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민 수입 세단 BMW 5시리즈입니다. 네? 제가 왜 국민 수입 세단이냐고요? 뭘 새삼스레 물어보세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BMW 5시리즈 아세요?”라고 물어보세요. 전부 알만큼 유명하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알긴 아는데 “비싼 외제차.” 정도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간혹 계셔서 참…안타까운 마음이 앞설 뿐이네요. 하지만 화만 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니, 오늘 특별히 제 인생 강의를 해야겠네요.
아마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내가 지갑만 두둑했다면 BMW인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겁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죠.
제가 처음으로 일한 날은 1972년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딩골핑(Dingolfing) 팩토리죠. 이곳은 우리 가문이 운영하는 공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연간 약 34만 대의 패밀리들이 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하죠.
여기서 함께 살고 있는 가족으로 BMW 3시리즈 / 4시리즈 / 6시리즈 / 7시리즈가 있으며, 저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M / 하이브리드 / GT 버전 의상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세상에…여러분의 현실 드림카 대부분이 이곳에서 나오고 있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아 참, 요즘은 중국에서 저희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랴오닝 성 선양 시에 새 공장을 차려서 BMW 1시리즈, 2시리즈, 3시리즈, X1 가족들이 교육을 받기도 하고, 저도 가끔 이곳으로 출장 와서 중국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자, 다시 제 이야기로 돌아와서, 5시리즈로의 인생 스토리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데뷔한 1972년, 뉴 클래스 세단(new class sedan)의 뒤를 이어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정식으로 등장하기 전에는 E12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개발 12호”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뭐, 인턴 번호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집에서는 제게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처음으로 이름+시리즈+성능(BMW+5+20d)조합의 이름을 부여받은 차량이기도 했지만, “BMW 501 ‘바로크 엔젤’과 BMW 507과 같은 스포츠카가 생각나는 이름이다!”라는 반응 때문에 더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치 “어이구~ 우리 아들 누구누구를 닮아서 큰 인물 되겠어!”와 같은 뉘앙스였죠.
물론, 이름과 외모만 멋있다고 해서 낙하산 마냥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턴 시절 컴퓨터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몸을 튼튼하게 가꿨고, 벤츠, 시트로앵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는 프랑스 디자이너 폴 브라크(Paul Bracq)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향후 BMW 패밀리의 기초 외모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저는 518 / 520 / 520i 세 가지 모습으로 등장했으며 특히 ‘i’는 가솔린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 고성능 버전을 의미했습니다. 520i일 때 연료 분사 장치를 좀 더 좋은 것을 사용했기 때문에 연료 분사 장치를 의미하는 단어 i 를 포함시킨 것이죠.
얼마 후에는 체력 보강을 한 뒤, M535i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M5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었죠. 단순히 체력만 좋게 바꾼 것이 아니라, 몸매 스포츠카처럼 가꾸어서 누가 봐도 “잘 달리게 생겼네~”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잠깐 제 체력에 대해 설명드리면, 518 버전은 30년 동안 350만 개나 생산된 1.8L M10 심장을 적용해 89PS, 14.47kg.m 최대출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520버전은 2.0L M10 심장을 사용해 114PS, 16.5kg.m 최대출력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고성능 버전인 520i는 2.0L M10 심장에 연료 분사 장치를 바꿔, 129PS, 18.1kg.m 최대출력을 자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창 온갖 보양식 먹고 몸이 좋을 때인 M535i 시절에는, 모터스포츠에 사용된 M49 심장을 기반으로 한 M88 심장의 개량 버전인 M90 심장을 사용해, 210PS, 31.6kg.m 최대출력을 기록하며 오늘날 출시되는 차량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보였죠.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1981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약 70만 명의 사람들에게 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리곤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2세대로 승진하게 됩니다.
1981년, 2세대로 승진하면서 활약을 펼치기 전, E28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여러 부분을 바꾸는 교육과정을 거쳤습니다. 주로 저와 함께할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외모는 1세대에서 크게 바꾸지 않고 자잘한 부분을 성형하는 것으로 만족했고, 남은 교육기간 동안은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했죠.
