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 국민 수입세단 E클래스 입니다!

네? BMW 5시리즈가 국민 수입세단이라 이야기하고 다닌다고요? 하하! 흥미롭네요 요즘 화재라던가, 화재라던가, 화재 때문에 엄청 혼나고 반성문 쓰고 있던데 국민 세단이라고 하기엔 쪼금 부족하지 않을까요?

대신 제가 그 자리에 앉아도 될 것 같은데, 여러분도 동의하시죠? 역시 보는 눈들이 있으시네요! 게다가 요즘 전 세계 인기 순위를 볼 필요도 없이 한국 내 순위만 봐도 제가 앞서고 있다는 거, 다들 아시죠?

그리고 역사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저를 따라오려면 BMW 친구들은 좀 더 노력해야 할 위치죠.

뭐, 제 입으로 “국민 세단이다!” “기술력이 좋다!” “멋지다!”라고 이야기해봐야, 왜 그런지 다들 모르실 테니,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진델핑겐 공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어렵죠? 벤츠가문의 본고장 슈투트가르트 왼쪽에 위치하고 있죠.

음…좀 더 쉽게 말하자면,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벤츠 박물관에서 차를 타고 35km 정도 가면 나온답니다.

이곳은 1912년 처음 설립된 이후, 우리 집안과 함께하는 사람들만 2만 5천 명이 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죠. 여기서는 저 같은 자동차들이 사회로 나가도록 교육하는 것 외에도 첨단 연구, 디자인연구가 함께 진행되어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늘 활기찬 곳입니다.

세단 가족으로 맏이인 저와 동생 S클래스와 C클래스가 있으며, 나머지 A클래스 B클래스, CLA, CLS, G클래스, GL 패밀리, V클래스 등은 친척들이죠.

제가 가족들 중 맏이인 이유는, 나이로 따지면 1935년 생으로 제가 첫째고, 다음이 1954년생 S클래스, 1983년생 C클래스가 막내이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죠?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생각까지 늙는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아시다시피 요즘 저를 보면, 온갖 첨단 기능을 공부해서 똑똑하고 옷도 트렌디하게 입어서 세련된 모습이잖아요? 딱 맞는 양복에 포마드 스타일로 머리를 딱~ 넘겨주고 지적인 외모를 위해 안경까지 쓴, 유러피안 훈남 스타일이죠.

제 인생은 E클래스로 부르기 전과 E클래스로 개명한 시기로 나뉩니다. E클래스로 분류되기 전은 1936년부터 1993년까지로,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생산된 W136모델이 처음으로 부여받은 이름입니다.

W136시절, 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약 16만 명이 저를 찾을 만큼 인기가 높았습니다. 약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6만 명이라 인기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 같은 차량들은 상류층 사람들만 구매할 수 있었고, 오늘날같이 모든 지역이 포장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요가 제한적이었죠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인기가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제 체력은 38마력으로, 오늘날 다마스(41마력)보다 약했지만, 당시에는 나름 쓸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첫 사회생활 중 우리 집이 나치 군을 도와주면서 온갖 무기를 죄다 만드는 바람에 쑥대밭이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몇 년 동안은 비닐하우스에서 오들오들 떨며 공장이 새로 지어지기를 기다려야 했죠.

1953년에는 W136에서 W120/121로 새 단장을 했습니다. 기술력과 더불어 폰톤(Ponton) 스타일 디자인을 통해 경제성과 멋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죠.

당시 얼마나 유명했냐면, 1963년까지 약 44만 명이 저를 찾았고, 우리 집 수익의 80%나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태생이 고급 세단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덕분에 우리 집안을 먹여 살리는 가장 위치에 올랐습니다.

집안을 이끌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새 단장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1961부터 W110 시리즈로 개명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평가를 받기로 결심했죠.

당시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아물고 전 세계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로, 저 같은 자동차를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은 괜찮은 가격에 넓고 편안하며, 쓸만한 체력까지 갖춘 자동차를 찾기 시작했고 그 조건에 제가 가장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저를 보고는 운명의 상대라 생각했을 거예요.

