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에 전기차 증가로 위기 맞은 렉서스
여전히 수입 하이브리드차 부문에선 상위권
롤러코스터 같은 입지, 최근에는 다시 오름세?
‘렉서스는 곧 망한다’. 이 말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정점에 달하고, 테슬라발 전기차 열풍에 실제 국내에서 떠돌던 말이다. 여전히 불매운동의 여파는 살아있지만, 최근 들어 충전 스트레스와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불만·불안이 확산되면서 다시금 판매 실적을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6위다. 지난 3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에서 렉서스가 이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렉서스는 벤츠(8만 976대), BMW(7만 8545대), 아우디(2만 1402대), 폭스바겐(1만 5791대), 볼보(1만 4431대)에 이어 7592대로 6위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2021년보다 22.1% 판매가 줄었지만, 국내 진출한 일본차 브랜드 중에서는 판매 1위다. 뒤이어 토요타는 전년보다 2.8% 감소한 6259대, 혼다는 27.9% 줄어든 3140대를 팔았다.
이 실적은 국내 수입차 부문 베스트 셀링카 순위에도 반영되었다. 독일차가 주로 점령한 이 순위에서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상위권 자리를 유지하는 렉서스 ES가 유일한 비독일차로 톱10 안에 진입했다. 지난해 4869대가 판매된 렉서스 ES는 벤츠 E250(1만 2172대), 벤츠 E350 4매틱(1만 601대), BMW 520(1만 445대), BMW X3 2.0(4911대)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다시없을 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온 라인업 중 렉서스 ES는 수입차 시장에서 매번 순위를 놓고 다투는 벤츠 E 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앞질러 본 경험이 있는 비독일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2004~2022년 등록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렉서스 ES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런 렉서스에게도 악재는 있었다. 지난 2009년 8월, 미국에서 렉서스 ES350이 시속 190km로 폭주하다 4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원인이 결함이었던 게 밝혀지자 국내에서도 토요타와 렉서스 품질에 대한 신뢰는 분노로 바뀌었고 결국 대규모 리콜이 시작됐다. 결함 논란 직격탄을 맞은 렉서스 ES 판매 대수는 급감했다. 2009년 수입차 2위에서 2010년 8위, 2011년 11위, 2012년 23위로 급락했다.
그렇게 떨어진 순위는 약 5년 가까이 헤어 나오지 못했다. 다행히 2014년부터 신뢰를 점차 회복되면서 판매 대수도 늘어났다. 2016~2019년에는 다시 2~3위 자리를 유지했다.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더 큰 악재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차량 자체 결함보다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NO 재팬)의 여파다. 렉서스 ES 역시 이 분위기를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직격타를 맞았다. 수입차 1위 자리까지 노리던 렉서스 ES는 2019년에 3위로 내려앉았다. 이후 수입차 판매 부문 호황을 기록했던 지난 2020년에는 6위까지 떨어졌다. 이후 거짓말처럼 2021년에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물론 지난해 다시 5위로 내려갔으나, 수입 하이브리드 1위 자리를 계속해 지켜내면서 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가장 강력한 변수인 일본차 불매운동까지 벌어진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렉서스 ES 판매 실적을 증가세로 돌린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에선 이를 두고 품질과 서비스를 꼽았다. 실제로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2021 자동차 기획조사’에서 렉서스는 수입차 초기품질(TGW-i)·내구품질(TGW-d) 부문에 각각 1위에 올랐다.
참고로 컨슈머인사이트는 전국 자동차 보유자 및 2년 이내 차량 구입 의향자 총 9만 5382명을 대상으로 초기품질과 내구품질 기획조사를 진행한다. 먼저 초기품질은 새 차 구입 후 평균 3개월 동안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이어서 내구품질은 새 차 구입 후 3년이 지난 소비자가 보유 기간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이 밖에도 렉서스 ES는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진행한 수입차 판매 서비스 만족도(SSI) 및 AS 만족도(CSI) 조사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렉서스 ES에 대해 운전·유지 스트레스가 적고 중고차 가치도 괜찮은 차로 평가했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장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상황으로는 렉서스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브랜드 특성상 한일 관계의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과연 올해는 상승 코스를 달릴지 하락세 코스를 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