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침체 연이은 악재로 중고차 시장 위기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업계 변화 예고
정부의 강력한 중고차 정책으로 침수차 예방
최근 금리가 치솟으면서 연말 중고차 시세가 하락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2천~5천만원 가격대 중고차의 하락폭이 가장 높았다. 그동안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없어 중고차 마저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으나, 경기불황으로 인해 신차 및 중고차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결국 시세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중 할부금리 외에도 재고금융 금리 인상역시 중고차 시세 하락으로 이어졌다. 재고금융이란 딜러들이 중고차 매입 시 금융사로부터 빌리는 자금이다.
재고금융 금리가 오르면서 중고차를 오래 보유하고 있기 부담스러운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결국 가격을 낮춰 판매해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차종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차들이다.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하고, 유류비 절감에 도움이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중모델의 수요가 상당한데, 테슬라 모델3, 쉐보레 볼트 EV, 아이오닉5, 그랜저 IG 하이브리드가 있다. 그나마 높은 수요 덕분에 시세 하락 폭이 낮다.
[글] 이안 에디터
한편 현대차는 2023년 1월부터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1월부터 4월까지 월 5천대 한정 중고차 시범판매를 허용했으며, 내년 5월부터는 정식으로 중고차 사업이 진행된다. 이를 위해 경남 양산에 인증 중고센터를 준비중이다. 또, 중고차 진단을 위한 각종 첨단 장비와 시스템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고차 업계의 관행과 소비자들의 불만을 파악하고 색다른 중고차 서비스 항목을 준비해왔다.
현대차가 판매하는 중고차는 일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5년·10만 km 이내 중고차만 판매하며 200여가지 정밀 검사를 진행한 뒤 판매한다. 제조사에서 직접 다루고 순정 부품을 활용한 정비 등 신뢰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오픈도 같이 진행한다. 중고차 상태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허위 매물을 원천 차다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차량 별 시세, 중고차 트렌드 등 중고차 구매시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진출로 중고차 업체들은 경매 등 여러 방법으로 중고차 매물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현대차가 상태가 좋은 매물만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어, 몇 가지 제한을 두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현대차는 상태가 매우 좋은 인증 중고차만 공급하고, 시장 점유율을 대략 5%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다. 이러한 제한으로 현대차가 판매하는 중고차는 기존 시세보다 5~20%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비자들은 신뢰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 가격 상승은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좀 더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더라도 속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침수차 2만여대가 발생했다. 정부는 침수차가 대량으로 풀릴 것을 우려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침수 사실을 은폐 후 중고차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중고차업자는 사업취소, 중고차 딜러는 3년 간 동종업계 종사금지다. 그밖에 침수차 정비 사실을 은폐 하다 적발된 정비업자는 사업정지 6개월 또는 과징금 1,000만원 부과, 정비사는 직무 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강도 높은 첩러이 이어지게 된다.
한편 침수피해를 입은 차주에게도 패널티가 부과될 수 있다. 침수로 전손처리를 해야 하는데 차주가 이를 숨기면 2,0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밖에 침수차에 대한 통합 정보를 자동차 대국민 포털, ‘자동차365’에 공개하여 중고차 구매 전 차량 침수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또한 정비‧성능상태점검‧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침수이력이 은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2022년 한 해는 기존 중고차 종사자들 입장에선 칼바람이 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진출을 시작으로 강력한 침수차 처벌 규정, 그리고 금리 인상에 의한 시세 급락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고차 업계가 보여준 악페습과 여러 문제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언론, 소비자, 정부 모두 중고차 업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여서 썩은물로 보고 물갈이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연맹’ 자료를 보면, 중고차 구매 시 불만이었다는 소비자는 약 25%였으며 불만 사항 대부분이 처음 설명한 것과 다른 차 상태로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물론, 업계 전체가 모두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수 십년에 걸쳐 쌓이는 바람에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14.8%로 바닥을 기고 있다. 또, 딜러에 대한 신뢰도는 11.2% 수준이다. 과연 이번 변화로 중고차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