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한국GM,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국내 브랜드 중 하나였다. 하지만 GM사태가 본격적으로 점화되자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싸늘하기만 하다. 일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쉐보레를…”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경차 스파크를 제외한 쉐보레의 주력차종은 말리부다. 작년 기준 전체 판매량의 25~30%를 차지할 만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집안 먹여 살리는 중년의 아저씨다.

과거 티볼리를 소년소녀가장으로, 아반떼를 든든한 셋 째 자식으로 표현한 반면, 말리부는 1964년생이며 벌써 9세대에 이를 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한 차량이기에 중년의 아저씨가 어울린다.

우리나라에서 정식 판매된 시기는 2011년이며, 8세대 말리부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8세대 말리부는 표면상 한국GM의 토스카를 대체하는 중형세단 이었으나, 실제로는 북미 7세대 말리부의 뒤를 잇는 차량으로 보는 것이 맞다.

디자인은 5세대 카마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독일 오펠의 중형세단, 인시그니아와 사촌지간이다.

첫 인상은 남성다운 묵직함에 세련된 디자인과 고속주행 안정성 등 일부 사항은 호평일색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엔진 출력이 허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주력 모델인 2.0L 가솔린 엔진은 ▣141PS(6,200rpm) ▣18.98kg.m(4,600rpm)으로, 가속 시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 결함문제, 중국산 GM엔진 탑재 등이 알려지면서 인식은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 2012년 모델부터 국산 2.0L 엔진으로 변경되었으며 얼마 후 변속기도 GenⅡ 6단 자동변속기로 대체되었다. 또한 상품성 개선을 위해 LED리어 램프 등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동급 국산 경쟁 모델에 비해 낮은 출력과 뒤떨어지는 내부 사양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좋아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뭔가 아쉬운 차량으로 평가 받았다.

2016년 풀 모델 체인지 전까지 말리부 판매량을 보면 1년치가 처음으로 집계된 2012년 1만 3천여대를 시작으로 2013년 1만1천여대, 2014년 1만9천여대, 2015년 1만6천여대를 기록했다.

2014년 전년대비 69%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이 시기 LPG모델과 디젤 모델이 추가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모델과 차별성이 없다는 혹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데 실패했으며 2015년 유로6 불합격을 이유로 8월 생산중단이 이루어지면서 판매량 급감이 있었다.

부진을 거듭하던 말리부는 2016년 5월 출시된 9세대 올 뉴 말리부로 기회를 얻었다. 그 동안 웅크린 듯한 판매량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123% 판매량 증가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2016년 판매량은 3만6천여대로 2012년~2015년 연 평균 실적 1만5천여대 보다 144% 많은 수치다.

두 배 이상 판매량을 보인 것은 한 층 더 개선된 디자인과 고속 안정성, 정숙성, 넓어진 공간 등을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엔진과 차량 사이즈 부분이 크게 개선되었다.

주력 엔진이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의식해 2.0L 가솔린에서 ISG기능이 적용된 1.5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변경되어 ▣166PS(5,400rpm) ▣25.5kg.m(2,000~4,000rpm)의 출력을 낼 수 있었다.

이전 세대는 ▣141PS(6,200rpm) ▣18.98kg.m(4,600rpm)으로, 수치만 놓고 봐도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진동 제어 및 능동소음제어기술(ANC)이 적용되어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모습이 강조되었다.

참고로, ANC는 Active Noise Control의 약자로, 능동소음제어기술로 해석 가능하다. 보통 고급 헤드폰에 적용되어있는 기술로, 소음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크기는 이전 세대는 ▣전장 4,865mm ▣전폭 1,855mm ▣전고 1,465mm ▣축거 2,737mm였으며 올 뉴 말리부는 ▣전장 4,925mm ▣전폭 1,855mm ▣전고 1,470mm ▣축거 2,830mm으로 전장과 축거가 상당히 길어졌다.

말리부의 차 길이는 그랜저IG보다 5mm 짧은 수준이며 경쟁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보다 70mm나 길다. 여기에 R타입 EPS추가에 따른 조향성능 향상, GenⅢ 적용으로 GenⅡ의 변속이질감 해결 등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차량 제원과 특징만 늘어놓다 보면 여러 방면으로 차량 품질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이 판매량 상승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북미에 적용된 신규 변속기 미 도입, 경쟁사에 비해 늦은 대처 등 GM사태로 인한 최악의 인식 등으로 2018년 판매량은 바닥을 뚫을 기세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말리부지만, 해외와 국내의 차별, 집안의 콩가루 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체적으로 소비자들은 “변경 요구사항들이 무리한 요구가 아님에도 적용하지 않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벼랑 끝에 선 말리부, 떨어질까?
글 / 다키 포스트
참조 / KAMA
사진 / 군산시, GM, EPautos, Consumer Reports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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