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
차량 가격 상승 주요 원인은 전동화 및 옵션 추가
대형 전기 SUV가 가격 상승 부추길 위험 있다

자동차 가격 상승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격을 앞두고 있는 대형 SUV 전기차 모델들을 비롯해 부품 품귀와 차량의 고급화 추세가 맞물리며 이른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력이 빠르게 약화한 점이다. 기나긴 출고 대기만 해도 지치는데, 가격 인상에 할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컨설팅 기업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의향(VPI) 지수는 86으로, 최근 1년 중 최저 수준에 머무르기도 했다. 해당 조사에 적용된 VPI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자동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의 비율을 추적해 산출한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강약을 판단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역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평균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가운데 금리가 치솟아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급감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 박재희 에디터

국산 승용차 가격은 해마다 증가세다. 지난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에는 3,046만 원이던 국산 승용차 평균값이 2021년에는 3,277만 원으로 상승했고 2022년 상반기(1∼6월)에는 3,511만 원을 기록한 것이다.

수입 승용차 가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0년 6309만 원에서 2021년에는 7117만 원, 2022년 상반기(1∼6월)에는 7834만 원으로 2년 사이에 약 1500만 원이 뛰었다.

일례로 풀체인지를 거친 BMW 7 시리즈(7세대)의 순수 전기 모델 i7의 가격은 2억 1000만 원대다. 최고 마력 수치가 비슷한 6세대 BMW 7 시리즈 750Li(가솔린 모델)는 1억 9000만 원대였다는 점에서 약 2천만 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세부 옵션 추가 및 파워트레인의 차이가 있어 직접적으로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전기차라는 이유로 2천만 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내연기관 신차들도 부품 값이 오르고 고급 옵션을 넣었다는 이유 등으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완전변경 모델로 국내 출시된 ‘지프 그랜드 체로키 5세대’ 가솔린 모델은 8550만∼9350만 원으로 책정됐다. 4세대 2021년형 가솔린 모델(6290만∼7440만)보다 2000만 원가량 비싸다. 심지어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나온 ‘그랜드 체로키 4XE’는 가장 비싼 제품이 1억2120만 원에 이른다.

이처럼 전동화 기술은 카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동화 모델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추세인데, 우선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만 해도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차량용 반도체 또한 내연기관 대비 두 배 이상 많이 적용되기 때문에 신차 출고값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전동화에 따른 가격 상승은 감수해야 한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순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과 완전히 다른 차량이고, 가격이 비싸졌지만 절감되는 연료비를 계산하면 엄청난 인상 폭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여러 요인들이 결합해 소비 여력이 감소하는 상황인 만큼, 차량 가격 상승 및 전기차의 높은 가격대는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대형 전기 SUV가 줄줄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기아의 EV9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EQS SUV, 폴스타의 폴스타3 등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SUV들이 국내 데뷔할 예정이다. 부품 값 상승도 여전한 상황이기에 카플레이션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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