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내용은 튜닝이 취미였던 독자 한 분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앞으로 독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사연을 보내주신 독자분이 휴대폰을 바꾸면서 이미지를 전부 지운 관계로 예시 이미지를 사용한 점 참고 바랍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튀는 행동을 자주 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땐 남들보다 강해 보이고 싶어서 그 당시 유행하던 속상고에 (요즘 말로 투블럭) 뒤통수는 골키퍼 김병지의 말머리가 유행이어서 항상 그런 머리를 하고 학주의 몽둥이를 피해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여자친구가 주변에 많으면 남자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 군 입대 후에는 상병이 되기까지 짬이 낮아 튀는 행동을 할 수 없었지만, 상병 이후에 모자를 심하게 꺾고, 전투복은 세 줄로 빳빳하게 다림질했다. 그리고 나의 계급장이 빛날 수 있도록 반짝이는 녹색 실로 계급장 작대기와 이름에도 오버로크를 치고 다녔다.
전역 후 예비역(아저씨)라고 놀림당하는 게 싫어 일부러 나이를 속이고 다니기 일쑤였으나, 교수님의 말씀에 “잘못 들었습니다?”라는 말을 무의식중에 자주 내뱉어 나의 ‘스무 살인 척 연기’는 끝이 났다.
난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동차가 필요했다. (이건 그냥 핑계다..) 상병 말 때부터 틈만 나면 자동차 잡지를 보며 “전역하면 꼭 멋진 차를 사야지”라며 마음먹은 것도 한몫했다.
부모님께 ‘차가 필요한 20가지 이유’를 어필했고 그 말을 진지하게 듣던 아버지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몽둥이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군대에서 꼬박꼬박 모아둔 짬 묻은 돈이 조금 있었다. 통장을 열어보니 250만 원이 있더라.. 마음에 드는 차량은 550만 원 정도였는데, 부족한 3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생 예비군 대리 출석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550만 원을 모아 당시 핫하던 슈마를 구매하게 되었다. 당시 스펙트라 윙이나 누비라도 비슷한 가격에 중고차로 데려올 수 있었지만, 왠지 슈마가 더 있어 보였달까…
차를 소유하게 되니 이것저것 꾸미고 싶어졌다. 학생 신분에 돈이 많지 않으니, 우선 차량 외관을 톡톡 튀게 장식하고 싶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차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 유행이었다. 애인이 있는 사람들은 [HJ JS] 이니셜 스티커를 붙였다. 그 밖에 인기 있던 스티커는 장미꽃, 용, 호랑이…등이 있었다. 나는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을 상대로 내 차가 더 돋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에 ‘장미꽃’ 스티커를 차량 보닛에 붙였다.
온갖 스티커를 하나하나 붙이다 보니, 멀리서 보면 슈마인지.. 슈주 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스티커에 찌든 지저분한 모양새를 갖추어 나가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첫 번째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학창시절 나의 발이 되어주던 슈마를 처분하고 스포티지를 구입하게 되었다. 당시 스포티지 2세대는 멋스러움은 없었다. 무난한 디자인을 가졌기에 질리지 않고 오래 탈 수 있을 것 같아서 구입한 차량이었다.
첫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울리다 보니 살짝 지루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보다 나이들이 많아 공통점이 없어 공감대 형성도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직장 내 왕따는 아니었음… 그렇게 믿고 있음)
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스포티지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후 첫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스포티지 동호회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량들이… 어휴…;;;
“안녕하세요. 부천에 살 고 있는 김00 입니다. 이번에 스포티지를 구입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차량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중 동호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형님의 차량이 너무 멋있었다.
과거에 내 슈마에 붙어있던 촌스러운 스티커는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차가 더 커 보이고 볼륨감도 상당했다. 내 차와 뭐가 다른지 자세히 살펴보니, 에어로파츠 튜닝이 되어 있었다.
지금에서야 에어로파츠 튜닝이라 말하지만, 당시에는 [댐, 에어댐(?), 프런트 댐, 사이드 댐 등등] 뭐 이런 이름으로 불렀었다. 부회장님 차는 그릴부터 범퍼까지 통째로 바꿔서 그런지 상당히 멋있었다. (내 눈에는…)
모임을 마치고 집 에와서 누워 잠을 청하려 하는데 눈만 감으면 부회장님 차가 눈에 아른거렸고, 몇 날 며칠 상사병에 걸린 사람처럼 틈만 나면 그 차가 보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차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부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가격정보를 알아보니… 앞 부분만 바꾸는데 120만 원이라고 하더라..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월급날 바로 질렀다. 결과물을 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마치 스포티지의 탈을 쓴 외제차 같았다. 간혹 동창 모임이나, 동호회 세차 번개를 갈 때 드레스 업 된 내 차를 타고 나가면 “이거 무슨 차에요??” 라고 물을 정도로 화려함이 더 해졌다. (지금은 독 3사 차량이 도로에 차고 넘치지만 당시만 해도 외제차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
주변 반응 때문이었을까… 프런트 쪽만 하고 다니다 보니 사이드, 리어 댐을 달아야겠다는 욕구가 하게 들었고, 그렇게 난 월급이 통장에 꽂히는 대로 드레스 업을 하기 위해 돈을 들이부었다.
