화 정책에 의해 1972년부터 1977년까지 국내생산이 진행됐다.

O302는 1977년 독일 생산량만 32,000대를 기록했으며 후속 기종인 O303은 38,000대가 판매되면서 월드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모델이다.

제원은 8.7L 6기통 엔진에 6단 수동 변속기가 적용되어 170마력 출력을 보였다. 여기에 국내 도입된 고속버스 중 최초로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어 국내에서 최고로 좋은 버스로 인기몰이를 했다.

1976년부터 1979년까지는 개선된 성능과 인테리어가 특징인 O303모델이 생산되어 인기를 이어갔다. O303은 지붕 위에 에어컨이 부착되어있는 ‘루프온에어컨’형식을 적용했고, 좀 더 각진 형태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O302와 O303모델 모두 벤츠 다운 튼튼한 차체를 사용해 주행 신뢰성은 우수했으나, 승차감이 좋지 못했고, 에어컨 고장이 잦았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차는 리어엔진 타입 고속버스 제조기술을 벤츠 버스를 통해 습득해 1979년 국산 고속버스 1호 ‘RB635’를 내놓게 된다.

1970년대 고속버스 시장은 수입차 전성기였다. 한진고속과 동양고속을 주축으로 일제 ISUZU와 FUSO버스가 도입됐고, 천일고속, 한일고속, 광주여객 등을 중심으로 독일제 벤츠 버스가 들어왔다.

당시 버스 도입가격은 벤츠가 1050만 원(30대 도입), 일제가 660만 원(189대 도입)이었다. 여기에 미제 중고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그레이하운드 코리아를 통해 들어와 400만 원(40대 도입) 수준이었다.

각 고속버스들의 주요 노선을 살펴보면 서울~부산 노선은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서울-대구, 서울-대전, 대구-부산 등 단거리 노선은 벤츠와 일본제 버스가 차지했다. 이 시기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고속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외화보유액이 부족해 버스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고, 운수회사 별로 ‘적당히’ 노선을 나눠가졌기 때문에 회사 간 경쟁구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1970년대 이후 정부의 고속버스 국산화 계획에 따라 1972년부터 버스의 완제품 수입이 불허되었고, 현대차의 벤츠 버스 면허생산을 시작으로 점차 국산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