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호황기 이후 다시 침체기에 빠진 중고차 시장
금리 인상 및 신차 출고 대기 기간 감소가 큰 영향
몇몇 다른 이슈도 있는 만큼 빠른 회복은 어려울 듯
최근 금리 인상 여파와 신차 출고 대기 기간 감소로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중고차 업계가 침체기로 접어든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지난해’라고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인 호황기, 대체 중고차 시세가 어떻길래 ‘침체기’가 언급되는 것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최근 발행된 ‘1월 중고차 시황’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대형차와 수입차는 2019년 출시 차량 기준 모델별로 가격이 1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참고로 이 자료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서 발표하는 자료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차종별로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구형 제네시스 G80 3.3 AWD 럭셔리’ 모델이 평균 3321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보다 184만 원 하락한 수치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델의 최저 중고 판매가는 2866만 원부터 형성됐다. 이보다 윗급 모델인 ‘G90 3.8 럭셔리’ 가격 역시 평균 4997만 원으로 103만 원 하락된 것 조사되었다.
참고로 수입차 중고차 역시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수입 인기 차종인 벤츠 E클래스에 ‘E300 아방가르드’ 모델은 평균 4131만원으로, 147만 원이나 하락했다. BMW 520d의 ‘럭셔리 라인 플러스’ 역시 105만 원 내리며 평균 3510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주요 중고차 플랫폼에서 공개한 자료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먼저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서 지난 4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대형차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차 ‘그랜저IG’는 1700만~2710만 원에 중고 가격대가 형성됐다. 참고로 이 가격대는 지난달보다 3.2% 떨어진 범위다. 기아차 ‘올 뉴 카니발’도 그랜저 보다 더 낮은 5.6%로 1820만~2790만 원 사이에 가격대가 형성되었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경우는 가성비 좋은 모델로 분류되는 1000만 원대 매물의 시세도 전월보다 평균 10%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상반기만 해도 30만 대 선을 꾸준히 유지했던, 거래량 역시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중고차는 28만 5976대로 1년 전(33만 4054대)보다 15% 급감했다. 지난해 월 거래량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한편 중고차 매물 역시 눈에 띄게 쌓이고 있는 중이다. 이는 고금리 여파로 법인이나 개인이 리스·렌트차를 중고 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길어지는 경기 침체로 서울 장한평이나 경기도 일산·수원, 인천 등 주요 중고차 매매단지에는 손님 발길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금리가 높아진 점이 중고차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워낙 불확실성이 높아 올해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중고차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긍정적인 전망도 있긴 했다. “지난해 1월 무렵 신차 출고 대기로 인해 시세 변동이 적었던 것과 달리, 올해 1월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띄고 있다”며 운을 띄운 한 중고차 플랫폼 관계자는 “작년까지 지속되었던 중고차 가격 과열 현상이 진정되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고, 이후 가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1월 설 연휴가 지나면 다시 시세가 오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자동차 구매를 고려해 봄직하다”고 언급했다.
만약 신차 출고 기간이 크게 변동되지 않고 할부 금리가 인상되지 않았다면, 중고차 시장에서 말하는 호황기가 계속되었을까? 솔직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우선 지난해 폭우로 인해 생긴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존재한다는 소문, 국내 주요 차종의 몇 가지 품질 이슈로 소비자들의 중고차 소비 심리가 얼어 붙었기 때문이다. 침체기를 맞이한 중고차 시장, 과연 언제즈음 다시 호황기를 맞이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