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UV로 판매량 주요 자리 차지한 기아
반면 세단은 10위권에 1종만 이름 올려…
판매량 상위권에 SUV만 집중된 상황, 이유는?
기아의 쏘렌토가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승용차 기준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르며 ‘국민차’ 타이틀을 가져갔다. 쏘렌토는 기아에서 출시한 중형 SUV다. 그런데 기아는 현대차와 달리 TOP 5에 ‘이 차’가 없어 고민이 크다고 한다. 대체 어떤 차 길래, 1위 쏘렌토를 두고도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최근 5년간 1위 자리는 현대차의 그랜저가 가져갔다. 앞서 살짝 언급한 쏘렌토 성과는 그런 그랜저를 끌어 내린 것으로, SUV가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쏘렌토 외에도 기아는 베스트 셀링카 5위권에 카니발, 스포티지 등 총 세가지 모델을 올리며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순위에 오른 모델 모두가 SUV 또는 RV고 세단 차량은 한 대도 없다는 점은 기아에게 생각하지 못한 큰 과제를 안겨주었다.
[글] 배영대 에디터
기아는 니로와 셀토스 등 소형 SUV부터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 중형 SUV, 카니발 등 대형 RV까지 다양한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SUV 흥행의 영향으로 기아는 2년 연속 현대차를 제치고 국내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1등 자리를 유지하는데 SUV 라인업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기아는 판매량 1, 4, 5위에 쏘렌토(6만 8220대), 카니발(5만 7414대), 스포티지(5만 5385대)를 올렸다. 남은 2, 3위 자리는 현대차의 그랜저(6만 4729대)와 아반떼(5만7507대)가 가져갔다.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위 이면에는 인기 모델이 SUV 같은 ‘큰 차’ 쪽에 집중되어 있다. 전문가들 이를 두고 ‘세단 라인업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체 기아 세단 판매량은 어느 정도길래 말이 나오는 것일까? 우선 지난해 4만 5795대 팔린 준대형 세단 K8을 시작으로 중형 세단 K5는 3만 2467대, 준중형 세단 K3는 2만 704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대형 세단 K9은 6446대 팔렸다. 이 차량들을 판매량 순위로 보면 각각 10위, 14위, 25위, 36위다. 물론 적은 판매량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5위권에 포진해 있는 SUV 라인업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적은 것 사실이다.
인기 모델이 특정 차종으로 몰린 기아차와 달리, 현대차는 범위가 비교적 넓다. 우선 현대차의 세단 모델인 그랜저와 아반떼가 지난해 판매량 2, 3위에 올랐다.
여기에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4만8638대)는 7위를 기록했고, 경형 SUV 캐스퍼(4만8044대)까지 8위에 오르며 10위권내에 주요 라인업이 고르게 들어갔다.
세단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종을 염두해야 할만큼 판매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뭐가 부족한 것일까? 이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먼저 업계에서는 기아 세단은 디자인이나 성능이 준수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쏘렌토와 카니발하면 떠오르는 ‘SUV 대명사’, ‘대체불가 RV’ 같은 특별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어필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현대차처럼 프리미엄 세단 라인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프리미엄 세단은 SUV와 함께 기업의 영업이익을 책임지며, ‘비싸고 많이 남는’ 모델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덕분에 고수익으로 현대차의 실적을 방어하며 효자 노릇을 제대로 해냈다.
한편 한 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K시리즈를 언급했다. 기아가 세단 라인업 각각의 차이를 부각시키지 못한 채 프리미엄 이미지 까지 없는 상황에서 ‘K 시리즈’로 일반화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업계 의견과 비슷하게 기아가 세단 모델 판매 실적이 왜 안 나오는 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프리미엄 세단 모델을 통해 영업이익을 올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기아의 세단 라인업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시 예정된 신차가 SUV와 RV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처음에는 진짜 고민이였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아차 스스로가 해결이 어렵도록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