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가득한 날 제 역할을 하던 안개등
최근에는 그 입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기존 영역을 대체하는 기술 발전은 현재 진행형

우리나라는 건조기후대에 속한다. 때문에 안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기상청 통계로만 보더라도, 서울의 경우 연 10회 정도 안개가 발생한다. 도로교통공단에서 공개한 기상 상태별 교통사고 통계 역시 안개의 발생 빈도 자체가 낮아 관련 교통사고의 숫자도 여러 기상 상황 중 가장 적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생 빈도가 적다고 해서 안개로 발생하는 사고를 절대로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유로는 사고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는 ‘사고당 사상자 수’에서는 안개가 발생한 날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안개등이란 치명적일 수 있는 안개 발생 상황에서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기 위해 차량에 장착되는 장치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안개등의 설치 개수와 위치, 밝기 수준, 조사 방향 등 관련 법령을 상세하게 제정해 안개등이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가 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3.5톤 이하의 차량들은 지상 25cm 이상, 80cm 이하의 높이에 안개등을 설치해야 하며, 램프의 밝기는 전조등의 최소 밝기보다 낮은 940cd(candela) 이상 1만 cd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무 설치 장비는 아니라서, 제조사별로 디자인이나 적용 유무가 다르다.

[글] 배영대 에디터

과거에는 할로겐램프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안개가 발생하면 전조등만으로 충분한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안개등은 빛의 직진성이 다소 부족한 할로겐램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였다. 무엇보다 빛의 색온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파장이 길어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꼈을 때처럼 도로 위에 수분이 많은 상황에서 굴절이 적었다. 이 말인즉, 안갯속에서 내 차의 위치를 드러내기가 수월했다. 또한 안개등은 빛을 넓게 퍼트려 전조등이 미처 닿지 않는 근거리 하단 시야를 확보하고, 차선을 식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을 보면 눈에 띄게 높이 위치한 헤드램프 때문에, 차량 하부 부근에 시야 확보가 어려운 일부 차량을 제외하면 안개등의 장점이 전처럼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안개등을 작창하고 국내에 판매 중인 차량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어느새 시대의 흐름과 함께, 안개등이 ‘필수 장비’라는 고정관념이 변화했다.

특히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렌즈식 헤드 램프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리어 커버와 반사판을 활용한 MFR(Multi Face Reflector) 헤드 램프와 굴절 렌즈 기반의 프로젝션 헤드 램프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렌즈식 헤드램프는 반투명한 헤드램프 커버에 빛을 굴절시키기 위한 광학 패턴을 새긴 것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이 기술들을 사용함으로써 램프의 광량 향상과 동시에 빔 패턴을 보다 정밀하게 형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기술 변화는 시야 확보에 있어서 안개등의 기여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뒤이어 등장한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 역시 존 광원 대비 훨씬 적은 전력으로도 우수한 시야 확보 성능을 자랑하면서 안개등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그야말로 혜성과 같은 등장이었다. LED 헤드 램프는 할로겐과 HID(High-Intensity Discharge)에 이어 나왔다. 이 램프는 차량 특성 및 디자인에 맞춰 다수의 LED 유닛을 구성해 규정 이내에서 최대 시야 확보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막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파장이 짧고, 백색에 가까운 푸른 광원은 높은 직진성을 발휘하면서도 빠른 응답성을 자랑했다. 다시 말해 헤드램프만으로도 충분한 시야 확보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안개등과 같이 헤드 램프를 ‘보조’하는 장치의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했다.

LED 램프는 할로겐램프 대비 20배가량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토대로 적용 범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물론 LED 이전에 차세대 광원으로 각광받던 HID 역시 LED 헤드램프에 필적하는 시야 확보 성능을 지녔다. 그러나 LED는 HID 광원의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콤팩트한 램프 유닛 구조 덕분에 헤드램프 설계와 구성, 그리고 디자인 측면에서 자유도가 훨씬 높다.

이렇게 차량용 광원 주축이 LED로 옮겨 가면서, 안개등은 도로에서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설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다수 차종은 물론,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 중 안개등을 구비하고 있는 차종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안개등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 전반에 걸쳐서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LED 광원의 핵심 특성과도 연관이 깊다고 했다. 자동차의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고 아주 적게나마 무게가 줄어든 것이다.

가장 큰 변화도 있다. 바로 앞 범퍼를 비롯해 차량 전면부 디자인 자유도가 커진 것이다. 이 덕분에 한층 아름다운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에어 커튼과 같은 공력 성능을 위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기능적인 방향으로의 진화도 이루어졌다.

발광 성능의 향상과 램프 유닛 소형화 뿐만 아니라, 센서를 비롯한 전자 계통과의 연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헤드램프 기술은 새로운 기원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수많은 LED들의 개별 유닛 제어가 가능해짐에 따라 조사 영역을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제네시스 모델 대부분에 탑재하고 있는 IFS(지능형 헤드램프 시스템)가 있다. 이는 과거의 어댑티브 헤드 램프 기능과 하이빔 어시스트 등으로 대표되는 능동형 전조등 기능을 결합한 기술이다. IFS는 전조등의 빈틈을 메워준 안개등의 존재가 무색하게, 시야 확보가 필요한 어두운 구역에는 램프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동시에 다른 차 시야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해 주야간, 기상 상황을 가릴 것 없이 최적의 시야 확보 성능을 제공했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에 있던 기술의 자리를 보완하거나 대신하기도 한다. 아이오닉 5에 그룹 최초로 적용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현재로서는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대체는 아직이지만, 그 시점은 시간문제다. 이처럼 기술로 인한 대체 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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