“전국모임을 7월에 가질 예정이오니 참석하실 분들은 회비 5만 원씩 내세요”라는 공지 글이 등록되었다. 난 댓글을 달았다. [부천 늑대 참석합니다. 혼자 갑니다~] 동호회 모임은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는 분들도 있고, 애인하고 함께 참석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나처럼 혼자 가는 솔로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솔로들은 자동차가 유일한 가족이자, 애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같은 차종을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어필하기 위해 내 차를 꾸미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었다.
전국모임이라고 하니 내 차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또 다른 튜닝 거리를 고민하게 되었고, 월급날 받은 돈으로 사운드 튜닝을 하게 되었다. (앰프와 우퍼만 바꿨는데 200만 원이 들었다…) 사운드 튜닝 치고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전국모임 당일, AUX 단자에 MP3 연결해 코요테 노래를 크게 틀고 모임 장소로 향하는데 머릿속에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들로 설레었다.
(모임에 도착하면 다들 내 차를 보고 부러워하겠지..)
(혹시 여성 회원이 말을 걸면 어떡하지?…아놔 ㅋㅋ)
모임 장소에 도착하고 나니, (다행히)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내 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다들 동그랗게 둘러서 사진도 찍고, “이렇게 하려면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차를 혼자 직접 꾸민 거냐?” 등등 질문이 쏟아졌다.
유난스럽게 관심을 받고 나니, 그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희열이 느껴졌고 돈만 생기면 차를 튜닝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드레스 업이 상당히 인기여서 제대로 된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익스테리어 튠만 했지, 퍼포먼스 튜닝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난 그저 관종이었기 때문에 성능을 업 시키는 튜닝은 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이쁘고 화려하게 보이는 튜닝만을 지향했다.
그래서 엔젤아이 라고 불리는 “헤드램프 주변을 동그랗게 감싸면서 각가지 빛이 나오는” 라이트 튜닝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었다. 전장류 (등화류 개조)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2~3년 정도 차를 꾸미는데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어느덧 동호회 사이트를 접속해도 새로운 글이 등록되지 않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자동차 동호회에서 맺은 인연은 신차가 나오기 전까지만 왕성한 왕래가 유지될 뿐 새로운 차를 갈아타게 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인연이 되었다.
나 역시 동호회 회원들과 어울릴 수 없다 보니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곤 타고 있던 스포티지를 처분하고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새롭게 구입한 차량은 SM7이었다. 동호회를 가입하고 새롭게 인사말을 남긴다. 온라인에선 모두가 친절하다. 이번 닉네임은 [부천 미니]였다. 인사말에 달린 댓글이 50개가 넘어섰다. 활동이 굉장히 활발한 동호회인데다가, 이렇게까지 환영해주다니…
누군가 물었다. “미니님 여자분이시죠?” 나는 대답했다. “아뇨 남자인데요” 그 후로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스포티지 동호회 활동을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회원들에게 주목받는 법이었다.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동호회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돋보이고 관심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멋진 차량으로 튜닝 해야 한다는 것을!
VIP 튜닝이라는 게 유행이었다. 점잖은 세단을 가지고 튜닝을 한다는 것이 거부감이 있을 수 있었지만 그땐 그게 멋이라고 생각했다.
스포티지에 했던 튜닝들을 죄다 했다. 세단이라 그런지 차고를 많이 내리는 게 멋이라고 했다. 마치 누가 땅바닥에 더 붙어 다니는지를 겨루는 대회 같았다.
준대형 차량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과거 활동하던 동호회에서 튜닝을 하던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에 돈을 많이 들여 튜닝을 하더라… 사이트에 접속하여 튜닝 게시판 또는 내 차 자랑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는 소식들로 가득했다.
그들 또한 나 같은 평범한 회사원일 텐데… 계속해서 무언가를 바꾸고 자랑을 하는 모습을 보니 꿀리기 싫었다. 월급과 보너스를 싹싹 긁어모아 튜닝을 하기 시작했다.