나름 팔방미인 차량이다 보니, 일말의 여지도 없이 지갑을 활짝 열었거든요.

이때 외모와 능력 부문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제 모습 중 매력 포인트는 트렁크 끝부분이 튀어나온 ‘핀테일’디자인이었습니다. 보다 남성적이며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해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를 표현할 수 있었죠.

여기에 연비와 성능을 끌어올린 1.9L M121심장을 사용했으며, 자동변속기, 파워 스티어링(파워핸들), 스틸 슬라이딩 루프(선루프), 전동식 윈도우, 에어컨과 같은 기능들이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물론, 기본이 아닌 고가의 선택 옵션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별도로 승객 안전을 위한 충돌 테스트를 거칠 만큼 안전에도 신경 썼습니다. 요즘이야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들이지만, 당시에는 첨단을 달리는 자동차였죠.

덕분에 1968년까지 약 63만 명 수준의 인기를 끌 만큼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다양한 편의 장치 덕분에 택시기사님들이 선호하는 차량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70년대로 들어서기 직전인 1968년, 우리 벤츠 가문은 자동차 부문에 있어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한 번에 수백, 수천 km를 고속으로 달려도 끄떡없고, 때로는 대를 이어서 물려받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났죠. 이런 명성들이 하나하나 모여 독일=기술 강국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 아닐까요?

어찌 됐든, 보다 높은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거친 뒤 W114 시리즈로 재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외모와 신체능력을 조금씩 바꿔가며 새로 몸단장을 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뼈대를 사용하고 새로운 기능을 시험해보는 등 여러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이때 쿠페 형태로 멋을 부려보기도 했으며 백만 km를 달려도 끄떡없는 5기통 OM617심장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1976년까지 약 192만 명 수준의 인기를 얻었으며, 우리 집안 최초의 밀리언 셀러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지구 최강 E 클래스…아닌가요? 힘 좋고 오래가는 자동차라니, 사람들 입장에서는 탈 맛이 나죠!

때문에 오늘날 독일에서는 벤츠 가문에 대해 높은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고 심지어 아이들은 “저는 커서 벤츠 엔지니어가 될 거예요!”라는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죠.

1976년부터는 인기를 이어가면서 보다 나은 기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자 전설의 W123 시리즈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뭐, 확 달라진 점은 없지만 신차 계약 후 1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엄청난 관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 함께하느라 엄청 힘들었지만, 기쁨이 흘러넘치는 업무의 연속이었죠.

이렇다 보니, 참을성 없는 사람들은 암시장을 통해 웃돈을 주고 저를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 참, 이때 4G TRONIC이라는 4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했는데 50만 km(약 30만 마일)를 주행해도 큰 문제가 없을 만큼 엄청나게 튼튼한 것으로 유명했죠. 엔진과 변속기는 제 심장과 무릎에 해당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튼튼한 덕분에 팬층이 더욱 두터워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난 다시 태어나도 벤츠와 함께야!”와 같은 느낌이죠.

세상에…얼마나 저를 만나고 싶었으면 암시장까지…뭐, 구하기 어려운 올드카를 구하기 위해 암시장을 찾았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갓 등장한 저를 위해 암시장을 이용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영광이었죠.

W123시리즈로 활동했던 1986년까지 무려 27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세단=E클래스’ 라는 공식을 세우게 됩니다. 저 때가 1970~80년대임을 감안하면 위업에 가까운 수치였습니다.

음.. 5시리즈요?

이때 2세대 5시리즈(E28)이 활동하고 있던 시기인데, 72만 명 정도가 그 녀석을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거의 200만 명 정도 차이 나는데, 동급으로 보기에는 쪼금…

칼 벤츠(좌) 고틀리프 다임러(우)

사실 아~주 오래전 우리 집안을 만드신 창조주 고틀리프 다임러님과 칼 벤츠님은 자동차의 선구자이자 독일에서 유명한 엔지니어였다고 합니다.

