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진짜 있는 E클래스 값 경차, 강남 집값보다 비싼 경차

ⓒ기아자동차

경차는 흔히 ‘작고 저렴한 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크기가 커지고 가격도 비싸지면서 경차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경차는 ‘합리적인 시티카’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취·등록세 감면, 유류세 환급, 각종 할인 혜택 등, 유지비를 아낄 수 있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합리성’을 강조하는 경차의 본질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을 넘는 녀석들이 있다. 이들은 경차라고 부르기엔 매우 사치스러우며, 비정상적으로 강력하다. 마치 경차를 무시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가격을 보자마자 “그 돈이면…”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경차들을 간략하게 추려봤다.

오너의 특권,
애스턴마틴 시그넷

ⓒ애스턴마틴

‘007 본드카’로 알려진 영국의 최고급 스포츠카 제조사 ‘애스턴마틴’은 모든 차량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격조 높은 품격이 녹아든 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당연히 가격은 ‘억’소리가 절로 난다.

ⓒ애스턴마틴

그런데 놀랍게도, 애스턴마틴은 경차를 만든 경험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발’을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차를 애스턴마틴의 감성으로 탈바꿈시켰다. 바로 ‘애스턴마틴 시그넷’이다.

ⓒ애스턴마틴

애스턴마틴은 2010 제네바 모터쇼에서 토요타의 경차 ‘iQ’를 기반으로 제작된 시그넷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애스턴마틴 고객을 위한 럭셔리 시티카로 개발된 이 모델은 디자인 이곳저곳에 애스턴마틴을 상징하는 요소를 적용해, 평범한 경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우라를 자아냈다. 당시 외신들은 이 유니크한 경차의 등장을 집중조명하며 흥미롭다는 평가를 내렸다.

1년 뒤인 2011년, 애스턴마틴은 시그넷 콘셉트의 양산을 확정한다. 시그넷의 가격은 무려 4만7,500달러(약 5,300만 원)로, 같은 시기에 출시된 BMW 3시리즈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옵션에 따라 7만9,000달러(약8,90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애스턴마틴

그러나,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시그넷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그넷은 애스턴마틴을 소유하고 있거나, 과거에 소유했던 고객들에게 우선적으로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즉, 시그넷을 사려면 2억 원대 애스턴마틴 스포츠카를 적어도 한 대는 소유해야 했던 셈이다.

ⓒ애스턴마틴

비상식적인 가격이 책정된 만큼, 시그넷은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적용했다. 시트는 알칸타라 재질을 사용해 수제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저렴해보이는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해 애스턴마틴 다운 고급스러움을 갖추었다. 시그넷의 기반이 되었던 토요타 iQ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애스턴마틴

애스턴마틴은 이 명품 경차의 판매 목표량을 4,000대로 잡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시그넷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5,000만 원에 달하는 거금으로 경차를 구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그넷은 영국에서 150대라는 처참한 판매실적을 남기며, 2년만인 2013년 9월에 단종되었다.

작지만 강한차
스마트 포투 브라부스

ⓒ브라부스

다임러 그룹의 브랜드 중 하나인 ‘스마트’는 국내에서도 나름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다. 특히 스마트의 대표 모델인 ‘스마트 포투’는 귀여운 디자인과 사이즈 덕분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탄탄한 주행성능을 갖춰,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포투는 경차라고 하기엔 꽤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도 약 2,900만 원부터 시작하며, 오픈카인 ‘포투 카브리오’는 3,300만 원대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이 때문에 포투를 정말로 좋아하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더 저렴하고 효율성이 높은 경차로 시선을 돌린다.

ⓒ브라부스

그런데, 성능도 가격도 상식을 벗어난 포투가 있다. 바로 ‘스마트 포투 브라부스’다. ‘125R’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튜너로 유명한 ‘브라부스’의 손길이 닿은 모델로, 125마력의 최고출력과 20.4kgf·m의 최대 토크, 그리고 3만 9,900유로(약 5,200만 원)의 가격를 자랑한다.

ⓒ브라부스

브라부스의 튜닝이 적용된 모델 치고는 성능이 약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차량의 무게와 크기를 생각하면 차고 넘치는 성능이다. 특히 브라부스의 엔진 전문가들이 수정한 흡기 시스템과 ECU 맵핑은 이 작은 차를 그야말로 ‘로켓’으로 재탄생 시켰다. 그것도 자그마한 0.9L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말이다.

ⓒ브라부스

포투 브라부스의 매력 포인트는 민첩하고 경쾌한 발놀림에 있다. 브라부스 스포츠 스프링을 적용해 30mm 낮아진 차고는 요코하마의 고성능 타이어를 신은 커스텀 휠과 함께 안정적인 핸들링을 제공한다. 포투 특유의 짧은 휠 베이스를 최대한 활용해, 코너링 괴수를 만든 것이다.

ⓒ브라부스

한편, 인테리어 디자인은 스포티함과 세련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시트는 최고급 블랙 마스틱 가죽으로 마감되었으며, 헤드 레스트와 등받이에는 브라부스와 125R의 로고가 세겨져 있다. 아울러 대시보드에는 카본 디자인 몰딩이 적용되었으며, 풋레스트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스포티함을 한층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모델의 ‘희소성’에 있다. 위에서 소개했던 애스턴마틴 시그넷처럼 선택받은 오너들에게만 판매되는 모델은 아니지만, 125R라는 이름처럼 단 125대만 한정으로 생산되었다. ‘핫 해치’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에겐 이만한 소장품이 없다.

보석으로 도배한 인도 감성
골드플러스 나노

ⓒ타타글로벌

지금까지 소개한 경차들은 ‘이 모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된다. 2011년, 인도에서 공개된 ‘골드플러스 나노’는 무려 ‘486만 달러(약 54억 원)’에 이르는 가격을 자랑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본디 이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경차라는 것이다.

골드플러스 나노는 인도 보석산업 5000년을 기념해 타타자동차와 타이탄산업이 특별히 제작한 에디션 모델이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인도의 문화를 증명하듯, 골드플러스 나노에 적용된 치장은 사치스럽기 그지없다. 차량의 외관은 금 80kg과 은 15kg이 도배되었으며, 1만 개의 보석으로 마감되었다.

한편, 골드플러스 나노의 베이스가 된 모델인 ‘타타 나노’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로 유명하다.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인도의 서민층을 위해 개발된 이 경차의 가격은 고작 2,500달러(약 250만 원)로, 웬만한 소형 바이크 가격과 비슷했다. 이 때문에 타타 나노는 2008년 첫 출시 당시 10만 명의 구매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 타타 나노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았다. 안전 테스트 결과는 별점을 1개도 받지 못할 정도로 처참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는 결함까지 존재했다. 여기에 마케팅 전략까지 실패하면서, 2011년 8월에는 고작 1,202대 밖에 팔리지 않았다.

ⓒ타타글로벌

이런 상황에서 공개된 골드플러스 나노는 전문가와 소비자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다. 비록 기념비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에디션 모델’이지만, 소비자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50만 원짜리 경차에 54억 원을 들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와 같은 기행으로 인해 점차 인기를 잃은 타타 나노는 결국 2018년 6월 ‘단 1대’라는 초라한 생산실적을 마지막으로 단종을 맞이하게 된다. 경차의 본질이 무조건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에디터 한마디

경차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차종이기 때문에, 크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는 아니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고가의 경차 이외에도, 세계에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경차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매력에 빠진 마니아층도 존재한다.

작은 새알이 훗날 커다란 새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듯, 경차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혹여 독자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경차 중, 매력적이면서 독특한 모델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소개해주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