인치 업을 위해 휠을 바꾸고 타이어도 그에 맞게 바꿨다. 차고를 낮추기 위해 다운 스프링을 장착했다. 브레이크 캘리퍼도 강렬한 레드로 도색을 마쳤다. 한 250만 원 정도 쏟아부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동호회에서 모임이 잡히길…
동호회 모임 날 차를 자랑하기 위해 참석했는데… 몇몇 회원들이 내 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데 차량 하체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비웃는듯한 미소를 보이면서 내게 질문을 하더라 “회원님, 차고 몇 센치 내린 거예요?”
“네? 그냥 스프링만 바꿔서 몇센치 내려갔는지 잘 몰라요…”라고 대답하니 “어쩐지…. 좀 이상하더라..”라면서 휙 하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일체형 서스펜션을 바꾼 게 아니라 스프링만 바꿔 차고를 내렸기 때문에 [일명 흉내만 내는 튜닝]이라고 놀리고 싶어서 그렇게 물어본 것이었다.
집에 와서 다짐했다. 다음 모임 때는 비웃음을 당하지 않겠다!!라면서.. 그리곤 서스펜션 튜닝 업체를 찾아가 다운 스프링을 빼고 서스펜션을 바꿨다. 또한 캘리퍼 도색만 한 것을 보고 비웃을까 봐 브레이크까지 4P 브레이크로 바꿨다.
원래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는데, 튜닝 때문에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긁어도 긁어도 내 지갑에서 돈이 당장 빠져나가지 않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월급날까지 참을 수가 없어서 카드를 긁어대며 턴 시그널 LED 타입 헤드램프, 리어램프를 통째로 바꾸었다. 이것 역시 1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동호회 모임을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동호회의 스태프가 되어있었다.
언젠가는 시들해진다. 무엇이든 지. 같은 차종의 신차가 출시되면서 해당 동호회 또한 시들해져 갔다. 5~6년간 취미는 자동차 튜닝이었을거다. 간단하게 시작하려 했던 튜닝이었는데 장미꽃 스티커로 시작해서 흡배기까지 바꾸었고, 엔진까지 손을 되기 시작했다.
동호회원들과 모임은 줄어들었지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회원들과는 틈만 나면 튜닝 할 목적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서킷 한번 달리지 않을 거면서 스트럿바 등 차량 자세를 잡아주는 차체 강성 튜닝을 끝으로 우리는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
튜닝만 하면서 살진 않았다. 틈틈이 연애도 했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예비 장인어른, 장모님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이동하게 되었다. 도시 외곽에 조용한 한정식 식당을 찾아가는데 난생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머플러에선 부우우앙~~~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차고는 최대한 낮게 잡다 보니 비포장도로를 제대로 달릴 수도 없었다. 특히 하드한 서스펜션 덕분에 뒤에 앉으신 부모님들께선 표정이 매우 불편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식당에 도착했는데, 주차를 안내해주시던 분께서 “저기 뒤쪽에 주차하세요”라고 하더라.
“아니 앞쪽에 자리 많은데 왜 뒤쪽으로 주차해요??”라고 묻자, “다른 사람들 식사하는데 차가 너무 요란스러워서 불편을 줄 수 있으니 그렇게 하라.”라는 것이었다.
식사를 할 때 아버님께서 처음으로 내게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자넨 차가 왜 그 모양인가? 이거 참…불편해서 말이야..”
이렇다 보니 어렵사리 식사를 마친 후에 집까지 모셔다드리지 못했다. 왜냐면 따로 택시를 타고 가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예비 신부가 될 여자친구는 집으로 향하는 내내 “차를 바꾸면 안 되냐고…왜 이런 걸로 부모님께 점수를 잃냐고…” 울어댔다…
집에 돌아와 내 차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그동안 멋지게 보이던 녀석이 일명 양카처럼 보이기 시작하더라.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었나 보다.
중고차 사이트에 차량 판매 글을 올렸다. 영업사원 몇 명이 연락이 왔다. 내가 원하는 가격을 절대 받을 수 없을 거라며 본인에게 팔라고 권유하는 것이었다.
‘아.. 내가 튜닝한 게 얼만데….!!’라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튜닝한 차량은 가격을 쳐줄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웠다.
이것저것 포함해서 차를 튜닝하는데 천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었다.
나는 천 만원 어치 관심을 받았을까?
아니면 천만 원어치 손가락질을 받았을까?
그렇게 나의 취미였던 자동차 튜닝은 추억이 되었고, 현재는 순정 상태의 SUV를 타고 다닌다. 가끔 브레이크가 밀릴 때면 아내에게 진지하게 어필하곤 한다. “여보 나 브레이크 튜닝 하면 안 될까?”
진지하게 듣던 아내가 말했다.
“당신 비상금이 있구나?!”
그래서 나는 순정차량만을 고집한다.
나는 천 만원 어치의 관심을 받았을까?
글/편집 : 다키 포스트
사진 : flickr, wikimedia, pxhere, pixabay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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