변경사항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60~90kg 정도 다이어트했고, 차량 내부를 더욱 넓혔으며 전자식 분사 시스템, ABS(안티-록 브레이크 시스템)을 배워 그 시절 첨단을 달리는 자동차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음, 무작정 공부하거나 훈련한 녀석들과 다르게, 매우 체계적으로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훈련받은 엘리트 선수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1983년에는 BMW가문 역사상 최초로 디젤 심장을 사용한 524td로 등장해, 흔히들 이야기하는 ‘디딸’의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524td로 활동할 때 사용한 심장은 M21 직렬 6기통 터보 디젤이죠.
가솔린 심장으로도 잘 나가던 우리 집이 디젤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미래를 내다본 신의 한 수였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해 전 세계 사람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무래도 경제성 좋은 심장이 미래를 결정할 거 같아!”라는 생각 아래 디젤 심장을 개발하게 된 것이죠.
이 디젤 심장은 115PS, 21.4kg.m 최대출력을 낼 수 있었고, ‘인스턴트 스타트’라는 기능을 적용해 추운 겨울에도 다른 디젤 차량보다 더 빠르게 예열할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연비는 14.0km/L로 나름 준수한 연비를 갖췄습니다.
또 한 가지를 자랑하자면, 최고속력 180km/h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디젤 차량에 속하기도 했습니다.
1985년에는 여러분의 드림카 M5로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M5로의 변신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만큼 1:1 과외교육을 받았습니다. 당시 체력은 3.5L 직렬 6기통 M88/3 심장을 사용해 286PS, 34.6kg.m 최대출력을 자랑했습니다.
위의 모습으로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사회생활을 했고 2,191명의 사람들이 저를 찾았습니다.
이처럼 2세대 시절은 1981년부터 1988년까지였으며 1세대 시절보다 반응이 좋아 약 72만 명 수준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어찌 됐든, 이제 저는 우리 집의 대들보이자 간판스타로 떠올라 무한 신뢰를 받게 되었고 그동안 집안을 위해 열심히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3세대로 진급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의 무한 신뢰는 무한 지원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5시리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여러 가질 배우라고 부추겼죠. 때문에 E34라는 이름을 부여받아 열심히 교육받았습니다.
여러 교육과정을 거치며 사람들을 혹하게 할 만한 뷰티에 집중하기보다, 더욱더 기본기를 다져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했죠. 외모는 이전 세대와 비슷하게 박스 형상이었지만, 곳곳을 세밀하게 다듬어 공기저항을 줄였습니다.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공기저항을 많이 받게 생겼지만 0.3cd라는 공기저항 계수를 달성했죠.
그리고 사람들을 생각해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배웠습니다. 대표적인 기능 몇 가지를 말하자면, 승객 유무에 따라 다르게 터지는 에어백 시스템, 속도에 맞게 핸들 강도를 조절하는 서보트로닉 기술, 차량 안정성을 유지시켜주는 ASC+T시스템 등이 있죠.
전체적으로 여러 기술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전자 장비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기계공학의 결정체다!”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체력은 9가지나 되는 심장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부 소개하기는 그렇고, 심장에 따라 111~335PS, 16.8~40.7kg.m 최대출력을 오갔습니다. 가장 낮은 체력은 저가형 버전인 518i이며 가장 강력한 체력을 뽐낸 시기는 역시 M5버전일 때였죠.
간단하게 518i / 520i / 525i / 530i / 535i / 540i / M5까지 번호가 높아질수록 성능이 좋아진다고 보면 되겠네요.
디젤도 비슷하게 114~141PS, 22.6~26.5kg.m를 오갔고 524td / 525td / 525tds가 있었습니다.
3세대로 활동한 시기는 1988년부터 1996년까지로, 133만여 명 수준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과거 1세대, 2세대 보다 60만 명 정도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3세대 시절의 제가 상당히 혁신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아참, 그리고 이 시기에 대한민국에 제가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당시 저를 소개하는 광고를 보면, “세계 각지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달리는 집무실! 기업의 운명을 개척하는 비즈니스맨!”이라는 낯간지러운 표현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 식을 줄 모르는 제 인기란! ‘추락’이라는 단어가 뭔지 모를 만큼 점점 높아지는 인기에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가려면,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요했죠. 그래서 기왕 새로 변신할 겸 E39라는 이름을 부여받아, 1995년, 4세대로 넘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때 제가 수강한 과목은 고급 과정이 아닌 기초 과정이었습니다.
