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해진 국내 저가 차 판매 시장
꾸준한 수요 대비 선택지는 줄어
소형차조차 첫 차로 버거운 상황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 중 경차를 제외하면 평균 찻값이 약 3500만 원대에 이른다. 이 때문일까? 몇 년 사이에 000만~2000만 원대 차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MZ 세대에게는 부담인 상황이 되었다. 저가 차 판매 시장, 얼마나 심각한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업계에 따르면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차종에 공급이 몰리면서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다양성이 부족해지고 있다.시작가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에서 2000만 원 이하 차종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캐스퍼와 아반떼, 기아는 모닝과 레이 경차와 K3가 전부다.
최근 라인업 감소 폭이 컸던 브랜드인 르노코리아,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일명 ‘르쌍쉐’에서는 2000만 원대 차종은 있으나 그 이하에 살 수 있는 모델은 한때 경차로 재미를 본 쉐보레 스파크가 유일하다. 문제는 스파크가 지난해 단산에 들어가면서, 재고 판매가 끝나고 나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나마 최근 현대차 코나가 신형 출시를 알리며 소형차 시장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가격 인상폭이 크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예전에 비해 판매량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런데 실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네시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의 판매가 확대됐다는 게 핵심이었다.
신형 코나는 MZ 세대를 겨냥해 2세대 완전 변경 모델로 출시된 국가대표급 소형차다. 그러나 MZ 세대를 타깃으로 했다는 말과 달리, 평균 3000만 원대를 훌쩍 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풀옵션 가격은 최대 3700만 원대까지 오른다. 다만, 기본 정보를 살펴보면 초기 모델 1.6 가솔린 터보 모델이 2468만 원부터 시작한다.
지난 2017년, 코나 첫 출시 당시 가격이 1895만 원인 것을 생각하면 5년 동안 573만 원이 인상된 셈이다. 그동안 오른 직장인 평균 연봉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20대 직장인 평균은 훌쩍 넘는다. 소형 SUV의 차급이지만 크고 작은 변경을 거치며 MZ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가격대에 올라섰다.
그렇다면 과연 기대주는 없는 걸까? 있긴 있다. 우선 가격면으로는 올해 코나를 가장 위협할 수 있는 차로는 쉐보레 트랙스가 있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이미 낮은 가격으로 나올 거라는 기대가 크다. 근거는 북미시장 트랙스가 지난해 말 공개되며 2만 1495~2만 2995달러 가격표를 달았다는 것이다. 최상위 트림이 2800만 원대에서 그친다. 마약 신형 트랙스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된다면 반사이익인 ‘코나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다만, 트랙스 역시 옵션 사양에 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한국지엠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1000만 원대 후반에서 가장 무난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국산차는 준중형급의 아반떼와 K3가 전부다. 문제는 이마저도 옵션이 붙으면 2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소형 SUV로는 기아 니로나 셀토스, 현대차 베뉴 등 그나마 차종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2000만 원 중반대부터 3000만 원대에 걸쳐 있다.
심지어 경차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다. 지난 몇 년 전과 비교하면 2020년형 기아 레이가 1260만~1570만 원인 반면 2023년형 레이는 1340만~1815만 원이 됐다.
대체로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도 역사나 저가 차 판매 상황은 열악하다.그나마 지난해 말 국내 출시한 폭스바겐 제타가 저렴한 수입차 중 하나로 꼽혔다. 3232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데 2022년형에 비해 300만 원 가까이가 오른 가격이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할인을 조금 보태면 2000만 원 후반에 살 수 있는 수입차들이 몇 있었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모델의 경우도 2951만~3278만 원에 판매됐다.
소비자들이 찻값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후 판매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생애 첫차로 신차를 구매하려는 MZ 세대들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다수가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가격 정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MZ 세대를 잡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