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전부터 ‘해치백 무덤’이라 불렸다. 세단 및 SUV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에 해치백 모델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판매조차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 측면에서 보면 매우 적은 것은 분명하다.
아마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어렴풋이 “우리나라는 해치백을 싫어하고 반대로 유럽은 해치백을 가장 좋아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통 여러 매체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언급되었기에 “그런가 보다!”하겠지만, 이를 통계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얼마나 차이나 나는지 좀 더 현실성 있게 확인해 볼 수 있다.
통계를 살펴보기 전 우리나라에서 유독 해치백이 외면받는지 알아보자. 길게 설명할 것 없이 간단히 나열해보면, 가장 먼저 차량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해치백은 세단에 비해 짧지만 차체가 상대적으로 커 제조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외형이 한몫한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내 삶의 수준을 과시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수납공간 등 실용성이 장점인 해치백은 ‘생계형 짐차’라는 인식 때문에 구매리스트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생활 패턴과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기본적으로 해치백은 유럽, 미국 등 애당초 땅이 넓은 지역에서 짐을 싣고 여행하기에 적합한 형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행하기에 국토가 좁고 대륙으로 나가기 위한 길에 북한이 자리하고 있어 사실상 ‘섬나라’신세이기에 해치백을 구매할 필요성이 덜한 편이다.
특히 장소 제약 없이 물건을 배송해주는 배달문화가 잘 갖추어져 있어, 쇼핑을 할 때에도 필요 이상의 짐을 싣고 다닐 필요가 없는 점도 또 다른 이유가 되겠다.
국내 판매 중인 해치백 종류만 해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모델인 i30과 i40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그리고 해당 통계는 해치백에 대한 우리나라와 해외의 선호도를 개략적으로 알아보기 위함이라는 점 참고하자.
국내 i30 판매량은 2007년 11,000대를 시작으로 2008년 30,136대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이후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연간 2,000~4,000대가량 판매되고 있다. 한편 수출 물량은 놀라울 만큼 많다. 2007년 60,259대가 수출 길에 올랐으며 2010년에는 113,665대가 수출되는 등 내수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좀 더 정확히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 동안 i30은 ▣내수 121,927대 ▣수출 868,613대가 판매되어 약 7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체급 위인 i40은 2011년부터 집계되었다. 첫 등장 당시 내수는 2,560대, 수출은 28,366대로 매우 적은 대수가 판매되었다. 또한 내수와 수출의 최대치는 15,398대, 45,075대로 i30과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는 i30이 주력 모델인 점과 차종이 C세그먼트(준중형) 해치백으로 분류되어 i40보다 저렴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i40의 ▣내수 총 판매량은 25,718대 ▣수출 총 판매량은 225,444대로 약 9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한편 해치백을 선호하는 유럽 내 i30의 판매량은 ▣2007년 22,746대로 집계되었으며 ▣2010년 114,849대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출시 후 2017년까지 11년 동안 총 908,164대 ▣연 평균 82,560대 정도가 판매되었다.
i40은 ▣2011년 9,154대 판매를 시작으로 ▣2012년 35,265대로 최고 실적을 거두었으며 ▣출시 후 7년 동안 총 159,968대 ▣연 평균 22,852대가 유럽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2017년을 기준으로, i30은 2017년을 기준으로 유럽 C세그먼트 부문 33개 차종 중 10위를 기록하고 있어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i40은 2017년 기준 유럽 D 세그먼트 부문 17개 차종 중 10위를 기록해 중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유럽 자동차 시장 순위는 세단 등 다양한 차종을 체급별로 분류해 매긴 것이며, 10위 이내 차량 중 절반이 해치백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국내 시장은 준중형 부문에서 i30은 7위이며 10위 이내 차량 중 해치백 모델은 3종이다. 그리고 중형 시장은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해치백 모델을 선호한다는 것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해치백 모델을 멀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i30과 i40판매량이 국내외 모두 2012년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소형SUV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해치백 모델을 선호 분위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국가별 특성 등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은 자연스럽게 해치백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늘날까지 차량 유행과 더불어 남들에게 더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문화가 강세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가 유럽에 좀 더 가까워진다면 해치백 전성시대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와 유럽의 해치백 판매량, 얼마나 차이 날까?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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