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요란한 소리에 눈부신 빨간 불빛이 번쩍이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 거대한 트럭 한 대가 있다. 바로 ‘소방차’다. 보통 소방차를 보면 “어디 불났나?” “누가 다쳤나?” 하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요즘은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이 잘 정착한 덕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주변 운전자들이 길을 터주는 훈훈한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독 주택 등이 몰려있는 주택가 근처에서 소방차는 아직도 민원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로 “아, 시끄러워요! 주택가까지 와서 사이렌을 울려야 하나요?”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일부 지역에서 사이렌 소리를 소음 취급해 민원을 넣다 보니 우리나라 소방 공무원들은 주택가로 진입하면 반사적으로 사이렌 소리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소방공무원에 따르면, “간혹 경광등과 사이렌을 끄고 출동해달라는 민원 혹은 신고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도로교통법상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야 긴급자동차로 인정받도록 규정되어있고, 사이렌은 소방차로부터 30m 거리에서 90~120데시벨만큼의 소리를 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 미국은 소방차 사이렌 음량을 줄이는 일이 절대 없으며, 경광등 또한 주변에서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밝은 상태를 유지한 채 출동한다. 이렇다 보니 미국 소방공무원들 일부가 청력 손상을 입어 소방차 내부 방음 처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소송을 건 사례가 있기도 하다.
120데시벨은 비행기 소리에 해당하는 소음으로, 청력 손상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청력 문제를 빌미로 사이렌 소리를 줄이자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단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방 공무원들의 청력 보호 대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이는 미국 내 소방차의 요란한 출동만큼은 필수 요건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선, 골든 타임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시끄러울 필요가 있다고 한다. 멀리 울려 퍼질 만큼 큰 소리를 통해 주위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에게 출동 중임을 알리고 “급하게 지나가니 양보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로 위 운전자들은 가장 먼저 사이렌 소리를 듣고 길 가로 잠시 길을 터주는 등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방공무원들에게 있어 사이렌은 다른 차량들이 비켜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는 신뢰의 소리로 보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비슷한 이유로 사이렌 소리는 안전 확보 측면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소방차가 긴급 출동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데, 사이렌 소리가 없다면 주변 차량들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해 추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택가 민원을 고려해 사이렌 소리를 줄인다면 운전자에 따라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소방관들은 “소방차의 사이렌은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생명의 소리’로 생각해달라.”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공무원들은 화재, 사고, 기타 위험한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서울에서만 한 해 12만 7천여 회 출동에 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약 2만여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사이렌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해 민원을 넣는가 하면 심한 경우 소방서 건축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소방서 건축의 경우 “시끄러우면 집값, 땅값이 줄어든다.”라는 이유가 한 목하고 있다.
사이렌 소리는 구조를 위한 소방관들의 다급함이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소리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사이렌 소리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소방관들을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 시끄러운 소음일까요?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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