그동안 첨단 기술을 배우고 여러 실험을 하다 보니, 자동차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었죠. 때문에 여러 교육을 거치며 성형도 좀 하고, 뼈대, 심장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가꾸게 되었습니다.
외모는 각진 몸매에서 곡선을 사용해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의 상징 콩팥 모양 그릴을(키드니 그릴) 옆으로 약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민첩하면서 동시에 튼튼한 몸을 만들기 위해 최초로 알루미늄과 경량 합금을 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충격을 흡수하는 무릎(서스펜션)과 뼈대 등을 보강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달리면서 몸이 뒤틀리는 일이 더욱 줄어들게 되었죠.(비틀림 강성 개선)
결과적으로 튼튼하면서 가벼운 몸매를 가지게 되었는데, 65kg 정도를 감량했고 비틀림 강성을 55%나 끌어올리게 되었습니다.
체력은 520i / 523i / 525i / 530i / 535i / 540i / M5등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해, 148~394PS, 19.3~50.9kg.m 최대출력을 갖췄죠.
디젤 심장은 520d / 525d / 530d 등으로 등장할 때 사용하여 134~190PS, 28.5~41.8kg.m 최대출력을 자랑했습니다. 가솔린과 디젤 심장 모두 제 이름 뒤에 붙는 번호가 높을수록 성능이 높았죠.
2000년 9월부터는 ‘엔젤아이’를 적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정확히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적용된 DRL(주간주행등) 디자인인데, 부리부리한 눈매로 보이게 만들어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엔젤아이 디자인은 멀리서도 잘 보였기 때문에 밤길 안전까지 개선되어, 주변에서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BMW 집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녀석, 게다가 튼튼하고 잘 달리기까지 한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죠.
덕분에 1995년부터 2003년 까지 147만 명이 저를 찾으며 이전에 세웠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아무리 우수하고 대단했다 할지라도 변화는 계속되어야 하는 법, 차체 경량화와 엔젤 아이로 대히트를 쳤던 4세대를 넘어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4세대에서 아무리 인기를 많이 얻었다 할지라도 늘 최고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당시 경쟁하던 친구들이 현대적인 디자인과 각종 첨단 기능들을 적용해 인기를 높여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저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때문에 2003년, E60으로 임시 번호를 받은 뒤 5세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우선, 외모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오펠 및 피아트에서 일하던 크리스 뱅글(Christopher Edward Bangle) 미술 선생님 주도로 곡선을 강조했으며 눈매를 보다 날카롭게 다듬어, 4세대보다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첨단 안전 및 편의 기능을 배우느라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배운 첨단기능 일부를 나열해보면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전자식으로 제 몸에 대한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 iDrive, 앞 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반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능동 크루즈 컨트롤, 발을 다쳐도 일정 속력으로 달리게 해주는 런플랫 타이어, 전투기에 사용되었던 헤드업 디스플레이, 차선 이탈경고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음…자타공인 성능은 충분하니, 이제 스마트한 5시리즈로 거듭날 필요가 있었다고 봐야겠네요. 처음에는 옵션인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본 사양으로 탑재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경쟁상대와 치열한 싸움을 벌인 탓도 있지만, 이외에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안전 기준도 한 몫 했습니다. 해마다 유럽 안전 테스트를 거치며 별 따기 바빴죠.
특히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요즘은 흔해지고 있지만 당시만하더라도 미국 및 유럽 사람들이 저를 다시 찾게 만드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계기판을 안보고 앞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정보가 앞 유리에 뜬 다는 점은 안전상으로도 편의상으로도 참 대단한 일이었죠.
체력은…역시 제가 사용했던 심장이 너무 많아 간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520i / 523i / 525i / 528i / 530i / 535i / 540i / 550i / M5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168~500PS, 21.4~53.0kg.m의 최대출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디젤심장은 520d / 525d / 530d / 535d를 통해 174~282PS, 26.3~43.6kg.m의 최대출력을 발휘했습니다.
이제 저는 외모, 체력, 인텔리함까지 두루 갖춘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물론, 유명 가문의 차량들도 우수했지만, 저는 My Way를 외치며 차별화된 모습을 갖추었고,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대 스타가 되었죠.
