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뜬다
2035년, 폐배터리 9만 톤 발생
2050년 600조 원 규모로 성장
[글] 박재희 에디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폐배터리 활용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폐배터리는 유독물질로 분류돼 처리가 쉽지 않았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면서 미래 시장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폐배터리 사업의 전망은 밝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전기차에 사용된 폐배터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평균 10~15년임을 감안할 때 2035년 이후부터 폐배터리의 발생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재활용될 폐배터리 양은 2030년 1만8000톤(4만개), 2035년 9만톤(18.4만개), 2040년 22만5000톤(40.6만개), 2045년 41만6000톤(63.9만개)로 계산됐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이 늘어나는 2035년부터 본격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역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올해 7000억원 규모지만, 2025년 3조원,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 쓴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에는 ‘재사용’과 ‘재활용’이 있다. 폐기한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진단’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 먼저 재사용은 잔존 용량이 높은 폐배터리의 팩을 말 그대로 재조립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일부를 개조하거나 팩 그대로 수거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 통상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로 다시 사용하기엔 성능이 떨어지다 보니 주로 소형 에너지 ESS에 재사용된다.
다음으로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해 전극 소재, 특히 코발트, 리튬, 니켈 등의 고가의 유가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새 배터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니켈이나 리튬 등 희소금속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공급 안정화 및 천연광물 상태보다 정제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을 갖는다. 유수의 기업들이 재활용 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을 필두로 포스코 등도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투자했다. 올해부터 10년간 폐배터리를 통해 생산된 니켈 2만톤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삼성SDI는 성일하이텍과 제휴해 배터리 스크랩 및 불량 셀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있으며 SK온은 양극재에 투입되는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이차전지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포스코는 배터리 원료부터 배터리 소재생산, 2차전지 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사업을 모두 구축해 배터리 분야의 순환 경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금속과 전해액으로 구성된 배터리는 산화코발트와 리튬 등을 1% 이상 함유하고 있어 유독 물질로 분류된다. 재활용 없이 매립된다면 전해액과 전극에 사용된 중금속이 흘러나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소각된다면 공기를 오염시킨다. 친환경을 위해 전동화를 추진했지만 전기차가 외려 환경에 치명적인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비로소 친환경 가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