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캠리, 43년 역사 끝으로 일본 내 단종
폭스바겐 파사트, 현대차 쏘나타도 단종
전동화, SUV 강세에 세단 설자리 잃는다
토요타자동차의 대표 모델인 캠리가 일본 내수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23일 닛케이 등 외신은 도요타가 43년 전통 세단인 ‘캠리’의 일본 내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도요타는 올해 말부터 내수 판매용 캠리 생산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 대리점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주문도 받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 수출만 지속할 예정이다.
중형 세단인 캠리는 미국에서 2002년부터 15년 연속 최다 판매 승용차 자리를 지키면서 작년 말까지 총 1300만대 넘게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 판매량은 지난 2018년 2만1414대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여왔다. 급기야 작년에는 전년보다 45% 떨어진 5824대에 그쳤다. 이로써 1980년 일본 내수시장에서 처음 판매를 개시한 캠리의 43년 역사는 2017년 출시한 10세대 모델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글] 박재희 에디터
폭스바겐이 대표 세단 모델 파사트도 단종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북미형 파사트 단종에 이어, 유럽 버전도 후속 모델 없이 단종 수순을 밟기로 결정했다. 파사트는 지난 1973년 등장한 폭스바겐의 대표 라인업이다. 50년 동안 세대를 거듭하며 글로벌 베스트 셀링 중형 세단으로 굳건히 자리했다.
하지만 티록과 티구안 등 폭스바겐에서 SUV 모델 비중이 높은 것과는 반대로 파사트의 인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 또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며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차세대 준대형 전기 세단 ID.7에 그 자리를 양보할 전망이다. 따라서 파사트 세단의 단종은, 앞으로 전동화 모델과 SUV 라인업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패밀리카’로 통하던 내연기관 중형 세단의 입지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미 가족용 차 수요는 SUV로 옮겨간지 오래다. 소비자 입장에선 비슷한 연비와 승차감에 넓은 공간감, 사용성 높은 SUV를 선택하게 되고 제조사 입장에서도 SUV가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포함해 주요 제조사들 모두 같은 처지다.
토요타 캠리의 미국 내 판매량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43만 대에서 지난해 29만 대로 추락했다. 혼다 어코드는 35만 대에서 15만 대, 닛산 알티마는 33만 대에서 14만 대로 각각 감소했다. 북미형 파사트는 2015년 7만8천 대에서 2021년 2만4천 대로 역시 내려갔다. 모두 자사의 SUV 판매량에 역전당했다.
토요타 캠리는 2017년부터 RAV4에게 역전당했으며 혼다 CR-V, 닛산 로그 역시 자사 중형 세단보다 판매량이 많다. 현대차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투싼(17만5천 대) 판매량이 쏘나타(5만2천 대)보다 3배나 높다. 기아 스포티지는 2021년보다 판매가 40% 뛴 반면(12만5천 대), K5는 6만6천 대까지 내려갔다.
현대차의 쏘나타도 단종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페이스리프트 차량이 유출되기도 했지만 올해 하반기 공개될 해당 모델을 끝으로 개발 중단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미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도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전동화와 SUV의 상승세 속에서 과연 세단의 존망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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