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내용은 한 독자님의 이야기입니다.
독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 중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평범한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국산 중형차 한 대에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할 때는 급여 입금 알림이 올 때지만, 24시간 안에 모든 급여는 카드 값으로 대부분 빠져나가 버린다. 마치 밑빠진 독에 물 붓는 듯한 기분이다.
저금이라는 건 아주 어릴 때 방학 계획표에 나도 모르게 세웠던 것(용돈 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거다.
나는 욜로족(?) 그래, 요즘 유행하는 욜로족이라는 표현이 좋겠다.
솔직히 말하면 별생각 없이 살았다. 버는 족족 먹고, 놀러 다니고, 사고 싶은 것들은 카드를 긁으며 살았다. 매월 반복되는 삶이지만 그래도 직장이 있기에 달마다 반복이라도 할 수 있었다.
난 남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업무 시작 시간 15분을 남기고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일어날 리 없는 복권 당첨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 당첨금으로 어떤 차를 살지 동료들과 고민을 하다가 이내 현실로 되돌아와서는, 사무실로 내려가 풀 죽은 자세로 업무를 시작했었다.
이후 퇴근하면서 동네 호프에 들러 당첨금에 대해 이야기하던 동료들과 아침에 했던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을 한 직장에서 보냈다.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
‘잘 먹고 잘 살았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 인생에서 사회생활 7년 동안 먹을 거 잘 챙겨 먹고 사고 싶은 것도 곧잘 사는 것이 곧잘 살아왔다는 뜻이다.
드디어 회사를 뛰쳐나왔다.
준비한 것도 없고, 치밀하게 계획된 것도 없었다. 단지 충동에 의해 회사를 나왔다. 7년 동안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밖으로 나가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나 홀로 외롭게 창살 안에 갇혀있는 처량한 신세 같아 기운 빠졌고, 때로는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부럽기도 했다.
회사를 나와 두 달쯤 쉬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은 없었지만, 퇴직금으로 여행도 다니고, 7년간 해보지 못했던 백수 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백수 놀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마냥 논다고 해서 즐겁지만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서글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잡생각들로 가득할 때면 불안하기까지 했다.
두 달을 쉴 동안 일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어릴 적 친구들을 자주 만났다. 그 덕분에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야, 병철아~ 이게 얼마 만이야?”
[너 요즘 쉰다며? 어릴 때 손재주 좋았잖아, 앞으로 할거 없으면 나랑 일 같이 할래?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병철이라는 친구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나 마카롱 가게 등 인테리어 디자인과 공사까지 진행하는 사업을 하면서 돈벌이 가 상당히 괜찮다고 했다.
어릴 적 나는 미술에 소질이 있었고, 방을 꾸밀 때도 남들과 달리 멋지게 만드는 재주가 조금 있었던 터라, 병철이가 같이 하자고 했던 일에 대해서 고민 한번 없이 OK를 외쳤다.
부지런하기로 유명한 병철이 덕분에, 지역구에선 나름 유명한 업체로 소문이 나있었다. 얼마 안 되는 퇴직금만으로도 다른 지역까지 마케팅이 가능했고, 그렇게 우린 조금씩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 1년 만에 직장 다닐 때 보다 3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즈음, ‘그 녀석’이 찾아왔다.
직장생활 당시 K5를 48개월 할부로 뽑았었고 퇴사 후 할부가 3개월 정도 남은 시점, 지름신이라 불리는 그 녀석이 날 찾아오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최 사장 요즘 돈 잘 버는데 좋은 차 안타?”라고 인사 겸 뽐뿌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최 사장님 어떤 차 타세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왜 물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영업을 나가서 새롭게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가게 사장님과 식사를 하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최 사장님 차 가지고 오셨어요? 차는 뭐 타고 다니세요?”라고 묻더라.
“아, 넵. K5 타고 다닙니다. 근데 왜 그러세요~?”라고 답하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다고 하더라.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병철이에게 “요즘 미팅만 하면 내 차가 무엇이냐고 묻는데 왜 그런 거냐?”라고 물었고, 병철이는 피식 웃더니 설명을 해주었다.