다임러님은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엔진의 기반을 닦았으며, 벤츠님은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기초를 마련한 분이시죠. 그리고 페르디난드 포르쉐라고 아시죠? 그분은 다임러 밑에서 일하던 분입니다.

한편 BMW는 프란츠 요세프 포프라는 분이 항공기 엔진을 만들다 1차 대전 이후 이륜차 및 소형 차량을 만들기 시작한 곳입니다. 물론, 엔진 기술력이나 기계공학에 있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자동차를 만들던 곳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죠.

옛날이야기가 좀 길었죠? 뭐, 굳이 언급 안 하고 넘어가도 되는 부분들이지만 제가 갑자기 펑 하고 나타난 자동차는 아니잖아요? 품격 있는 디자인과 기술력을 담은 설계도와 서류들이 하나씩 모여 지금의 E클래스가 탄생한 것이죠.

자, 이제 진짜 E클래스 인생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시작은 1984년입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1993년이지만 W124 시리즈로 일하던 도중 바뀐 것이기 때문에 80년도가 1세대 E클래스의 시작입니다.

디자인은 각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릴, 헤드램프, 휀더패널 등 세세한 부분을 다듬어 보다 현대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습니다. 예전에는 어깨뽕이 넉넉히 들어간 옛날 양복 같은 느낌이라면, 이제는 슬슬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캐주얼 정장 분위기로 점점 넘어가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이때 디자인보다도 여러 재주(기능)를 새로 배우거나 체력을 단련하던 시기입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차량 하부 구조를 재설계해 도로 위를 달릴 때 아랫도리로 흐르는 바람의 흐름을 관리해 연비를 높였습니다. 부가적으로 달릴 때 발생하던 요란한 소리가 크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가솔린을 사용하던 심장에는 ‘폐 루프 삼원 촉매 변환 장치’가 적용된 배출가스 제어장치를 장착해 환경보호에도 앞장섰습니다. 이때만 해도 유로 6처럼 달성하기 힘든 배기가스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늘에 희고 검은 매연이 구름처럼 떠다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도 미래를 위해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점차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죠.

그 밖에 운동을 해서 벌크업 되어있던 500E 시절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 집과 포르쉐에서 제공한 특별 교육을 이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심장으로 V형 8기통 M119를 사용해 326마력, 48.9kg.m라는 강력한 힘을 냈습니다. 1:1 과외식(수작업)으로 교육이 진행되었으며 OEM 방식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포르쉐 손으로 맨든 벤츠”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1993년에는 외모를 조금 바꾸면서(페이스리프트) E클래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마음속을 맴도는 그 이름! 데이트 치트키, E-CLASS죠.(요즘은 약발이 덜 하지만요…) 이를 통해 E200, E300등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첫 E클래스는 1996년까지 세계적으로 256만 명 수준의 인기를 모으며 세단계의 대스타로써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여담으로 W124시절 사용하던 뼈대를 다른 나라에서 사용한다 길래 빌려준 적이 있습니다. 곰국 해 먹으려고 가져갔나 해서 살펴보니, Made in Korea더군요.

“응? 쟤는 정체가 뭐지?”라고 생각하며 호기심이 생겨 살펴봤는데, 동쪽 변방의 나라의 쌍용자동차라는 곳에서 체어맨이라는 고급 세단을 만들었더군요.

그런데 뭔가 제 모습이랑 비슷해서 “쟤 모습이 우리랑 닮았는데?”라고 집에 물어보니, 제 외모를 담당하던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약간 도움을 줬다고 하네요. 심장도 우리 집에서 사용하던걸 사용해서 뭐…사실상 한국제 OEM인 벤츠 차량이나 다름없었죠.