덕분에 2005년부터 2008년 까지 베스트셀링카가 되었고, 2010년, 다음세대로 넘어가기 전 까지 130만 명의 팬층을 거느렸습니다. 뭐, 이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전세대였을 때보다 짧은 기간에 달성한 성과인 만큼 오히려 능력은 더 우수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2010년부터는 6세대 5시리즈로 새롭게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 부여 받은 이름은 이전과는 다르게 F10이었습니다. 이 때 그란투리스모(F07), 투어링(F11), 롱 휠 베이스(F18)을 받아 부전공을 하기도 했지만 기본이 세단인 만큼 F10을 중심으로 많은 것을 개선했죠.
제 외모는 5세대에서 날카롭고 강렬해서 좋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면에 외모가 너무 파격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아 5세대 이전 차분한 세단 모습을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다시 성형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각진 형태로 간 것은 아니지만…쉽게 말하자면 순한 인상으로 변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일부 사람들은 “어째 새로 등장했는데 모습은 과거로 돌아가니?”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지켜온 BMW 5시리즈의 세단느낌을 살리는 것이 제 정체성에 보다 적합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차분한 이미지로 돌아가게 되었죠.
외모는 순해졌지만 내부는 더욱 강인해졌습니다. 각종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 소재를 알루미늄 등을 사용해 계속 다이어트를 했고, 가볍지만 55%나 더욱 튼튼하게 단련했죠.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 등을 적용해 무식하게 힘만 쓰는 것이 아니라 요령껏 달리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습니다.
체력은 처음에는 자연흡기 타입 심장을 사용했지만 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밥은 덜 먹고 잘 달리는 심장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심장에 터보를 달아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새롭게 단련하게 되었죠.
가솔린 심장을 사용한 경우는 520i / 528i / 530i / 550i / M5 / 하이브리드 가 있으며 심장 성능에 따라 168~553PS, 25.4~69.3kg.m 의 최대출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디젤 심장은 518d / 520d / 525d / 530d / M550d xDrive 등이 있으며 심장 성능에 따라 141~375PS, 36.7~75.4kg.m 사이의 최대출력을 발휘할 수 있었죠.
특히 520d에 사용된 B47계열 디젤 심장은 한국에서 520d 열풍을 불러일으킨 핵심 요소입니다.
B47계열 심장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로6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면서 192PS, 40.7kg.m이라는 높은 성능을 갖추었고, 20km/L에 가까운 엄청난 연비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사실 집에서는 오래 전부터 디젤 심장을 연구해 왔기 때문에 힘은 힘대로, 배기가스 기준은 기준대로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제 능력이 계속 상승하자 이제는 글로벌 세단으로써 정상에 우뚝서게 되었습니다. 독일 대표 세단도 아니고, 글로벌이라니,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들 많이 하실 텐데, 6세대에서만 2백만 명이나 저를 찾을 정도인데, 충분하지 않나요? 게다가 제가 몸값이 저렴한 것도 아닌데 2백만명이면 대단한 것이죠.
그리고 한창 잘 나갈 때 더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7년, 7세대 5시리즈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첫 등장은 2016년 10월 디트로이트 북미 국제 오토쇼 이지만, 실무를 보게 된 시점은 2017년이죠. 역시 세대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교육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G30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집의 가훈인 BMW Efficient Lightweight를 중심으로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참, BMW Efficient Lightweight에 대해 설명을 드리질 않았네요.
이 철학은 쉽게 말해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최대한 줄여 효율적인 차량으로 거듭나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영어로는 ‘MORE POWER. LESS WEIGHT’정말 간단명료한 목표 덕분에 저도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우왕좌왕 하지 않고 7세대로 넘어가는데 별 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외모는 이전세대 모습을 이어 받되, 얼굴 및 몸매를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가꾸었습니다. 언뜻 보면 세단이지만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뼈대는 나름 새로운 플랫폼인 CALR(클러스터 아키텍처 플랫폼)을 사용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감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강철, 알루미늄, 탄소섬유 등 단단하고 질긴 소재들을 사용해 더욱 튼튼한 몸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가벼워진 상태가 되었죠.
이를 통해 일반 가솔린이나 디젤 심장 외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버전으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재 측면에서 보면 첨단을 달리는 구조입니다.
체력은 520i / 530i / 540i / M550i xDrive / M5로 활동할 때, 가솔린 심장을 사용해 184~600PS, 29.5~76.4kg.m의 최대출력을 자랑합니다.