“업체 간 미팅에서 유명한 기업이 아닐 때 업체의 신뢰도를 올려주는 건 대표, 임원 들의 재력이지.”
“가장 쉽게 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차 아니겠냐?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할 것이고, 돈을 잘 번다라는 것은 업체의 실력이 좋아 고객이 많다는 것이겠지”라고 말이다.
다 듣고 나니,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이해가 되는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미친 듯이 수입차량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벤츠 가격, BMW 장기 렌트, 수입 SUV, 수입차 가격, 장점, 단점, 수입차 리스, 제네시스 풀옵 정보) 등…
국산 중형 차를 타고 있던 내가 고가의 수입차를 선택하기란 너무 어려운 결정이다. 3천만 원대 차를 살 때도 48개월 할부를 했고 매달 50만 원 정도의 할부금을 갚아나가고 있었는데, 두 세배 비싼 수입차량을 구입하게 되면 과연 유지가 가능할까?
에잇.. 까짓것, 어차피 벌이도 2배 이상 많아졌는데 월 100 정도 낸다고 생각하고 사야겠다!!
내 수준에서 6~7천만 원이면, 근사한 차량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타고 있는 차량을 두 대나 살 수 있는 금액 대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순히 살 수 있는 차량 목록을 만들어보니 생각하고 있는 금액 대에서 할인을 받으면 생각해 볼 만한 차량이 벤츠나 BMW 그리고 랜드로버 정도였다. 물론 엔트리급으로.
높은 등급까지 선택 가능 한 차종들은…글쎄…내키지 않았다.
수입차 전시장을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근데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좋다던 독 3사의 차량을 직접 앉아보니 생각보다 실내가 좁다. 특히 2열은 너무 좁다.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K5 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판매사원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2열이 좁나요 ^^? 가족들 태우고 다녀야 하는데..”
그러자 판매사원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고객님 그럼 조금 더 넓은 차를 보여드릴게요~ ^ ^ 이쪽으로 오시죠.]
판매사원을 따라 2층, 3층 전시공간으로 이동해 새로운 모델의 차를 타보았다. (환상 그 자체!!) 럭셔리하고 우아한 외관,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내 방보다 넓은 듯한 2열 공간까지!!
“우와… 이 차는 얼마인가요?”
[네 고객님. 현재 이 차량은 1억 5천인데, 최근 프로모션 할인가 적용해서 1억 3천800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취등록세 7%로 천만 원 정도 +@ 하시면 됩니다. 견적서 뽑아 드릴까요?]
그랬다. 지금 현재 타고 있는 차량보다 좋은 수입차량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1억은 가뿐히 넘어가야 했고, 그제서야 마음에 들었다.
생각했던 금액보다 적어도 4천만 원은 더 줘야 살 수 있는 1억 원대 차량들만 유독 마음에 들다니…
6~7천만 원대의 차량을 구입하는 것도 나에게는 평생 있을 수 없을 일이라 생각했건만, 이렇게 높은 가격대의 차를 사려고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화가 났다. 나 자신한테 화가 났고, 공간 대비 효율성 떨어지는,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그 수입차들에게도 화가 났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가격대에 최신 옵션, 넓은 공간, 멋진 디자인을 두루 갖추고 있는 차량이 아주 없지는 않다. 바로 제네시스다. 제네시스 쪽으로 마음을 어느 정도 기울이고 나서 주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다.
“제네시스 어때요?”라고 물어보면,
“제네시스? 좋지!! 근데 한 6~7천 하지 않나? 국산차 치고 너무 비싸! 그 돈이면 외제차 타지 않나?”라는 대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제네시스를 선택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수입차는 몇 백 만원씩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이 있는데, 제네시스에는 없다는 것이다.
차를 구입하지도 않았고, 계약을 한 것도 아닌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자기 전 눈을 감고 수천 번이 넘도록 밑그림을 그려본다. (내가 탔을 때 어울리는 차량, 남들에게 당당하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연비, 효율성, 구매 매력도, 할인행사, 첨단 편의사양, 우수한 성능, 수리 비용, 보험료, 그 외 유지비 등)
한마디로 그랬다. 공간성 확보와 첨단 편의사양 그리고 보험료와 수리 비용 등 유지비를 고려한다면 국산 차량이 좋겠고! 브랜드 인지도로 남에게 어필하기 좋은 차는 수입차다. 물론 성능까지 고려한다면 6~7천만 원으로는 어림없다는 사실은 이미 깨달았지만 말이다.
