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내용은 한 독자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독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중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방 대학을 나와 취업을 하기 위해 지역신문을 샅샅이 살피며 동네 구인구직을 열심히 알아보고 뛰어다닌 지 2년이 흘렀다.

학생신분일 때는 평생을 부모님 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사회인이라는 신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강제로 받는 바람에 부모님 곁을 떠나 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동네, 내가 사는 지역에만 이렇게 일 자리가 없는 것일까? 결국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복잡하고 사람 살기 힘들다는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다.

TV에서 보던 동네 이름들이 도로 표지판에 큼지막하게 쓰여있었다. 왠지 모르게 날 들뜨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3개월 정도를 홀로 지내며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동료의 소개로 어여쁜 여자친구까지 사귀게 되었다.

회사 – 집 – 회사 – 집을 반복하던 지루한 일상에 연애가 추가되니, 차가 필요했다. 월급을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저축하라고 부모님께서 당부하셨는데, 뜻대로 되질 않았다.

집으로 새 차가 도착했다. 잠을 잘 수도 없다. 차에 계속 앉아있고 싶고, 주차를 하고 집에 있으면 창문을 열고 계속 쳐다보게 된다.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을 때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면 내 차에 이상이 생겼을까 급하게 뛰어내려가곤 했다.

살면서 내 명의로 된 가장 비싼 물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중했다. 인터넷 회원 가입을 할 때 비밀번호 힌트에도 “자신의 보물 1호는?”이라는 질문으로 해두고 “내 차” 라고 답을 적을 정도였으니… 여자친구에겐 좀 미안하지만 별 수 없었다.

평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길 때면 차를 종종 이용했다.

하루는 여자친구의 친구들에게 날 처음으로 소개하는 모임에 가기 위해 한껏 꾸민 뒤 내 소중한 차량을 몰고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창 넘어 보이는 63빌딩을 실물로 처음 봤고, 어릴 적 상상하던 어마어마한 높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빌딩을 바라보니 꿈을 꾸는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주 잠깐 동안 바라봤을 뿐인데… 몇 초가 흘렀을까? 전방을 바라보니 앞차와의 부딪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차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어찌나 힘껏 밟았는지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급하게 멈춰, 간신히 앞차와의 접촉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휴…. 한숨을 내뱉는 순간,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내 뒤에 있는 차량이 내 차를 박아버린 것이다.

룸미러로 살펴보니 택시였다. P단에 기어를 놓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복잡 미묘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내리자마자 목을 잡고 내릴까? 화를 낼까? 아니면 내가 갑자기 급정지를 해서 죄송하다고 할까?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려서 택시 쪽으로 걸어갔더니, 택시기사님께서도 바로 차에서 내리셨다. 올림픽대로에서 접촉사고라도 발행하면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인데, 차가 어마어마하게 막힐 것이 뻔하다.

사고 수습도 중요하지만, 막힌 도로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름 모를 운전자들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접촉 사고 사진과, 현장 사진 등을 급하게 여러 번 찍고 택시기사님에게 [우측으로 빠져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이야기하시죠]라고 말을 건넸다.

나름 신속하게 사고 지점을 벗어났다. 간혹 운전자들은 “사고 지점을 벗어나면 증거가 없어서 불리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보험 또는 경찰관이 오기 전까지 사고 지점을 떠나지 않는다. 가벼운 접촉사고 정도는 사진으로만 증거를 남겨도 충분한데 말이다…

갓길로 차를 나란히 세우고서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기사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니 우리 아버지뻘? 연세가 지긋하신 기사님이셨다.

다짜고짜 허리를 90도 이상을 숙이시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범퍼가 조금죄송합니다한 번만 봐주시면.이라고 애원하듯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교통법상으로 살피자면 차간 거리 유지를 하지 않고 뒤에서 추돌 사고를 발생시킨 택시에게 과실이 크다. 하지만 서울시내에서 차간 거리 유지하면서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내가 63빌딩을 쳐다본다고 앞차가 브레이크 밟는 걸 보지 못해, 급정거를 해서 일어난 사고인데 말이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차량에 손님도 타고 있고정신이 없어서 뒤에서 박아버렸네요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 기사님에게 [기사님, 우선 알겠습니다. 범퍼가 심하게 찌그러지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으니 연락처 하나만 주시고, 뒤에 승객이 타고 있는 것 같으니 일을 보고 계시면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연락처를 받고 헤어졌다.

사고 처리를 하는 동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외모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급하게 약속 장소로 이동을 했다. 여자친구는 왜 이렇게 땀이우선 세수라도 좀 하고 ~라고 하였고 친구들한테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예정에 없던 지갑이 홀쭉해지는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다.

모임을 끝내고, 여자친구가 친구들 가는 길 배웅해주러 간 사이에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쪼그려 앉아 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1달밖에 되지 않은 새 차인데… 흑흑… 손을 범퍼 안으로 넣어서 만져보니, 범퍼를 교체해야 할 정도로 파손이 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왜 늦은 거야? 꼴은 그게 뭐야?”

여자친구가 물었다. 온통 땀으로 젖은 옷차림에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고.. 이유가 뭐야??” 오늘 있었던 상황들을 여자친구에게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처리는 어떻게 할 건데?

[.. 전화번호 받았으니깐, 수리비 청구해야지]

밥 먹을 때 계속 문자 오던데, 그 택시기사님이셔?”

[.. 잘못했다고 하시면서 계속 문자를 하시네..]

아버지뻘 나이시라며? 자기 아버지 생각 안 나?

어차피 차는 소모품이야.. 겉은 멀쩡하잖아, 그냥 봐드리면 나도 오늘 자기 늦은 거 봐줄게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끝내고 전화를 걸었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아까 사고 난 사람입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기사님 일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제가 연락을 좀 늦게 드렸네요.]

[제 차는 괜찮습니다. 신경 많이 쓰셨을 텐데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 ??

[사고처리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범퍼 보니깐 아무 이상 없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기사님]
하고 전화를 급하게 끊어버렸다.

날 가만히 쳐다보던 여자친구가 날 툭툭 치더니 잘했어!! 자기 참 멋지다라는 말로 위로를 해주었다.

난 특별하게 잘난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녀석이다. 태어나서 봉사활동이란 것도 스스로 해 본적 없고, 나 자신밖에 몰랐다. 올림픽대로에서 만난 기사님에게 했던 행동들이 나중에 나에게도 행운이 되어 돌아올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날의 행운은 따로 찾아오진 않았다. 다만 그날 내 옆에 날 위로해주던 여자친구가 나의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을 뿐.


사고 난 내 차,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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