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합의된 EU 2035 플랜
독일, 이탈리아 등 자동차 선진국 반대 부딪쳐 계획에 차질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 견제?
EU는 지난해 10월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지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당시 EU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유럽 연합에서 자동차 산업을 경쟁력 있게 이끌 것이다”라며 “세상은 변하고, 우리는 혁신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합의가 공식적으로 승인되어 유럽 연합의 법률이 되려면 여전히 필요한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사회와 유럽 의회에서는 작은 수정 사항만 있을 뿐 승인될 것으로 예상했다. EU는 당시 합의안을 통해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중간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글] 박재희 에디터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전동화 비전이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이탈리아 등 완성차 생산 강국의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일(현지 시각) 관련 법안을 투표에 부치려 했지만, 독일의 거부권으로 인해 투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폴란드, 불가리아 등 복수의 EU 회원국까지 “내연기관 차 퇴출은 시기 상조”라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독일이 주도하고 있는 이러한 거부권 행사가 100년 넘게 유지해온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의 ‘2035 플랜’이 쉽게 달성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연기관차 완전 판매 금지 시점을 EU가 정한 목표보다 늦추기 위해 프랑스, 독일과 연대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최근 직접 나서 폴란드와 불가리아 등을 추가로 설득한 것이다.
독일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e퓨얼’ 사용을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퓨얼은 수소와 탄소를 합성해 만드는 연료다. 가솔린·디젤처럼 기존 엔진차에 넣어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배출가스가 나오긴 하지만,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기 중에 있는 탄소를 포집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탄소 중립’이 달성된다는 주장이다.
독일 정부는 내연기관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향후 ‘e퓨얼’에 약 2조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포르쉐는 e퓨얼 생산 공장을 칠레에 건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일이 e퓨얼 산업을 고수하고 있다면 이탈리아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을 강하게 견제한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와 관련해 “내연기관 차 판매 중단 법안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에 선물을 안겨주는 꼴”이라고 언급했고 탄소 배출 목표가 일자리와 생산에 해를 끼치는 않는 선에서 지켜져야 하며 전기차가 온실가스 배출 제로(0)로 가는 유일한 길로 여겨져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시점 전기차 산업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의 반대에는 EU에서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될 경우 유럽의 전통 자동차 강국이 과거만큼의 위상을 갖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판매 1위는 중국 BYD였고 2위가 테슬라, 3위가 폭스바겐 그룹이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같은 전통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포진해있다. 이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거쳐 전기차 전환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지 못하며 전동화에 많이 뒤처져 있는 상태다.
EU 이사회는 독일, 이탈리아 등의 반대에도 가중 다수결로 표결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EU의 가중 다수결제는 27개 회원국 중 55%에 해당하는 15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한 국가들의 전체 인구가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일 경우 표결 결과가 인정된다. 다만 투표가 무기한 연기된 만큼 그 일정은 알려진 바 없다.
진짜 짱개좋은일 그만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