(남의 시선이 뭐가 중요해! 지금 타는 차도 충분히 좋아요! 이제 곧 할부도 끝나는데 돈 아끼셔야죠)라고 천사가 말한다.
[어차피 사업하는데 경비 혜택 좀 받고, 지금 내고 있는 할부금 보다 조금 더 내면 좋은 차 타고 다닐 수 있는데 뭘 고민하나?]
[ 할부 길게 잡고 1억짜리 차량 할인 1천만 원 넘게 받으면 8천만 원대로 좋은 차 탈 수 있으니 이참에 바꿔!!]라고 악마의 유혹이 들린다.
이어서 (차를 정 바꾸시고 싶으시면 부가세 환급까지 가능한 카니발 11인승이나, 경차로 바꾸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예요~)라고 천사가 말하며 내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그러면 악마는 [6~7천 대 수입세단을 할인받아서 5천 후반~6천 초반에 구입하면 한 달 100만 원 넘지 않는 선에서 탈 수 있어! 그럼, 고급 브랜드 엔트리급이라도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바로 질러 버려!!]라며 맞받아친다.
결국 내 스스로의 독백일 뿐이지만, 혼란스럽다. 사람의 마음을 갈대 같다고 했던가? 하지만 나는 갈대가 아니라 지진이 난 것 같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여러 고민을 하며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난 7천만 원이 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근데 유명한 브랜드였으면 좋겠고, 가족들이 타기에도 부담이 없으면 좋을 것 같아.”
“여기에 첨단사양까지 탑재되어 있으면 베스트겠지. 마지막으로 할인까지 많이 해주면 좋을 것 같아! “
3개월간 근심으로 가득 찬 나를 바라보던 병철이는 “그냥 차라리 그랜저나 k7 어때? 국산차 중에선 그래도 괜찮아”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3~4천만 원이면 첨단옵션, 디자인, 공간성, 효율성에 하이브리드까지 선택할 수 있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상급 모델이다.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렉서스 등 수입차 전시장을 배회하며 1억 원이 넘는 차량까지 살펴봤던 터라, 괜히 눈만 높아졌다.
결국 병철이의 진심어린 조언은 한 귀로 들어왔다가 한 귀로 빠져나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리고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지금의 나는 넘지 말아야 할 선과 넘을 수 없는 벽 사이에 있다. “사업에 필요해서”라는 허세에 찌들어, 그럴싸한 이유로 고급 차량 구매를 꿈꾸고 있지만, 수입차 구매라는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선을 넘을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적금을 깨거나, 1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큰 맘먹고 어렵사리 명품 가방을 사게 되면 주변에 부러움을 살 것이다. 그다음에는 다른 가방을 구매할 때 명품만 찾게 된다.
메이커 등산복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등산복을 입고 산에 오르면 통풍도 잘되고 오래 입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값비싼 수입차를 구매를 결정하고 위시리스트에 올려둔 이상, 3~4천 만원짜리 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3~4천 가격대 차도 충분히 훌륭하고, 내게 과분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런 점이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오늘도 출근길 도로에서 값비싼 수입차량을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말했다. ‘우리나라엔 잘 사는 사람들 참 많아~!’라고 말이다.
“정말 잘 살아서 저런 차를 타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넘지 못하는 그 선을 그들은 넘어 봤기 때문에, 쉽게 사서 타고 다닐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스스로는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다.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찬 나는 오늘도
을 검색한다.
6~7천 대 수입차 고른지 3개월…아직도 못 정했다
편집 / 다키 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콘텐츠 관련 문의 : carderra@naver.com
- 모닝 살까? 레이 살까? 스파크 살까?
- “나 잠깐 차에 좀 다녀올게.” 아버지와 르망
- 안녕하세요! 국민 수입세단 BMW5시리즈 입니다!
- 그랜저 살까 K7 살까?
- 수소차 전격 해부! 어떻게 움직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