이후 한국 시장 반응이 좋자, 집에서 아예 동아시아 거점으로 삼으려고 이런저런 부품을 건네주고 기술제휴를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쌍용은 무쏘, 이스타나에도 벤츠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쌍용이 위협이 될 만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기억이 있네요. 그때…쌍용이 우리 심장을 보고 마개조한 엔진이 아마…XDi엔진일겁니다. 뭐, 어찌 됐든 다른 나라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큼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1995년에는 얼굴 자체를 뜯어고치면서 W210시리즈로 등장해, 각종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외모는 눈을 4개로 분리해 나름 파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으며, 클래식-엘레강스-아방가르드 세 가지 패션을 마련해 사람들의 취향에 최대한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70~80년대 스타일이었다면, 이제 도시적인 이미지로 점차 넘어가는 단계로 볼 수 있겠네요. 심플하지만 멋과 기능 등을 유지하는 미니멀리즘의 시작이죠.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1세대로 첫 등장한 뒤 3년이 지난 시점부터 2세대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는 디자인계에서 잘 알려진 수상식으로, 여기서 인정받으면 디자인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인정받는 것과 다름 없었죠.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각종 첨단 기능을 배우는데 주력했습니다. 멋지고 튼튼하다고 해서 우수한 자동차가 되는 시대는 슬슬 저물어가고 있었거든요.

아무튼 대표적인 첨단 기능으로, 다양한 도로 상황에 맞게 차량 안정성을 조정해주는 전자시스템, ‘Electronic Traction System’을 배우고, 비가 얼마나 오는지 감지해서 와이퍼 속도를 조절하는 레인센서,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내는 제논 헤드램프가 있습니다.

2002년까지 2세대로 열심히 활동을 하니, 주변 경쟁자들도 온갖 첨단기능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 집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지만, BMW, 폭스바겐, 아우디, 포드 등 나름 유명한 제조사들이 확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죠.

때문에 2세대 활동을 마무리하고 2003년, 3세대 벤츠인 W211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외모는 많이 바뀐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4개의 눈 형상은 그대로 이어갔지만 좀 더 치켜세운 눈매로 고쳤고, 입(그릴) 부분을 좀 더 섬세한 이미지를 넣어 오늘날 익스클루시브 트림에서 볼 수 있는 입 모양으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턱을 뾰족하게 깎아서 V자형으로 바꿨습니다. 단순히 턱만 바꿨을 뿐인데 좀 더 세련돼 보이고 나름 스포티한 형상까지 갖추게 되어, 사람들의 평이 좋았죠.

기술적으로 ‘능동’이라는 단어에 꽂힌 나머지, ‘어댑티브 프런트 에어백’, ‘액티브 바이 제논 헤드램프’, ‘센서 조절 식 자동 에어컨디셔너’까지 다양한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주행 상황에 맞게 눈빛을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을 교육받는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멋지고 튼튼하기만 한 게 아니었네?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엄친아야?”와 같은 칭찬을 받았습니다.

하도 칭찬에 익숙해서 잠시 자만심에 빠질 뻔했지만, 기술=벤츠=독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끝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했습니다.

아, 그리고 앞에서 제가 오래전 환경에 신경 썼다고 이야기를 했었죠? 이번에는 좀 더 스마트하게 날숨(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줄여보고자 블루텍(Bluetec)기술을 개발했습니다. 2006년 처음 도입했는데, 질소산화물(NOx)나 기타 오염물질을 줄이는데 특화되어있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나름 괜찮았는지 폭스바겐에서 “저기…그거 우리도 좀…”이라고 요청이 와서, 기술을 공유해줬습니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 제타와 티구안에 적용되기도 했죠.

이렇게 많은 부분을 개발하고 적용하다 보니, W211로 등장하기 전 교육비용으로만 20억 유로 (오늘날 2조 6천억 원)나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제조사들이 수천억 사용할 때 우리 집은 몇 배나 더 사용한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기둥뿌리가 뽑힐 만큼 사용해도 문제가 없었던 게, 여러분이 그만큼 저를 선택해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허술하게 준비하지도 않았고요. 제값 하는 명품차량이랄까?

3세대로 일을 다닌 시간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입니다. 예전에 비해 활동기간이 많이 줄었죠? 이는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그리고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행이 빠르게 돌다 보니 수많은 자동차들도 이에 맞출 필요가 있었죠.

