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일부 모델 할인 프로모션 진행중
전기차 보조금 수준의 할인 액수에 주목
일각에선 고무줄 가격 정책에 피로감 비판
테슬라는 국내에서 이달 중 출고되는 2022년식 모델3와 모델Y에 최대 900만원 규모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이번 할인은 다른 수입차 딜러사가 사용하는 세일즈 방식과 유사하다. 연식이 지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할 필요가 있을 때 큰 규모의 할인으로 털어내는 방식이다. 독일 3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테슬라는 이번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금리 혜택까지 제공한다. 3개월~60개월 할부 시 3.8%~3.9% 수준의 금리 혜택이 부여된다. 만약 할부 혜택을 선택하지 않으면 250kW 급 슈퍼차저를 1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다. 주행 거리가 짧은 운전자라면 금리 혜택이 낫지만, 출퇴근을 비롯해 여행을 가는 등 차량 이용 빈도가 많은 차주는 슈퍼차저 무료 이용권이 유리할 수 도 있다.
한편 이번 혜택 기간에 계약 시 3월 내 출고는 물론이고, 모델3와 모델Y의 타이어 업그레이드, 색상 선택 등 추가 옵션 1가지도 무료로 제공한다. 테슬라치고 구미가 당긴만한 혜택에 전기차 구매를 고려중이던 소비자들은 반기는 모양새다. 현재 모델3 기본 모델의 가격은 5999만원이며 모델 Y는 롱레인지 모델 기준7839만원이다. 혜택이 최대로 적용되면 900만원 할인에 국고 보조금 260만원, 지자체 보조금 180~1150만원이 적용된다. 정리하면 모델3는 3689~4689만원, 모델Y는 5529~6529만원이다. 동급 경쟁 모델인 아이오닉 5나 EV6와 비교하면 그래도 비싼 금액이긴 하다.
[글] 이안 에디터
일각에서는 22년식을 이렇게 할인 하는 것은 스펙에 큰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페스리프트를 거친 적이 없으며 리콜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소폭 변경 외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사실 테슬라는 OTA 기능으로 시스템 업데이트를 지원하는데, 이 부분이 항상 최신으로 유지된다면 23년식과의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한 것일까? 이에 대해 여러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가장 가능성 있는 주장은 ‘고무줄 가격’이다. 모델 Y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 6999만원에 출시했으나, 2022년 9664만 9천원까지 올렸다. 특별한 개선 사항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 올해에 이르러 7839만원으로 또 떨어졌다. 하지만 출시 초기보다 840만원이나 비싸다. 큰 폭의 할인이 있어야 출시 초기가격으로 되돌가는 것인데, 테슬라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구조다.
문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가격을 조정하다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중이다. 이는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다. 2021년에는 아이오닉5 22,603대, EV6 10,888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두 모델 모두 25,000대를 넘어섰다. 한편 모델3와 모델Y는 동일 기간 약 18% 줄었다. 앞으로 테슬라의 가격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 수는 알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으려면 가격 부분에서 불만사항이 생겨선 안 되겠다.
테슬라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국내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기 위해 특별한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슈퍼차저 개방이 있다. 테슬라는 한국에 CCS(DC콤보) 충전 방식을 지원하는 슈퍼차저를 늦어도 올해 안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CCS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사용하는 국제 규격으로, 사실상 테슬라만 다른 규격을 사용해 크고 작은 불편이 있었다. 모든 전기차 차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슈퍼차저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테슬라의 이러한 행보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산정 기준에 국내 전기차 인프라 기여도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테슬라 특유의 디자인과 첨단 시스템, 쉬운 운전 등 여러 방면으로 높은 인기를 이어나갈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난감한 가격정책과 타 브랜드의 추격이 이어지면서 예전처럼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앞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살아남으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