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독자분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앞으로 독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3년 초여름, 내 손에는 운전면허증이 들려 있었다.

무려 1종 보통이다. “남자라면 당연히 1종이지! 너 스틱 맛을 알면 못 빠져나올걸?”이라며 열변을 토하던 차덕후 녀석 덕분에 2종을 신청하려다 1종을 신청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스틱 몰 일이 내 인생에 없을 텐데, 괜한 고생을 한 것 같다.

사실 운전을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집 사려면 자동차 살 일은 없겠네?” “내 인생은 BMW다!(Bus/Metro/Walk)”라는 생각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어렵사리 취직한 회사는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많아,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은 처음 운전을 할 때 힘들다고 이야기한다던데, 나는 그런 불안감이 전혀 없었다. 놀이동산 범퍼카를 많이 타봤기 때문에 단순히 가속페달만 밟으면 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평일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굴러야 했기 때문에 주말에 운전학원을 다녔다.

학원에 등록하고 필기시험을 볼 날이 다가왔다. 필기시험은 전날 술 마시고 잠깐 공부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은 터라, 안심하고 대충 공부한 뒤 시험을 치러갔다.

그 결과 문제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질 뻔했다. 내가 평소 알고 있던 상식을 십분 활용해 정답을 고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모르는 내용이 많았다…

이 상태로 운전대를 잡으면 100% 매드맥스를 찍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운전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거 아닌가?”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운전이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라고 싱글벙글 웃으며 실기 교육을 받았다.

(예시사진)

장내 실기시험은 이야기로만 들었던 S 코스, T 코스가 없었다. 아버지께 들었던 운전면허 시험과 너무나도 달랐다. 단순히 경계선을 밟지 않고 천천히 돌아 나오면 끝인 수준이었다.

주차는 운전강사가 미리 핸들을 꺾어놓은 상태에서 빨간 고깔을 뒤에 세워놓고 “여기까지 후진기어 넣고 그대로 오면 통과야.”라며 도와주는 바람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통과해버렸다. 결국 주차는 글로만 배운 상태로,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 야외 도로 시험은 왕복 8차선 대로변에서 직진-U턴-직진이 전부였다. 너무 쉬운 시험 때문에 쓸데없이 자신감이 넘쳤다.

“와 운전 진짜 쉽네, 이렇게 쉬운데 면허시험 탈락을 왜 하는 걸까?”라며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초보운전 스티커는 나중에 붙인 거다.

이제 업무를 위해 도로에 나설 때가 왔다! 차는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작고 깜찍한 스파크를 업어왔다. 첫 차였기 때문에 ‘스파크 mk1’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줬다.

출근할 때 부모님께서는 ‘초보운전’종이를 붙이고 가라는 조언을 하셨지만, 남자의 가오가 살지 않는다는 일념 하에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경차에 무슨 가오까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대중교통이 아닌 이상 평소와 같이 출근하면 길이 막힐게 뻔했고 조금 더 부지런하게 30분 일찍 나왔다. 내 차를 타고 첫 출근, 두근거리면서도 조금은 불안했다.

논산 신병훈련소 입구 앞에 섰을 때 느꼈던 기분이었다. 운전면허를 따기는 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출발할 때는 일찍 나온 터라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중간쯤 왔을까? 차가 점차 많아지더니 어느새 주차장이 되어있었다. 이 때 내비게이션이 “잠시 후 우회전입니다. 이어서 200미터 앞 좌회전입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우회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편도 4차선 도로에서 네 번째 차로만 우회전할 수 있었고, 나는 3차로에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끼어들고 싶어도 다른 운전자들이 들어갈 공간을 주지 않아 우물쭈물 하는것이 고작이었다.

첫 날부터 날벼락이다! 나는 직진할 줄만 알았지, 끼어드는 것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아니, 배웠다 할 지라도 내게 그런 배짱은 없었다.

