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차량 절도의 주요 먹잇감인 현대,기아차
어떻게 알았지? ‘이것’ 없는 차량만 피해 급증
“무료 진행” NEW 대응책, 차량별 일정은?
주차를 해둔 내 차, 만약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면? 최근 2년 사이 미국에서 현대·기아차 도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도난 방지를 위한 무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고 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밝혔다. 대체 도난 문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원인은 무엇이며, 이번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진행될까? 함께 살펴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미국에서 현대차·기아 구형 모델을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말이다. 지난해 7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 등에서 이모빌라이저 USB 케이블을 이용해 미장착 차량을 훔치는 수법을 공유하는 영상이 퍼졌고, ‘기아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졌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현대차·기아 구형 모델이 ‘도둑질 놀이’의 표적이 된 영향이 크지만, 양사의 오판도 한몫했다. 경쟁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사양에 포함시켰지만, 현대차·기아는 2021년까지도 일부 모델들에서 이모빌라이저를 선택 사양(옵션)으로 분류했다.
이는 기본 사양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이모빌라이저를 선택하지 않으면 신 차 구입에 비용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서 판매된 ‘2015 기아 포르테 5 EX’는 출시 당시 생산자 권장가격(MSRP)이 1만 9690달러로 책정됐다. 이모빌라이저 옵션을 추가하려면 3300달러가 더 들었다. 이 옵션이 포함된 ‘프리미엄 패키지’(2700달러)를 선택하기 위해선 ‘UVO 패키지’(600달러)를 함께 신청해야 했다.
미국고속도로 손실 데이터 연구소의 지난 2022년 9월 자료에 따르면,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 기아차의 차량 절도 청구율이 보험 가입 차량 1,000대당 2.1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업계 전체의 비율인 1.21건을 훌쩍 넘었다.
NHTSA는 TikTok(틱톡)을 통해 번진 ‘기아챌린지’를 통해 최소 14건의 충돌 사고와 8건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 경찰국장은 지난 10월 현지 매체를 통해, 뉴욕주 버팔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10대 4명이 사망한 사건이 틱톡 챌린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버팔로 경찰은 과속을 하다 사고까지 난 차에는 총 6명의 청소년이 타고 있었고, 해당 차량은 도난 신고된 기아차 었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주요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수백만 대의 차량에 대해 무료로 제공된다고 밝혔다. 출시되는 소프트웨어는 도난 경보 소프트웨어 로직을 업데이트하여 경보음의 길이를 30초에서 1분으로 늘리고 차량 시동을 걸려면 키가 점화 스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데이트 일정은 먼저 2017년~2020년 엘란트라 모델, 2015년~2019년 소나타 모델과 2020년~2021년 베뉴 모델을 대상으로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 현대차는 판매량이 가장 높고 절도 챌린지의 주요 타깃이 되는 차량에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나, 팰리세이드, 산타페 등의 모델은 오는 6월부터 업그레이드가 실시된다. 기아차 차량 업그레이드는 이번 달 내에 시작될 예정이다. 또한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고객들에게 창문에 도난방지 장치가 장착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고 스티커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021년 11월 이후 생산된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표준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사법당국과 협력해 차량을 도난당한 고객에게 무료로 핸들 잠금장치를 배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HTSA에 따르면 현재까지 현대차는 약 2만 6000개의 핸들 잠금장치를 소비자에게 배포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미국 시장은 제조사에게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국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될때까지 기준이 강화되지 않은 건 미국 정부의 잘못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틀린 의견은 아니지만, 그보다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이 경쟁사 움직임을 고려해 조금 더 고민했으면 어땠을 지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