저 또한 보다 나은 자동차로 거듭나기 위해 2009년 다음 세대인 4세대 W212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미지는 부드럽고 귀족 같은 이미지에서 깐깐한 CEO 같은 분위기가 맴도는 모습으로 성형을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지켜온 4개의 눈 형식은 이어가되 옆으로 더욱 날카로워진 눈매를 가지게 되었고, 예전보다 날렵한 몸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아마 전 세계 자동차들이 쿠페처럼 날렵하면서 스포티한 이미지를 조금씩 가져가던 시기일겁니다. 이는 세단, 해치백, SUV 등 예외 없이 적용되었죠. 뭐, 옹고집 부리는 일부 제조사들은 원래 모습 그대로 가기도 했습니다.

이때도 나름 흥미로운 기술들을 배워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몸매를 매끄럽게 다듬으면서 쿠페형 버전으로 등장할 당시에는 공기저항 계수를 0.24cd까지 줄여 같은 밥을 먹고도 더 오래 달릴 수 있도록 몸을 가꾸었습니다.

심장도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각종 전자 장치를 달았으며, 그 밖에 운전자가 졸고 있는지 감지하는 시스템, 차선 이탈경고 시스템, 각종 표지판을 인식하는 첨단 안전 기능들을 배우고 사람들을 위해 알뜰하게 사용했습니다.

요즘은 슬슬 흔해지기 시작한 기능들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프리미엄 기술’이라며 대대적으로 알려지던 시기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그동안 차체 강성향상, 연비향상, 친환경 심장연구 등 구조적으로 많은 개선을 이루었다면, 이제는 전자센서와 장치를 통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전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저처럼 기본기가 잘 갖추어져 있는 자동차에 한해서죠!

2013년에는 한 차례 얼굴을 변경하게 되었는데, 여러분에게 매우 익숙한 그 눈매, 그 얼굴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눈매는 각각 두 개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하나로 합치면서 주간주행등으로 나누는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에 대해 벤츠만의 고유 이미지를 잘 가져가고 있다는 평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제 슬슬 이야기도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군요, 요즘 도로에서 보이는 가장 최근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할까요?

아방가르드
익스클루시브

2016년까지 4세대로 다양한 활동을 한 후, 보다 세련된 이미지를 갖출 필요를 느꼈고 좀 더 발전한 첨단 기능을 추가하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적용시켜온 기술들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4년 교육과정을 거치며, 꽁꽁 얼어붙는 추위를 시작으로 녹아내릴 듯한 더위를 이겨내며 1,200만 번의 체력장을 거쳤습니다. 쉽게 말하면 체력단련이죠.

또한 4개의 대륙을 돌며 1,200만 km를 뛰어다녔고, 이를 위해 1,200명이 넘는 엔지니어 선생님들이 1:1 족집게 과외로 저를 도왔습니다.

또한 전공과목으로 드라이브 파일럿을 배워, 어떤 도로조건에서도 자동으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2분 동안 최대 210km/h로 따라갈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패션 과정도 부전공으로 이수해, 넓게 연결된 듯 보이는 12.3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적용했습니다.(E300이상 모델 한정 적용) 덕분에 계산기 같은 다이얼 버튼이 붙어있던 센터패시아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듯 부드럽고 스마트한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그밖에 교양과목으로, 긴급 제동 기능, 긴급 회피 기능, 원격 주차 파일럿 기능 등 똑똑한 차량으로 변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체력은 E300일 때를 기준으로, 2.0L M274 DE20 LA 터보 가솔린 심장을 사용해 245마력에 37.7kg.m 최대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힘을 최대로 내는데 1,300~4,000범위의 심장박동수가 필요해, 천천히 달릴 때부터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신호대기 후 출발할 때부터 답답함 없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모터 심장이나 디젤 심장을 사용할 때와 같이, 시원한 맛은 덜하겠지만 오프로드를 제외하고 어디서든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죠.

특히 튼튼하면서도 가볍게 만들어 동급 심장들 중 가장 가벼운 가솔린 심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조용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 하면 디젤이 떠오르니, E220d버전으로 일할 때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E220d 버전에서는 2.0L OM654 디젤 심장을 사용해, 194마력에 40.8kg.m 최대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힘을 최대로 내는데 1,600~2,800범위의 심장박동수가 필요해,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합니다.

