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의 독일 브랜드에 과징금 부과한 공정위
과징금 부과 이유와 브랜드 별 부담 금액은?
이번 이슈가 ‘표적조사’라 보기 어려운 이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경유 승용차 제조사 4곳 과징금 총 423억 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브리핑을 통해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행위가 담합이라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과연 각 브랜드는 얼마씩 과징금을 나눠내게 될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벤츠는 207억 4300만 원, BMW는 156억 5600만 원, 아우디에는 59억 73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 산정은 매출액 기준으로, 폭스바겐은 국내에 판매되지 않아 시정명령만 부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R&D(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개발)와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다. 상품의 가격이나 수량뿐만 아니라 친환경성도 경쟁의 핵심요소 (key competition parameter)로 인정함으로써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4개의 제조사는 2014년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에서 자동차 엔진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규제가 강화되자 선택적 촉매환원(SCR) 등 질소산화물 후처리 장치를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요소수 보충 없이 차량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요소수 소비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SCR 소프트웨어를 설정할 것을 합의했다.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정화하는 장치로, 요소수 탱크, 분사 제어장치, 촉매 전환기 등으로 구성된다. 분사 요소수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달라지므로 요소수 분사 전략 구성이 SCR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SCR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하여 4개 사 또는 4개 사와 SCR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보쉬가 참여하는 회의체인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통해 2006년 6월 질소산화물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같은 해 9월과 12월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 위해 이중 분사 방식을 채택했고 이를 위한 조건들에 합의했다.
최근 국내에선 해외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한 벌금이나 조사결과가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러자 이번 공정위의 과태료 징수 소식 또한 특정 제조사를 타깃으로 한 ‘표적조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조사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면 마냥 그렇게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았다.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많은 양의 요소수를 분사하려면 요소수 탱크가 커야 하고, 요소수 보충 주기도 짧을 수 밖에 없다. 제조사로서는 한 번 요소수를 넣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요소수 분사량을 줄일 유인이 있었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4개사는 촉매 전환기 온도, 배출가스 질량 유량, 질소산화물 질량 유량, 매연저감장치(DPF) 재생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요소수 분사 방식을 질소산화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필레벨(Fill-Level) 모드에서 저감 효과가 그보다 약한 피드포워드(Feed-forward) 모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중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형성되는 독성가스로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며 천식, 호흡기 이상, 폐 기능 저하, 폐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합의를 마친 끝에 4개사는 관련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탑재해 경유 승용차를 제조, 국내외에 판매한 것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공정위는 “4개사의 행위는 더 뛰어난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출시를 막은 경쟁 제한적 합의”라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합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기능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3개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 사건, 일명 ‘디젤게이트’가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앞서 디젤게이트 사태를 유발한 벤츠에게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사실과 다르거나 기만적으로 표시·광고한 혐의로 202억 40만 원의 과징금을, 아우디폭스바겐에는 8억 3100만 원을 부과하는 등 제재한 바 있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국내에 진출한 해외 업체에게 큰 과징금을 부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했을 때, 자칫 이전 국내 사건을 핑계로 불합리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정위의 행위는 국민들에게 대체적으로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과징금을 부과받은 제조사들이 성실히 이행하는 여부일 것이다. 과연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