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랭킹 1위를 놓고 매번 다투는 BMW와 벤츠
막판 스퍼트로 결국 1위 자리를 다시 거머쥔 벤츠
여세를 몰아 이번 달 판매량 1위 자리도 벤츠가 될까?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난해 벤츠와 BMW의 경쟁이 결국 벤츠의 승리로 끝났다. BMW는 마지막달에 이를 지키지 못하고 벤츠에게 1위 브랜드 자리를 내줬다.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만약 차종별로 비교해 보면 승패가 어떻게 나뉠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한 데이터 연구소에서 공개한 ‘2023년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는 지난 2022년 전년대비 6.2%가 증가한 8만 1,016대가 등록되었다. 결국 7만 8,554대를 기록한 BMW를 제치고 수입차 1위에 다시 올랐다.
다른 자료도 결과는 같았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까지만 해도 누적 판매량에서 BMW 코리아가 7만 1,713대로 벤츠의 7만 1,525대보다 188대가량 앞섰다. 그런데 12월에 벤츠가 9천 대 이상 출고를 하면서 간단히 전세를 역전시켜 버렸다.
벤츠는 지난 12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39.9% 증가한 9453대가 등록됐다. 이는 같은 기간 6,834대가 등록된 BMW보다 무려 2,619대가 많은 것이다. 참고로 벤츠가 연간 판매량에서 8만 대를 넘어선 것은 한국 진출 20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종목은 엔트리 세단이다. 이 대결에서는 BMW가 우위를 가져갔다.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 애칭을 가진 3시리즈가 6804대로, 3637대를 기록한 C 클래스 보다 2배가량 많이 팔렸다. SUV의 인기 및 하반기 부분변경 소식 등으로 인해 3시리즈 인기는 전년(7980대)보다 14.7%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 클래스와 큰 차이는 유지했다.
이와 달리 C 클래스는 작년 3월 완전변경을 거쳤음에도 신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 차의 경우 유독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물량이 부족했던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이 큰 이유였다. 영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C 클래스는 지금 계약하더라도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 세단은 여러 차종 중에서도 가장 큰 볼륨을 차지하는 부문이다. 이 대결에서는 벤츠가 승리했다. E클래스가 2만 8318대 판매되며 7년 연속 BMW의 5 시리즈(2만 1512대)를 이겼다. 벤츠가 BMW를 앞서기 시작한 시기와 E 클래스가 5 시리즈를 넘어선 시기가 7년으로 같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C 클래스와 달리, E 클래스는 올해 상반기 풀체인지 출시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았다. 그 이유에는 높은 상품성과 화려한 실내 디자인 등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종목인 플래그십 세단은 압도적으로 벤츠가 이겼다. 판매량을 보면 S 클래스만 1만 1645대로, 마이바흐까지 포함하면 1만 3233대까지 늘어난다. 이 수치는 2996대를 기록한 BMW의 7시리즈 보다 4배 이상 많다. 현재 판매되는 S 클래스는 7세대 모델로, 지난 2021년 4월에 국내 출시됐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연간 베스트셀링카 3위에 오르며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앞으로의 대결에도 벤츠가 승기를 잡을지는 알 수 없다. BMW가 7시리즈의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전 모델에 비해 상품성이 대대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를 받는 만큼, 더욱 치열한 플래그십 경쟁이 예상된다.
세단과 달리 SUV 부문에서는 BMW의 우세가 돋보였다. 전 차급에서 벤츠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우선 X3는 6453대로 GLC(3014대)를 2배 넘게 앞섰다. 아무래도 차량이 SUV다 보니 사륜구동 시스템에 대한 선호도를 고려했을 때, BMW의 x 드라이브가 벤츠 4매틱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도 역시 한몫했다. 쿠페 버전에서도 X4가 5100대 판매되며 GLC 쿠페(2148대)를 가볍게 제쳤다. X5 역시 7409대로 GLE(3739대)보다 2배가량 많이 팔렸다. X5 역시 부분변경을 앞두고 있지만 수입 SUV 순위에서 상위권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밖에 X6(4750대)도 3399대가 판매된 GLE 쿠페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참고로 X7(4345대) 역시 수요가 많지 않은 대형 SUV인데도, GLC와 GLC 쿠페, GLE와 GLE 쿠페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경쟁 모델인 GLS(2340대, 마이바흐 포함)와의 격차도 2000대 이상이다.
작년 11월 말만 해도 BMW가 장기간 승기를 잡아왔기에, 업계에선 당연히 12월도 이변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벤츠가 막판 스퍼트를 내면서 승기를 가져왔고 결국 수입차 브랜드 1위 자리까지 지켜냈다. 만약 속도가 그대로 붙어있다면 1월 판매량 대결에서도 벤츠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과연 이번 달 순위 대결에서는 승리의 여신이 벤츠에 그대로 있을지, 아니면 BMW로 갈지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