디젤 심장은 520d / 525d / 530d / 540d xDrive / M550d xDrive에 적용되어 심장 성능에 따라 190~400PS, 40.7~77.4kg.m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제 체력은 늘 동급 최고를 고집했죠. 동시에 더욱 가벼워지면서 튼튼한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마치 이소룡처럼 마른 근육으로 가고 있지만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다고 표현해볼 수 있겠네요.
참고로, 달 마다 공개되는 수입차 세부모델 판매량을 보면 같은 520d인데 이름 뒤에 xDrive라는 명칭이 붙어있는 것을 자주 보실 텐데요, 이는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주행 상황과 도로 상태에 따라 발(차축)에 힘을 주는 정도를 조절합니다. 만약 타이어가 미끄러지거나 진흙탕에 빠졌을 때, 일반도로에서 가속을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제가 0.1초만에 도로 상태를 감지해 다리(축)마다 힘 배분을 0~100% 사이를 오가며 조절하게 되죠.
이렇다보니 요즘 저를 선택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xDrive기능을 마련한 저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다른 집에서도 저와 비슷한 기능을 마련해놓고 있는데, 라이벌 벤츠는 4MATIC, 현대는 H-TRAC이 있습니다.
아우디는 콰트로라는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성능이 꽤나 우수해서 많은 사람들이 신봉(?)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배운 xDrive도 우수한 시스템이죠!
자~ 이것으로 1970년대부터 2018년 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제 인생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생략한 부분도 있지만 세단으로써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간략하게나마 여러분들이 알아가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중에 저를 선택하실 때 “그래, 너는 옛날부터 유명했으니까 능력 하나는 인정할게!”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명색이 BMW가문의 얼굴마담인데 당연한 일이죠.
이제 여러분들과 작별인사를 해야겠는데, 누가 자꾸 뒤에서 “벤츠”라고 소곤거리네요. 누가 자꾸 벤츠 소리를 내는 건가요?
하…벤츠는 독일에 있을 때부터 정말 성가신 라이벌이었습니다. 우리 가문은 묀헨, 벤츠는 슈투트가르트가 고향입니다. 만약 저와 함께 슈투트가르트로 넘어간다면 엄청난 야유가 뒤따를겁니다. 반대로 라이벌인 E클래스를 타고 묀헨으로 오면 푸대접을 받기 일쑤죠.
그만큼 독일 내 각 지역을 대표하는 가문이자 차량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이 상당하죠. 이런 자존심 싸움이 세계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도 피 말리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저와 이 녀석 둘이서 수입차 부문 1~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에는 제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여러 번 이겼지만, 올 해 초부터 다시 밀리기 시작했죠. 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엄청난 할인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BMW와 벤츠 두 집안이 한국에서 유독 피 튀기는 할인 전쟁을 벌이면서 인기차트가 널뛰기 하듯 오르락 내리락 하는 중입니다.
뭐, 서로 쉬는 날 없이 계속 일하려고(재고처리)하는 의도가 깔려있지만, 다른 이유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복귀한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등장한 점도 있죠. 오랫동안 활동을 못한 탓에 이 집안에서도 파격할인으로 맞대응 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참, 그리고 여러분께 이야기 안하고 넘어가려 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최근 이슈가 되기 시작한 520d 화재사고입니다… 양심상 말씀드려야겠네요.
원인은 디젤 심장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배기가스 순환장치에서 냉각수가 유출되고, 이 냉각수가 주변의 고온으로 인해 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죠…
쉽게 말하면, 달리면서 숨을 내쉴 때 기도에서 불이 나는 상황입니다.
우선 이에 대해서는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어도 할 말이 없네요… 집에서는 깜짝 놀라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저도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죠. 그동안 믿음의 BMW 5시리즈로 살아왔는데… 뜻하지 않은 부분에서 이렇게 문제가 생기다니 당황스럽네요.
하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저를 점검하는 자세를 가지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제 이야기 듣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한국차량들 이야기를 쭉 듣고 있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차량이 없다 보니 싱겁기만 하네요. 저처럼 ‘최초’타이틀이나 압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인다던가 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도로 위를 달릴 때 저와 함께 하는 것이 베스트 초이스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국민 수입세단 BMW5시리즈 입니다!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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