예시사진

일단은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다른 차량들이 슬금슬금 끼어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했다.(깜빡이 없이)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자 3차로를 지나던 운전자들이 빵빵거리기 시작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빨리 꺼져라!”라는 신호였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들어갈 공간도 없는데 억지로 차 머리를 4차로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4차로 차량들이 빵빵거린다. 여기저기서 욕설이 한 세트로 날아왔다.

“야 이***야 뭐 하자는거야?!”

당시만 해도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단순히 슬금슬금 들어가면 알아서 양보해 주는 줄 알고 있었다. 켜고 들어오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줄 알았다. 게다가 미안하다는 의미로 비상 깜빡이도 안 켰으니, 주변에서 나를 미친놈으로 봤을 것이다.

지금 상황을 요약해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운전] + [방향 깜빡이 없이 차선 변경] + [초보운전 스티커 미부착]

이런 인간이 있나 싶겠지만, 이 글을 쓰는 내가 그렇다. (당시 운전자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이때 경험은 가끔 자다가 이불을 찰 만큼 부끄러운 기억이 되었다.

무병장수할 만큼 도로 위에서 욕을 먹은 후 회사에 도착했다. 이제 주차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집 주변은 공터가 많아 대충 세워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는 건물 내 주차장이다. 난 경차라 쉽게 세울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주차를 할 줄 모르니 과장 안 보태고 25분 걸렸다. 내가 이걸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주차 후 지각까지 5분 남았기 때문이다.

들어갔다 나왔다를 얼마나 반복했을까…속속 도착하는 회사 직원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왠지 다른직원들끼리 내가 몇 번 만에 주차할지 내기를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보다 못한 과장님이 “XX 씨 잠깐 내려봐 어휴…면허 어떻게 딴 거야?”라며 대신 주차를 해주셨다. 그 자리에는 여직원들도 있었는데… 사내 커플을 꿈꾸던 원대한 계획은 가루처럼 흩어졌다.

대신 운전고자라는 별명이 한동안 내 곁을 맴돌았다.

그날 겪은 굴욕과 고생은 끝이 아니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어느 날 출장을 가게 될 일이 생겼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규모가 작아 회사차가 따로 없었지만 대신 기름값과 톨게이트 비용이 지원됐다.

회사를 빠져나와 내 애마 스파크 Mk1을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스파크에는 나와 같은 부서 대리가 함께했다. 무거운 짐을 들 일이 있는데, 다들 피하는 탓에 막내인 내가 짐꾼이 된 것이다.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내가 드디어 고속도로에 왔구나 역시 나는 운전을 잘하는 거 같아!”라며 스스로 대견스러워 했다. 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대리한테 욕을 먹었다.

먼저, 내가 달리고 있는 차선이 자꾸 좌우로 움직이는 바람에 욕을 먹었다. , 왜 이렇게 차선 유지를 못하냐?”라고 말이다. 나는 분명 잘 운전했던 것 같은데, 차선이 자꾸 흔들렸다. (차선이 흔들린거다 아무튼 그렇다)

지금이야 왼쪽 차선을 보며 잘 맞춰서 가지만, 당시 주변 운전자들은 내가 졸며 운전하는 것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참을 달리다 톨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실수로 하이패스 차로로 갔다.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차선을 바꿔 일반 요금소로 진입했다. 이때 뒤에서 차량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해 부딪힐 뻔했다. 뒤따라오던 차량은 경적과 함께 쌍라이트 콤보를 나에게 날렸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대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 뭐 하는 거야? 차 오는 거 안 보여?”라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온갖 욕을 퍼부어 댔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 사고 날 위험이 높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만 하더라도 하이패스 차로를 그냥 빠져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있어 당황한 나머지 돌발행동을 한 것이다.

대리는 비상 깜빡이를 켜고 상대 운전자에게 대신 사과했고, 나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며 대리에게 “예 예 죄송합니다.”라며 건성건성 사과했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교차로에서 좌회전만 하면 된다. 내가 기다리던 좌회전 구간은 두 차선이 함께 진행하는 곳이었고 나는 1차선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자 핸들을 꺾어 좌회전을 했다. 그런데, 운전이 서툴러 옆 차선까지 침범해 크게 회전했다.