집에서는 OM654심장을 두고 “가장 모범적인 디젤”심장이라 표현합니다. 유로6기준을 달성하면서도 충분한 체력을 보장하며, 최대한 튼튼하고 가볍게 만들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여기에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9G TRONIC 변속기(벤츠 표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어있습니다. 9G TRONIC 변속기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9단 자동변속기 입니다. 아주 세밀하게 나눠져 있다 보니, 변속충격이 덜해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하고 힘을 요령껏 사용할 수 있어 연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디젤이니, 연비를 살펴봐야겠죠? 복합 15.1km/L에 도심 13.8km/L, 고속 17.1km/L로 괜찮은 연비를 뽑아냅니다. 제 뱃골(연료탱크)이 66L니까 고속 주행 기준 1,128km를 주행할 수 있네요.

이처럼 외모, 체력, 내부 인테리어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우수한 탓에 전 세계적으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차 불모지였던 한국에 출장 와서는 벤츠의 매력을 한껏 뽐내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최근에는 수입차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한국 내 벤츠 사랑을 이끌고 있습니다.

음…누가 그러던데, 제가 태어난 독일보다도 한국에서 저와 동생 S클래스를 엄청 좋아한다고 하네요. 아무나 선택할 수 있는 몸값이 아닐 텐데… 참 한국사람들은 대단해요. 덕분에 중국, 미국, 독일, 영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벤츠 가족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나라로 되어있죠. 쉽게 말하면 VVIP죠.

하지만…천하의 E클래스라 할 지라도 몇 가지 문제가 있죠. 바로 브레이크 페달 위치가 이상해서 많은 분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입니다. 9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다 보니, 브레이크페달 위치가 밀려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지만 명확히 밝혀진 건 아닙니다.

다만 국내외 운전자들이 시트를 지적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시트 엉덩이 부분이 좁아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죠. 음… 나름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지적이 이어지고 있네요.

그밖에 핸들(스티어링 휠) 위치가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는 점이 지적 사항으로 존재합니다. 결과적으로 자세가 좋지 않으니,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죠.

제가 생각하기엔 (읍읍 !!!)…아, 누군가 제 입을 막네요.

많은 분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판매업체와 해결하라는 지시가 나오는 바람에 많은 항의가 빗발친 바 있습니다. 다만,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집에서 의견을 보이기는 했지만 글쎄요… 잘 해결되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집이나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원인을 조사해준다면 좋겠는데, 집안 어르신들과 나라님들이 결정할 일이니 저는 지켜볼 수 밖에요…

자~ 드디어 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E클래스의 라이벌은 5시리즈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곤 하는데, 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기분 나빠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

이야기 초반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 벤츠 가문과 BMW가문은 서로 출발지점이 달랐습니다. 뭐, 독일 히ㅌ..ㄹ..를 도왔다는 점을 빼고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죠. 쉽게 말씀드리면 오리지널 정통 자동차 기업으로 벤츠가 있으며, 항공기 엔진을 만들다 호환 가능한 업종으로 넘어온 기업이 BMW입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오며 두 곳 모두 세계 정상급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들은 우리 집에서 인수 의사를 밝힐 만큼 어렵던 시기도 있었죠. 그때 확 먹었어야 했는데… 그러면 지금쯤 다임러 그룹의 자회사로 들어가 있을 텐데…

뭐, 결정적으로 요즘 520d 녀석이 더위를 먹었는지, 말이 많죠? 여러 가지를 종합해보면, 한국에서의 수입차 인기, 지금 누가 1등일까요? 이번만큼은 정답이 정해진 듯하네요.

정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네요 제가 가진 역사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별수 없었네요… 그래도 꽤나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날도 저물어가는데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언젠가 여러분 모두의 발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클래스의 83년 역사, 마무리 짓겠습니다!


진짜 국민 수입 세단, E클래스입니다!
글 / 다키 포스트
사진 / benz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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