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 시장의 증가세
중국이 주도하는 LFP 시장, 국내 3사도 진출 선언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LFP, 성능 한계 극복이 과제
[글] 박재희 에디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에서 LFP 배터리의 탑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의 매출 역시 크게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CATL은 지난해 두 배가 넘는 성장을 보이며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친 것보다 큰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LFP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중국 대표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지난해 매출은 3286억위안(약 62조 4175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25조5000억원), 삼성SDI(20조1000억원), SK온(7조6000억원)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매출 합계는 약 53조 2000억원이었다. 3사를 합쳐도 매출에서 10조원에 가까운 차이가 난 것이다.
LFP 배터리는 그동안 줄곧 중국 기업들의 전유물로 평가받아왔다.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들이 LFP를 주력 생산해왔다. LFP 배터리의 장, 단점은 뚜렷하다. 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인산, 철 등의 광물은 비교적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가 쉽고, 제조원가가 저렴하다. 또 철의 화학적 성질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가 사용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성이 낮다. 하지만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고 무게가 무거워 주행거리가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CATL의 ‘셀투팩'(CTP:Cell To Pack) 기술이 있다. CTP는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셀-모듈-팩’ 단계에서 모듈 공정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이 가능하다. 일반 전기차 대비 부품을 덜 사용해 경량화,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포드, 폭스바겐,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LFP 배터리 채택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2030년 15%에 머물 것이라던 LFP 배터리 비율 전망을 40%로 상향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포드는 적극적으로 LFP 배터리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월 포드는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 주에 약 35억달러(약 4조4천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또 포드는 올해 중에 ‘머스탱 마하 E’ 전기차에, 내년 초부터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단가가 저렴한 CATL의 LFP 배터리를 각각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드 측은 합작공장 설립에 대해 “포드의 자동차에 CATL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북미에서 생산하는 현지화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작공장 방식은 포드가 공장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CATL은 설계와 기술 등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술합작 방식은 IRA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배터리 시장 판도가 LFP 배터리 쪽으로 기울자 LFP배터리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배터리사들도 개발과 양산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달 15일 열린 인터배터리에서 SK온은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최초로 공개했다. 기존 LFP는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50~70% 급감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SK온은 이를 70~80%까지 끌어올리며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처음 공개하며 생산 계획을 공개했고 삼성SDI 역시 LPF 개발 계획을 밝혔다.
LFP 배터리는 중저가 시장에서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다. 더불어 화재 위험성에서도 이점을 보인다. 아직까진 중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국내 3사가 자사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과연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