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대 1천만원 가격 인하
작년 카플레이션 주도했지만, 판매 부진 면치 못해
연이은 테슬라 화재 사고에 신뢰도 하락
테슬라가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가격을 대폭 내렸다. 타 제조사에 비해 유독 ‘오락가락’하는 테슬라 차량 가격에 기존 구매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특별한 성능 개선 없이 수시로 가격을 올리며 ‘카플레이션’을 유발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최대 1천만 원 넘게 가격을 내려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 홈페이지에 게시된 차량 가격을 살펴보면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은 8499만9000원으로 기존 9664만원보다 1165만원 저렴해 졌다. 이어서 모델 Y퍼포먼스는 기존 1억473만원에서 9473만원으로 1천만원 내려갔다. 모델3도 기본형은 6434만원, 사륜구동 모델은 8817만원으로 각각 600여만원 인하됐다.
차는 재산과도 같아서 이러한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기존 차량 구매자들에게는 손해다. 차량 가격이 오를 때에는 이득을 볼 수 있으나 하락하는 시점에서는 기존에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가치도 함께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 박재희 에디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테슬라의 가격 정책은 ‘전략 실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는 원자잿값 인상을 이유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일명 ‘테슬람’과 같은 팬덤 현상을 기반으로 차가 잘 팔리니까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이번 가격 인하 조치 역시 판매 부진 때문이라는 것이 자동차 업계 시각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 판매량은 1만4571대로 2021년 1만7828대보다 3257대(18.3%)나 줄며 부진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시장에서도 재고가 쌓이자 테슬라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열흘간 한시적으로 상하이 공장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타 제조사가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는 추세지만 테슬라는 이에 대항할 신모델이 없다. 전기차 기술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 경기 침체와 고금리까지 겹치며 가격을 상승시킨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 테슬라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는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 9일에는 세종시의 한 국도를 달리던 테슬라 모델Y 전기차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했다. 반대편 차량과 충돌하면서 시작된 불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세지며 차량 전체를 뒤덮었고, 소방 인력 50여 명이 동원됐지만 불을 끄는 데 1시간 18분이 걸렸다. 이틀 전인 지난 7일엔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 앞에 세워둔 테슬라 모델X에서 화재가 났다. 이때도 소방 인력 65명이 투입됐고 2시간 48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이 때문에 전기차 주차를 아예 금지하는 장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다른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작년 카플레이션을 촉발했던 것처럼 연쇄 인하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와 제조사 간의 신뢰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다 안정적인 가격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