이때 옆 차선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접촉사고가 날뻔했다. 옆 차량이 차 문을 열고 뭐라 하는데, 창문을 내릴 용기가 나지 않아 그대로 도망갔다.

이쯤 되니 대리의 눈빛에 살기가 서려있었다. 돌아가면 넌 죽었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내 뇌리에 정확히 꽂혔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로 복귀한 후 1주일 동안 꽤나 고생했다.

업무를 마치고 복귀할 때는 대리가 대신 운전했다.

“너한테 운전대 맡겼다가 내가 먼저 죽을 것 같다. 차 키 내놔.”라는 한마디와 함께.

지옥 같은 그날이 지난 후에도 고통스러운 운전이 계속되었다. 주유소에 가면 가끔가다 주유구 반대 방향으로 진입하기 일쑤였고, 내비게이션을 보고도 엉뚱한 곳으로 빠져 자주 헤맸다.

그리고 초보운전 주제에 신호등이 노란 불일 때 빨리 건너가려다 신호위반으로 여러 번 찍히기도 했다.(사실 노란 불일 때 빨리 건너가라고 강사가 그랬다…)

그밖에 신호대기 중에 휴대폰을 보다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가만히 있다 욕을 먹기도 했다. 심할 때는 주행 중 잠깐잠깐 스마트폰을 보다 사고를 낼 뻔한 적도 있다.

소설 같겠지만 나 같은 사람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 때문에 피해본 운전자분들 다시 한 번 사과 드립니다!)

이렇게 고생을 몇 개월 하다 보니 내 애마를 중고로 팔아버리고 다시 대중교통 라이프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점점 운전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잘못 배운 운전 습관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한 번은 아버지와 함께 성묘를 가다가 면허증을 뺏길 뻔 했다.

너 어디서 이따위로 배웠어? 세상에운전하면 안 되겠다! 면허증 내놔!”

79년도에는 운전 면허증이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나는 “먹고살려면 이것만큼은 안 돼요!”라며 간신히 뺏기지 않았다. 대신 주말마다 아버지의 운전 특강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79면허 무사고 운전 경력이시다. 운전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나는 찍소리도 못하고 예스맨으로 변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테러범이었다. 굳이 폭탄을 들어야 테러범인가? 나 같은 불량 초보운전자도 테러범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교통사고가 안 일어난 것은 로또 1등 당첨에 들어갈 운을 모두 사용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혹은 다른 운전자들이 나의 정신 나간 행동들을 보고, 위험해 보여서 거리를 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처음에는 운전면허를 쉽게 따서 땡잡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정부가 나 같은 시민들의 고충을 잘 알아주네!”라며 잠시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정 반대였다. 현실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보운전자는 재앙의 씨앗이자, 지옥도를 만드는 구타유발자였다.

운전면허를 다시 딸 수 있다면, 면허증을 잘라버리고 다시 학원에 가서 배우고 싶었다. 필기시험 문제집을 달달 외우고, 기초 운전상식을 검색하며 말이다.

이런 상황에도 안전하게 하려면 어렵게 배우는 것이 좋다.)

요즘은 운전면허가 다시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탈락률도 높아지고 예전에 있던 기능 시험 일부가 부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더 어려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갖 상황을 만들어 잘 대처하는지, 난감한 상황에서도 주차를 잘 할 수 있는지, 야간 운전은 잘 하는지 등등 독일 운전면허 시험과 비슷한 난이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운전면허를 미리 땄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부디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야기하는 거다.

지금 이 글은 나의 반성문이자, 예비 운전자들을 위한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라는 메시지다.


나는 초보운전자다
글 / 다키 포스트
사진 / 다키, pixabay, english.visitkorea.or.kr, 리얼미터, maxpixel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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