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지연 문제로 인해 등장한 마이너스 옵션 출고
반도체 수급 문제가 계속된 상황에서 주목받은 대책
열선시트를 시작해 시간이 지나자 소비자 불만 급증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반도체 수급 차질은 자동차 생산과 출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계속되는 출고 지연은 제조사에게 독만 되는 상황, 결국 이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바로 차량의 일부 사양을 제외해 출고를 앞당기는 ‘마이너스 옵션’과 선 판매 후 나중에 옵션을 장착해 주는 ‘선출고 후옵션’ 방식이다.
초기에는 반응이 좋았다. 대기 기간이 무려 2년에 달하는 차량이 있는 점을 생각하면, 당장에 차량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최선의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마이너스 옵션’으로 차를 받은 차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진 것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열선 시트 등 일부 기능을 마이너스 옵션으로 빼고 차를 출고 받은 고객들로, 제조사가 수개월이 지나도록 장착을 해주지 않아서 터진 문제였다.
과연 이 이슈만 있을까? 물론 아니다. 잠깐만 찾아봐도 마이너스 옵션으로 차를 구매한 차주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고, 그 옵션은 앞서 언급한 열선 시트 외에도 꽤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판매 중인 주요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옵션 이슈’를 모아봤다. (여러 이슈 중에서도 언급이 잦은 것들만 모은 것으로, 혹시 언급되지 않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글] 배영대 에디터
국산차도 조용하진 않았다. 현대, 기아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의외의 이슈는 바로 ‘스마트키’ 관련이었다. 먼저 현대차는 ‘아반떼’ 포함, 지난 6~9월에 출고한 일부 차종의 스마트키를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1개만 선지급하고 추후 부품이 마련되면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했지만, 남은 스마트키는 지급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기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차별’이라는 단어가 추가될 수도 있겠다. 기아는 같은 기간(지난 6월~9월)에 소형 SUV ‘셀토스’의 스마트키를 1개만 지급했는데, 아직 나머지 스마트키가 차주들에 제공되지 않았다. 문제는 10월 이후 출고된 일부 고객은 스마트키를 두 개씩 받은 것이 알려져,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열선시트 이슈는 다름 아닌 한국지엠(쉐보레) 얘기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 초부터 트래버스의 1열 열선 시트와 열선 핸들을 뺀 차량을 판매했다. 열선 시트를 빼면 6만 원, 열선 핸들을 빼면 3만 원을 할인했고, 부품이 들어오는 시점에 무상으로 이 기능을 장착해 주기로 했다.
물론 장착을 안 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 순차적으로 트래버스의 열선 핸들·시트를 장착하고는 있는데, 지난 7월 이후 출고한 다수의 차들에 열선 핸들·시트가 아직도 없다. 생각보다 길게 지연되자, 참다못한 차주들 사이에서 한국지엠에 “열선 핸들과 열선 시트를 서둘러 탑재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은 어떨까? 이들이라고 이슈가 없는 건 아니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벤츠와 포르쉐가 있었다. 오히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옵션 이슈는 반도체 수급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꼬리표처럼 붙을 것처럼 보인다.
먼저 벤츠는 작년 6~10월에 출고한 E 클래스 등 일부 모델에 4세대 이동통신(4G)인 롱텀에볼루션(LTE) 모듈을 뺐다. 이 모듈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 문을 여는 ‘메르세데스 미’와 긴급 구조요청 신호(SOS) 기능 등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벤츠는 추후 부품이 수급 되면 서비스센터를 통해 무료 장착해 주기로 했다. 결국 1년여 뒤인 지난해 4월쯤부터 이 모듈을 장착해 나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자, 차량 보증 기간을 1년 무상 연장했다.
한편 포르쉐는 재작년 5월부터 SUV ‘카이엔’ 등에서 전동 스티어링휠 옵션을 빼고 출고를 했다. 당시 이들은 “추후 부품이 수급되면 전동 스티어링휠로 바꿔주겠다”고 함께 공지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1년 넘게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포르쉐는 수동 스티어링휠을 계속 이용하면 옵션 가격 30만 원을 환불하고 현금 100만 원과 보증 기간 1년 연장(200만 원 상당)의 보상을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시행해 나갔다.
원인으로 지목된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 말인즉 마이너스 옵션 이슈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문제는 차량에 반도체가 미치는 부분이 꽤 있다 보니, ‘지금도, 앞으로’ 다양한 문제, 불편 사항이 제기될 것이라는 점이다. 마냥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는 입장만 고수하기에는 대규모 소비자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 과연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