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업계를 뒤집어 놓은 모델 X 홍보영상
사실은 기획부터 촬영까지 모두 연출된 것이다?
참다못한 미 법무부와 교통당국은 수사에 착수
테슬라 하면 꼬리표처럼 붙는 게 있다. 바로 자율주행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크고 작은 이슈가 터지긴 하지만 이제 자율주행을 빼고 테슬라를 언급하기에는 어렵다. 그런데 이 자율주행과 관련해 내부 관계자의 충격적인 증언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충격적’이라는 걸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지난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뒤집어 놓은 테슬라 영상이 공개되었다. 바로 모델 X의 자율주행 기능 홍보 영상이다. 당시 테슬라는 모델X의 홍보영상에서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법규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율주행 기능을 홍보했다.
테슬라 웹사이트에도 남아있는 영상은 2016년 10월 공개됐으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는 스스로 운전한다”고 홍보해 당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최근 이 영상이 연출됐다는 내부 관계자 증언이 나오면서 업계 뿐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영상 기준으로만 해도 7년이 지난 상황, 대체 어떻게 이 같은 소식이 알려졌을까? 발단은 로이터 통신으로, 이들이 테슬라의 아쇼크 엘루스와미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이사의 법정 진술서를 확보하면서 퍼지게 되었다. 우선 법정 진술서는 지난 2018년 애플의 기술자 월터 황이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테슬라 차량을 몰고 가다 사고로 숨지자 유족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홍보 영상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홍보한 영상이 실제 자율주행 장면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연출된(staged)’ 것이라는 테슬라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엘루스와미 이사는 진술서에서 2016년 모델 X 자율 주행 영상에 나온 일부 모습은 당시 기술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밝혔다.
역대급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엘루스와미 이사는 영상에서 테슬라 차량이 멜론 파크의 한 주택에서 팔로 알토에 있는 테슬라 본사까지 이어진 도로를 자율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 경로는 사전에 ‘3D 매핑’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3D 매핑’이란 도로의 모양을 3차원 입체 지도로 만드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시 차량은 실시간으로 도로를 파악해 주행한 것이 아닌, ‘3D 매핑’으로 미리 입력된 도로 모양에 따라 달렸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영상을 찍기 전 시험 주행할 때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연습 과정에서 차량이 테슬라 사옥 주차장의 펜스를 들이박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차량이 신호등 빨간불에 멈추고 파란불에 가속해 출발하는 모습도 당시 기술으로는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엘루스와미 이사는 당시 오토파일럿 팀이 일론 머스크의 지시에 따라 자율주행 시스템이 할 수 있는 기능을 시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찍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영상의 목적은 정확하게 당시 차량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보단 시스템에 어떤 기능을 넣을 가능성이 있는지 묘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바람 잘날 없는 테슬라. 차량 사고가 잇따르고 자율주행 광고에 대한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되자, 미국 법무부와 연방정부·캘리포니아주 교통 당국은 수사에 착수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치고 올라오는 경쟁 모델들을 따돌려도 모자랄 시간에 연이어 터지는 이슈, 과연 테슬라가 이슈들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