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산 중단 된 포드 전기픽업트럭
원인은 대기 중이던 차량의 배터리 화재?
배터리 납품한 ‘SK온’, 이번에 위기 맞나?
포드가 ‘F-150 라이트닝’의 생산과 출하를 전격 중단했다. 이 차는 지난해 4월 출시한 포드의 대표적인 픽업트럭 전기차 모델이다. 현재 주문 대기자 수만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에게 이번 소식은 청천벽력과 같을 수밖에 없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생산도 모자라 출하까지 중단이 된 걸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갑작스런 출고 중단 소식에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원인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진 이유는 꽤나 놀라웠다. 이유는 배터리 화재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드는 “회사 창고에 보관 중이던 F-150 라이트닝 사전 품질 검사 과정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사전 품질 검사에서 트럭에 화재가 발생했고, 옆에 있던 다른 트럭으로 번졌다”고 덧붙였다.
원인이 밝혀지자, 자연스레 배터리 제조사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F-150 라이트닝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조사는 바로 ‘SK온’이다. SK온은 조지아주 공장에서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되는 ‘NCM9’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NCM9은 니켈 비중이 90%에 달하는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다.
완성차 회사가 ‘배터리 결함’이라며 특정 부품의 이슈를 콕 집어 발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포드와 SK온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때마침 이번 사태 하루 전에 포드가 SK온의 중국 경쟁사인 CATL과도 F-150 라이트닝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양산할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힌 만큼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행히 양사 모두 이번 상황과 관련해 입장 변화는 없는 상태다. 포드 측은 “이번 배터리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았다”며, “다음 주 말까지 조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SK온 역시 “이번 화재에 대해 이미 원인 규명을 완료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까지 수립했다”고 말만 한 상태다.
제조사인 포드가 이슈의 원인을 두고 ‘화재’라고 한 만큼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는 ‘우연의 일치’일 뿐, 생산 및 출고 중단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말이 나온 원인은 뭘까?
첫 번째는 SK온의 낮은 수율(양품비율)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달리 후발 주자로 꼽히는 SK온은 해외 투자를 급속도로 늘리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어딘지 모르게 비효율적인 작업 과정이다. ‘F-150 라이트닝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SK온이 포드에 모듈 형태로 납품하면, 이후 포드가 독자적으로 배터리팩으로 패키징(포장)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과정에 대해 셀·모듈 단계에서 생기지 않았던 결함이 배터리팩을 차량에 조립한 뒤 검수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면 이는 포드 책임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은 대기 고객만 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이 덕분에 포드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2위에 올랐다.
이 차는 1회 완충 시 최대 482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시스템 최대출력은 563마력이다. 최대토크는 104kgm로 제로백은 4.4초다. 가격은 3만 9974달러(약 4500만 원)부터다.
이번에 이슈가 된 배터리는 프레임 레일에 적용됐다. 배터리 온도 최적화를 위해 액체 냉각 시스템이 제공된다. 강철 하부 플레이트로 안전성을 높였다. 표준 모델인 SR의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최대 370km다. 상위 ER 모델은 1회 완충시 최대 482km를 주행한다.
또한 F-150 라이트닝의 배터리는 150kW급 고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41분만에 15~80%를 충전할 수 있다. 포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만약 차지 스테이션 프로 가정용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면 극한의 날씨 속에서도 최대 3일 동안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번에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이 일시 중단된 것과 관련해, 포드 측은 구체적인 생산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미 출고된 차량에 대한 판매 중단은 아니라고 밝혔다. 위기를 맞은 SK온, 과연 이번 사태 수습 후 포드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